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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모두가 바라던 기적은 없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0-04-15 00:00

기적(奇跡)은 없었다. 고무단정(RIB)에 실려 독도함으로 올라오는 전우(戰友)들 시신을 확인하며 천안함 생존 장병들은 울고 또 울었다. 다음은 누구일까. 21일째 물 속에 잠겨 퉁퉁 부은 팔과 다리, 얼굴에 묻은 진흙을 물과 알코올 솜으로 닦아 내자 천안함 안 좁은 격실에서 부대끼던 동기(同期)와 선·후배였다.

" 우리는 피끓는 대한의 남아, 젊은 바다 사랑하여 여기 모였다…. 우리 바다 넘보는 자 어느 누구도 부릅뜬 우리 눈을 죽일 수 없으리. 우리는 자랑스런 천안함 용사. 싸우자 이기자 무적 천안함!"
한 달 전 3월 16일 경기도 평택 2함대사령부를 출항하며 굳게 쥔 주먹을 흔들고 목이 터져라 불렀던 '천안함가(歌)'는 이제 영원히 함께 부를 수 없게 됐다.

바위처럼 눈물을 보이지 않던 해군 해난구조대(SSU)와 특수전여단(UDT) 대원들이었지만, 천안함 실종자들의 차디찬 시신 앞에선 하늘을 바라보며 울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해군 SSU와 UDT 대원들의 함미(艦尾) 실종자 수색작업은 15일 정오를 지나며 본격화됐다. 오후 들어 배수작업을 위해 함체 내부로 진입한 SSU 요원들이 시신 여러 구를 목격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인양 작업 현장에 깊은 침통함이 감돌았다.

오후 3시 55분 갑판 승조원 식당 입구에서 서대호(21) 하사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어 방일민(24) 하사, 이상준(20) 하사, 이상민(22) 병장 등 승조원 식당에서 발견된 시신의 신원이 속속 확인됐다.

칠흑처럼 어두운 함 내에 실내 작업등이 설치되며 수색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갑판 아래 1층에 있는 기관부 침실에서는 안동엽(22) 상병 시신이 발견됐다. 76㎜ 함포 아래쪽 탄약고에서 임재엽(26)·신선준(29) 중사의 시신이 잇따라 수습됐다.

갑판 아래 3층의 디젤 기관실에서는 서승원(21) 하사가 발견됐다. 천안 토박이로 탄약과 함포를 관리하던 박석원(28) 중사, 오랜 연애 끝에 꿈에도 그리던 결혼식을 한 달여 앞둔 '예비신랑' 강준(29) 중사, 박정훈(22)·김선명(21) 상병은 기관부 침실에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동생들을 위해 부사관으로 입대한 김종헌(34) 중사, 어머니에게 매일 안부전화를 걸던 김동진(19) 하사, 전역을 한 달 앞두고 천안함에 오른 이용상(22) 병장, 아버지를 따라 해군에 입대한 것을 늘 자랑스러워했던 김선호(20) 상병은 후타실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안경환(33)·정종율(32) 중사, 조진영(23) 하사, 이상희(21)·이재민(22)·이상민(21)·강현구(21) 병장, 나현민(20) 일병, 그리고 44명의 실종자 중 막내로 올해 입대한 장철희(19) 이병의 시신은 기관부 침실에 몰려 있었다.

김경수(34)·최정환(32)·민평기(34) 중사, 손수민(25)·심영빈(26) 하사, 조지훈(20) 일병은 승조원 화장실에서 발견됐다. 문규석(36) 상사는 휴게실, 문영욱(23) 하사는 후부 제독소, 차균석(24) 하사는 유도 행정실, 정범구(22) 상병은 전기창고 입구에서 발견됐다.

오후 10시 36분 기관 창고에서 찾아낸 조정규(25) 하사의 시신까지 이날 수습된 36구의 시신은 헬기 편으로 평택 2함대로 운구됐다. 한 구의 시신이라도 더 찾기 위해 수색 작업은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소속부대인 2함대에 복귀한 순직자들은 동기생들에 의해 안치소로 운구됐다. 동기생들이 쓴 흰 마스크도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됐다. 유족들의 오열은 끊이지 않았다. 밤늦게까지 시신이 운구된 2함대 영내는 밤새도록 비통(悲痛)이 넘쳤다.

이날 함미 인양작업은 오전 9시, 2200t급 크레인선 삼아 2200호가 천안함 함미를 지탱하던 3개의 쇠사슬을 끌어올리며 시작됐다. 9시 11분 함미 가장 위 사격통제 레이더실이 모습을 드러냈고 2~3분 뒤 하푼 미사일 발사대, 40㎜ 부포가 보였다.

9시 28분에는 함미 주갑판이, 9시 34분에는 76㎜포 아래쪽의 탄약고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천안함 식별번호인 '772'라는 숫자가 선명했다. 오후 12시 11분 함미가 완전히 물 밖으로 드러났다. 선체 밑바닥은 별다른 충격의 흔적 없이 깨끗한 상태였다.

오후 1시 14분에는 함체를 바지선 위에 놓는 과정에서 거치대 10여개가 함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는 사고가 발생해 작업이 2시간여 중단됐다. 인양작업에 앞서 오전 8시 44분 위령제가 거행됐다.

부근에 있던 독도함을 비롯한 모든 함정들이 15초 동안 낮고 길게 기적(汽笛)을 울렸다. 독도함에 도열한 해군 장병들이 44개의 흰색 구명 튜브를 바다에 던졌다. "돌아오라. 이 튜브를 타고. 살아있는 몸이 아니면 넋이라도 타고 오라…."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숙인 6만여 해군 장병들, 그리고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은 이날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채성진 기자 dudmie@chosun.com 
평택=김강한 기자 kimstr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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