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자신감에 대한 고찰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9-11-19 00:00

어느 날 문득 자신감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 해본 적이 있다. 어렸을 적 주위로부터 “자신감을 가지고 해!”라는 말을 귀가 따가울 정도로 많이 들었지만 너무나 진리적이고 흔한 말이어서 한 귀로 흘려 들을 뿐 이러한 막연한 조언에 대해 따로 깊은 고심을 해본 적은 없었다.

4년 전 이 맘때 읽었던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의 자서전 속 한 문장은 나에겐 명료하지 않았던 자신감의 효과를 좀 더 구체화 시켜주었다. “될 때까지 하는 척 해라.”(Fake it till you make it) 이 문장은 “하고 싶은 일을 당장은 이루지 못하더라도 하는 시늉이라도 하면 원하는 목표를 달성 할 수 있다”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객관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단지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하라는 주위의 다소 식상한 충고가 논리적으로 와 닿지 않아 오히려 더 위축 될 때 위의 명언을 떠올리며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실천 했을 때 비로서 누구에게도 강요 받지 않은 묵직한 자신감이 내 가슴속에 자리잡는걸 느낄 수 있었다.

자신감을 가지고 일을 할 때와 의욕 없이 시간만 보내며 주어진 일을 끝 마쳤을 때의 가장 큰 차이점은 효율성이다. 자신감이 있어야만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길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질적•양적으로 더 월등하게 일을 마무리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자신감의 유무는 자동차의 연료 게이지에 빗대어 표현할 수 있다. 기름이 꽉 찬 자동차는 원하는 속도로 어디든 갈 수 있지만 그에 반해 기름이 바닥난 자동차의 운전자는 행여나 차가 중간에 멈추지 않을까 조바심내며 운전 해야 하고 그러다 정차라도 한다면 내려 직접 차를 밀고 가야 하는 인력 낭비의 상황까지도 초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연료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양에 따른 값을 지불해야 하듯,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도 그 양과 질에 따라 시간과 노력이라는 것을 지불해야 한다. 뜬금 없이 “자신감을 갖자!”라는 식의 주문은 뿌리 있는 자신감을 살 수 없다. 쏟아 부은 시간과 노력의 값어치가 필요한 자신감의 가치와 맞물렸을 때서야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자신감이 가슴 속에 자랄 수 있게 된다. 위의 이론들을 종합해 필자가 인턴기자•학생으로서 자신감을 얻기 위해 일상생활 속에서 겪는 일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5개월 간 매주 일요일 저녁이 되면 기사 한 보씩을 신문사에 제출해 왔다. 며칠 후에 교육면에 실려 배포되던 나의 글을 보면서 당연하지만 평상시에 쉽게 간과하던 한 가지 사실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 기사 송부 마감시간에 급박해 썼던 기사들은 틀에 맞지 않은 복잡한 어휘로 뒤죽박죽 엉켜있어 읽기가 상당히 거북했던 반면,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여유있게 썼던 글들은 마치 나에게 말 하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읽기 수월하였다.
이후, 시간적 부담 속에 쓰여졌던 글과 그 배경에 있었던 자신감 상관관계를 나름 심층 분석해보았다. 기사를 쓰기 전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선뜻 글 쓰기를 주저 하게된다. 충분한 정보를 확보 할 수 없었던 이유는 글의 주제를 토대로 한 효과적인 인터뷰를 이끌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성공적인 인터뷰를 하지 못한 보다 근본적 원인은 사전 인터뷰 정보입수를 게을리 함으로서 초래된 잃어버린 자신감 때문이었다. 학업에 치어 이런 악순환이 반복 될 때마다 “훌륭한 기자가 될 때까지 하는 척 해라”라는 말을 떠올리며 기사 작성을 했다. 기자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인터뷰 사전 정보 입수에 최선을 다하였고 가끔 시간에 너무 쫓겨 완벽한 준비를 하지 못하였더라도 비록 인턴기자지만 정식 기자다운 마음가짐으로 상대방을 대하고 여러 질문을 던져 꼼꼼히 기록했으며 그에 기반한 글을 써 나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글 쓰기가 절로 흥이 나고 일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처음으로 느낀 자신감의 씨앗에서 싹튼 ‘즐거움’이였다.

필자는 축구를 매우 즐겨 한다. 비록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항상 해왔고 이 운동은 시간에 쫓기는 요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매 주말마다 20명 남짓 선수들로 구성된 ‘FC Heritage’라는 팀에서 축구 연습을 한다. 비록 조그만 아마추어 축구팀이지만 이곳에서도 엄연한 주전 경쟁구도가 자리 잡혀 있으며 조금이라도 연습을 게을리 했다가는 남에게 뒤쳐지기 일쑤다.
축구를 잘하냐 못하냐의 문제는 얼마만큼의 자신감을 가지고 공을 차느냐의 문제로 구분 지을 수 있을 만큼 축구실력에서의 자신감의 역할은 매우 크다. 아무리 오랜 시간 동안 축구를 꾸준히 했다 해도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필드에 나선다면 자신의 실력을 곧잘 표출할 수 없다. 박지성 선수가 매 경기 그라운드 누빌 때 “난 지금 여기 뛰고 있는 21명의 선수보다 축구를 더 잘한다”라고 자신에게 주문을 외는 것도 위에 언급한 축구에서의 자신감의 중요성과 일맥상통한다.
학생 신분인지라 매일 운동으로 컨디션을 유지하기란 불가능 하다. 이럴 때마다 “축구 선수들이 매일 운동하는 것 이외에 어떠한 방식으로 몸 관리를 하는가?”라고 자문 하면 몸에 유해한 담배나 술을 멀리하고 좋지 않은 음식도 자주 섭취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 이후 일상생활의 지장이 있지 않는 한 일반 축구 선수들이 몸 관리를 하는 것처럼 최대한 비슷하게 하려고 한다. 가능한 한 술 자리에 참석하지 않고 음식도 잘 조절해서 먹으며 한 주를 준비해 기다리던 주말에 필드에 나서면 “내 한계에서 축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했어”라는 주문이 자동적으로 외워지며 어느새 자신감으로 가득 차 필드를 누비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열악한 상황이라도 제한된 선에서 어떠한 일이든 최선을 다한다면 자신감은 그 뒤에 뒤따라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던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준비, 노력이라는 값을 지불해야 된다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정 할 수 없다. 아무리 사소한 준비라도 그 조그만 노력이 나중에 눈덩이만한 자신감을 선물해 주기 때문에 항상 준비된 자세로 사람과 일을 대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크나 큰 재산이다. 너무 나도 쉬워 보이지만 가끔씩 아무리 노력해도 잃어버린 자신감이 쉽게 돌아오지 않을 때 “될 때까지 하는 척 해라”라는 말을 되뇌어 보는 것은 어떨까?

나용학 인턴기자 alexna3@gmail.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韓 독립영화계 대표하는 전수일 감독 회고전 개최
1월 7일부터 5일간 밴쿠버 퍼시픽 시네마테크(Cinemateque)에서 이 열린다. 밴쿠버는 몬트리올, 토론토에 이어...
집의 정확한 상태 점검에 반드시 필요
제가 인스펙터라서가 아니고, 홈 인스펙션은 구입하거나 팔려는 집의 정확한 현재 상태와 문제점 등을 점검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2009년이 저물고 있다. 경제불황으로 전 세계가 신음했던 올해는, 많은 주부들의 이마와 눈가 주름을 막을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유난히 다사다난했다. 오랜만에 거울 앞에 서서 본인의 얼굴을 천천히 살펴보자. 지난해 이맘때쯤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잔주름과...
식사제공 도움 찾는 데보라 정 목사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캐나다 각지에서는 불우이웃을 위한 점심 또는 저녁식사를 제공하는 자선단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도움의 손길은 필요한 사람에 비해 항상 부족하다.
메트로 밴쿠버 전역에서 음주단속이 강화됐다. 본격적인 연말모임이 시작되는 이번 주말부터 BC RCMP는 곳곳에 경찰을 배치해두고 음주운전 및 과속위반 차량을 단속한다...
토론대회 1위 거머쥔 고경민 학생
웨스트 밴쿠버 콜링우드 학교 10학년에 재학 중인 고경민 군을 만났다. 경민군은 지난 11월 사립학교 22곳에서 48명의 학교대표가 참가한 ‘2009년 뉴먼 피사 토론대회(2009 Newman FISA Debating Tournament)’에서 개인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학생들과...
스코샤 은행 주별 경제전망… BC주 GDP 3% 성장예상
캐나다 경기가 회복 중이라는 캐나다 금융계의 연말 보고서가 줄을 잇고 있다.
할인가격의 매력 2009.12.23 (수)
할인가격의 매력…한아름마트는 지난 20일 코퀴틀람점 개점 6주년 메가 할인 대축제를 통해 높은 호응을 받았다고 밝혔다.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25일까지 한아름 코퀴틀람, 밴쿠버 다운타운, 랭리점에서는 케이크 할인판매 행사가 있을 예정이다. 권민수 기자...
밴쿠버 교육청 내용 공개 안해
밴쿠버 교육청(VSB)이 교육청 소유 컴퓨터로 포르노그라피를 본 혐의로 직원 15명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고 캐나다 ...
장관 못 알아보는 BC주민 대다수
주의원(MLA)으로 민의의 대변인이자 장관으로 공복(公僕)을 자처하는 BC주 장관들이 보면 억울해 할만한 통계가 발표됐다.
절도범 피해 본 가정의 훈훈한 호소
집안 물건을 도둑맞은 가정이 그들을 향한 공공단체의 기부와 지원을 자선단체나 도움이 필요한 다른 가정에 전해달라는 뜻...
캐나다 국제 무역부 장관
스톡웰 데이(Day) 국제무역부 장관은 22일 오후 2시30분 캐나다 정부 지역사무소에서 열린 연말 미디어 리셉션에서 한국-캐나다 ...
휘발유 값과 개인관리비, 식비는 상승 난방유와 천연가스, 의류와 신발 값 하락
BC주 연간 물가상승률이 11월 0.1%를 기록했다. 캐나다 전국 물가 상승률이 11월 1%인 점을 고려하면, BC주민들은 거의 ...
친환경 비용 부담 계속 늘어나는 중
BC주정부는 22일 대기 및 기후 대응정책을 통해 공기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3분기 유입인구 크게 늘어나
최근 캐나다 서부 인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3분기 인구조사에 따르면 BC주 인구 수는 0.56%...
BC주가 최저소득기준선(LICOs)에 미치지 못하는 가정이 가장 많은 주로 꼽혔다. LICOs는 생활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식주 비용의 전국평균...
BC주 숙박업계가 올해 7월까지 경제불황이 시작되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BC통계청은 숙박업계가 2009년 한 해동안 만족하지 못할만한 성적을 거뒀으며, 보고서 분석에 사용된 전반기(1월~7월)까지의 숙박업 총수입은 지난해 동기대비 13....
새로운 경쟁 시작 2009.12.22 (화)
새로운 캐나다 전국 이동통신 업체 ‘윈드 모바일(Wind Mobile)’이 18일부터 영업에 들어갔다.
리치몬드 관할 연방경찰(RCMP)이 아기를 험하게 다루어 뇌와 눈에 내출혈 증상을 일으키게 한 보모를 체포했다.
캠벨 수상, 신년희망 담은 성명 발표
고든 캠벨(Campbell) BC주수상이 18일 주민들에 신년에는 자신감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희망을 담은 성명을 냈다. 캠벨 수상은 “경제위기로 어려웠던 2009년을 겪고난 뒤라 내년이 어떨지 상상하기 힘들다”며 “하지만 모두가 노력했던 한 해였고, 2010년에는 다를...
 1281  1282  1283  1284  1285  1286  1287  1288  1289  1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