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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보도] ‘제이리’ 사기사건 피해자 K씨 인터뷰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0-08-20 15:43

“그 돈이 어떤 돈인데…”

"물론 사람을 무작정 믿은 내 잘못도 있죠. 하지만 혼자서 애 데리고 힘들게 살았던 일까지 털어놨던 사람한테 그렇게 뒤통수 맞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본지 8월 7일자(‘한인 사기꾼, 임금 사취 후 도주’)에서 언급한 제이 리(Jay Lee)씨로부터 5만5000달러 이상의 금전적 피해를 입은 여성, K씨가 울먹이며 털어놓은 말이다. K씨는 기사를 보고 밴조선으로 제보 전화를 걸어왔다.

경위는 이러하다. K씨는 토론토에 살다가 지난 4월 중순 경 밴쿠버로 이주했다. 아이가 다 성장하고 나니 10년 전에 잠시 거주했던 밴쿠버에서 다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밴쿠버에서 직업을 구하던 중, 교민신문 웹사이트에 오른 베리피커 광고가 눈에 띄었다. 시간당 12-15달러를 벌게 해주겠다는 말에 광고를 낸 제이 리를 접촉했고, 5월 초에 메트로 타운 인근에서 처음 만남을 가졌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살아온 얘기를 하게 됐어요. 아비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털어놨죠. 그랬더니 갑자기 태도를 바꿔 살갑게 ‘누님 누님’ 하면서 제 신용에 대해 물어보는 거에요. 신용만 괜찮으면 같이 떼 돈을 벌 수 있는 동업을 하자고 사탕발림을 하더라구요. 자기도 미국에서 가족을 모두 잃은 고아라면서 서로 의기 투합을 하자고 했어요"

제이 리가 제안한 사업은 '홈스테이' 사업이었다. 애보츠포드 농장에서 베리따는 일을 주선하고, 그 일을 하기위해 모인 사람들을 상대로 홈스테이를 하자는 것이었다. K씨는 투자액에 10%만 수익을 내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으로 동업 제안을 승낙했다. 밴쿠버에 이주해온 지 한 달도 안 되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 때부터 피해는 순식간에 벌어졌다. 제이 리의 주도에 따라 사업 허가증을 받았고, 5개의 비즈니스 어카운트를 열었으며 신용카드를 6개 만들었다. 제이 리는 랭리에 홈스테이 집을 렌트해 K씨 이름으로 12달치 체크를 썼다. 제이 리는 K씨가 사업의 주인이라는 말로 모든 명의를 K씨로 하도록 강요했다.

제이 리는 신용카드를 6개나 만든 이유를 “사업을 하다보면 세금을 많이 내야하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댔다. 결국 신용카드가 K씨의 금전적 피해를 입힌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제이 리는 모든 신용카드를 한도까지 인출해갔다. 크게는 2만2000달러에서 5000달러씩 모두 5만 3000달러가 인출됐다. 제이 리는 K씨 모르게 신용카드를 이용해 아이폰 2대도 개설했고, 차도 2대 렌트하는 등 매 달마다 수천달러를 사용했다. 그 과정에서 제이 리는 다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K씨를 안심시켰다.

본격적으로 홈스테이 학생을 받은 건 6월 24일 경. 홈스테이집에 16명의 학생들이 들어왔지만, 당시 홈스테이 집의 사정은 매우 안 좋았다. 식당 의자는 중고가게에서 사온 3개가 고작이었고, 침대 대신 얇은 침낭 뿐이었다. 기본적인 가구라도 갖추자는 K씨의 말에 제이 리는 ‘곧 사오겠다’는 말로 계속 미룰 뿐이었다. 농장까지 사람들을 나를 차량도 어디서 구해왔다는 600달러짜리 허름한 밴이었다. 이 밴은 고속도로 상에서 두 번이나 사고가 나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제이 리가 홈스테이비를 받았지만, K씨는 구경도 할 수 없었다. 조금씩 수상한 낌새를 느낀 것은 그 때부터였다. 불안해진 K씨가 농장주와의 계약서를 보여달라고 요구해도 번번히 주지 않았다. 굳게 믿고 계약서 조차 쓰지 않았던 K씨가 제이 리에게 돈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 화를 냈다. 그리고 전화도 받지 않는 등 서서히 K씨를 피하는게 느껴졌다.

답답한 마음에 K씨가 무작정 베리 농장에 찾아간 날, 농장에서 제이 리에게 2만달러를 사기당한 남성을 만났다. 알고보니 K씨 명의로 된 비즈니스 계좌의 체크를 K씨 서명을 도용해 남발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사기를 치고 있었다. 모든 전후 사정을 다 파악하고 난 즈음에는 제이 리가 이미 잠적한 후였다.

“밴조선을 보니까 기사에 나왔더라구요. 농장에서 일한 학생들 및 교민들 약 20여명의 임금횡령, 나처럼 동업하자고 꼬득여 돈을 가로챈 일, 이민알선을 해주겠다고 한 뒤 벌인 사기 행각 등으로 밴쿠버 총영사관 측에서 주의를 요구한다는 기사였어요. 그 인간의 행각에 어찌나 기가 막히던지… 그게 대체 어떤 돈인데…”

K씨는 신분확인차 제이 리의 시민권과 사회보장 번호, 운전면허증을 복사해두었다고 했다.이 모든 정보를 경찰에 제공했지만 나중에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K씨는 제이 리를 신분 도용 및 서명날조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고 진술서를 작성한 상태다.

“경찰이 (제이 리를) 꼭 잡았으면 좋겠어요. 하루하루 잠도 잘 못 잡니다. 왜 그 사람 때문에 제 신용이 나빠져야 합니까. 아직 직업이 없어 파산신청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수십년동안 제대로 사람처럼 못 살아요. 모든 임금이 뺏기고… 제가 왜 그래야 합니까…”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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