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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주류사회와 한인사회 엮는 젊은이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9-11-13 00:00

모니카(Monica) & 찰스(Charles) 남매

모니카(Monica) & 찰스(Charles) 남매

공연을 보다보면 연주자나 연기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와 집중력에 압도당할 때가 있다. 지난번 퍼시픽 코스트 음악협회(PCMA) 주최로 열렸던 피아노 경연대회에서 축하연주를 했던 한인 피아니스트, 찰스 리(Charles Lee)씨가 리스트(Liszt)의 곡을 연주했을 때도 그랬다.

팜플렛에는 PCMA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임원이자, 13살 때 밴쿠버 심포니 오케스트라(VSO)와 협연까지 했던 피아노 재원이라는 소개가 있었다. ARCT Royal conservatory of music piano examination에서 전례없는 최고점수 98점을 얻으며 그 해 가장 훌륭한 연주자에게 주어지는 금메달을 목에 걸은 적도 있다고 했다. 공연이 끝나고 개인적으로 인사를 나눴을 때는 PCMA의 초대 회장인 모니카 리(Monica Lee)씨의 동생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모니카씨와 찰스씨 남매는 둘 다 밴쿠버에서 태어나 한국말이 서툰 2세다. 두 사람은 어린시절부터 열정적으로 피아노를 쳐왔지만, 각자 피아노 선생님과 피아노 연주자라는 분명 다른 행보를 걸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본업 외에도 밴쿠버에서 음악시장을 다시 부흥시키자는 공통된 목표로 조직한 단체, PCMA 일에 밤잠까지 설쳐가며 몰두하고 있다.

모니카씨는 5살에, 찰스씨는 7살에 각각 피아노를 시작했다. 피아노 조율가이자 교회 지휘자로도 활동한 아버지에게 음악적 재능과 열정을 물려받은 그들이 피아노를 배운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저는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교(UBC)에서 피아노를 전공했고 찰스는 토론토 대학교(UT)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어요. 찰스는 어렸을 적부터 각종 국내외 경연대회에서 장학금도 받고 오케스트라 협연도 많이 하는 전문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날리는 동안, 전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몰두했죠.
10살에 이웃집 친구들에게 피아노를 처음 가르쳤어요. 그 전에는 공연장을 누비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가르치는 기쁨을 알고서부터 피아니스트를 양성하는 것에 더 힘을 쏟게 되더라구요. 개인 피아노 선생님으로 가르쳤던 학생 중에는 음대에 진학한 학생도 있고 작곡가로 활동하는 학생도 있어요. 누군가가 꾸준히 발전되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것, 너무 보람있는 일이에요.”

남매가 퍼시픽 코스트 음악 협회(The Pacific Coast Music Association)을 만든 이유는 간단했다. 죽어가는 밴쿠버의 음악사회에 다시 불을 지피기 위해서이다. 찰스 씨는 피아니스트로 전국을 누비면서 다른 지역보다 활성화되지 않은 밴쿠버 음악사회에 아쉬움을 표했다.

“밴쿠버는 아주 높은 음악 수준을 가진 곳입니다. 그런데 예전과 비교해보면 밴쿠버 음악사회는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콘서트나 페스티벌 같은 행사도 예전만큼, 캐나다 다른지역 만큼 없죠. 음악인으로서 그 점이 너무 아쉬웠어요. 특히 어린 학생들의 실력을 뽐낼 무대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한번 해보면 어떨까라는 결심을 하게됐죠. 저희 남매까지 포함해서 뜻이 맞는 5명이 PCMA를 만들게 됐습니다. 음악에 재능있는 학생들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던겁니다.”

모니카씨는 대학생이나 전문 피아니스트를 대상으로 하는 경연대회가 종종 있긴 하지만 12학년 이하 학생들을 위한 경연대회는 밴쿠버에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최고 장학금이 1000달러나 걸려있고 결선을 위해 연주회장까지 빌리는 큰 규모의 경연대회는 전무하다.

“내가 어린시절에 서고싶었던 무대”를 목표로 꼼꼼히 준비한 1회 PCMA 피아노 경연대회는 대성공이었다. 8월 말에 정부로부터 비영리단체 허가를 받은 신생 단체로서의 첫 공식행사였음에도 매우 질서정연하게 진행됐다. 300여명의 관객은 60명의 예선에서 뽑힌 24명의 참가자들의 뛰어난 실력에 힘껏 응원을 해주었으며, 무엇보다 심사위원에 아무런 편견없이 순수하게 실력으로만 한 심사는 심사위원과 부모로부터 매우 공정하고 만족스러운 대회였다는 총평도 들었다. 무엇보다 한인만의 잔치가 아니라 민족의 경계를 허무르고 음악으로 다양한 민족을 한 데 묶었다는 점에 많은 이들이 놀라워했다.

“저희 1회 PCMA 피아노 경연대회에서 입상자에게는 장학금과 트로피를, 출연자 전원에게는 참가증서와 메달을 줘서 모두가 특별하다는 느낌을 들게 했어요. 피아니스트로의 자신감과 자부심을 주고 싶었던 거죠.”
모니카 씨가 대회를 준비하면서 기울였던 세심한 노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PCMA는 매년 가을에 피아노 경연대회를 열 것이라고 했다. 그 전에는 피아노 마스터에게 배워보는 마스터스 클래스나 워크숍, 솔로 리사이틀 등 다양한 행사도 열 예정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스폰서를 받는 것이다. 경제불황 때문에 경연대회의 스폰서 받기도 상당히 힘들었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일부 사업가는 흔쾌히 큰 돈을 쾌척하며 PCMA에 힘이 되어 주었다. 이렇듯, 꾸준히 노력하면 분명히 길이 보일 것이라는 남매의 미소가 밝다.

두 젊은이가 PCMA에 거는 앞으로의 꿈은 무엇일까.
“계속 PCMA를 키워나가야죠. 우리가 피아노를 하니까 1회 정기공연은 피아노로 시작했지만 훗날에는 다른 악기 경연대회도 주최할겁니다. 궁극적으로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콘체르토 경연대회를 여는 것이 꿈이에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첫 대회를 잘 마치고 나니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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