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한인야구리그인 K리그 결승전에서 아리랑이 밴딧츠를 7-6으로 꺾고 올해의 우승컵을 차지했다. 지난 21일, 이글릿지 구장에서 치러졌던 아리랑과 밴딧츠의 결승전은 “야구는 9회말부터”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멋진 승부였다.
두 팀 모두 K리그 내 강팀이지만 경기 초반은 양팀 선발투수들의 완벽한 투구로 0의 행진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4회 말, 아리랑의 강타선을 3이닝 동안 8삼진으로 막아내던 밴딧츠의 선발 김태호가 제구력 난조에 빠졌고, 아리랑은 그 기회를 틈타 1번타자 양승민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낸 이래 볼넷과 3안타를 뽑아내 5-0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밴딧츠가 아니었다. 5회까지 아리랑의 선발 이경향에게 4안타 무실점으로 힘을 못쓰던 밴딧츠는 6회 초, 주장 이지훈과 김태식의 적시타 등에 힘입어 4점을 따라잡아 5-4 한 점 승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 이후, 양팀이 각각 1점을 추가해 6-5를 만들었고, 운명의 9회가 찾아왔다. 밴디츠는 7회부터 구원투수로 올라온 아리랑의 강속구 투수 이민구의 투구에 밀리다가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해 9회 초 2아웃 주자 1∙2루 상황에서 4번 타자 손명웅의 극적인 적시타로 기어코 6-6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적시타 이후에도 밴딧츠는 볼넷을 추가하며 2사 만루 역전기회를 만들었지만, 아리랑의 소방수 김현철이 밴딧츠의 강타자 임종근을 삼진으로 잡아내 위기를 벗어나며 양 팀은 9회 말에 돌입하게 되었다.
9회 말, 아리랑은 선발타자 김현철이 우전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후속타자 진루타와 포수 패스트볼로 1아웃 주자 3루의 천금 같은 기회를 잡았다. 이어 나온 6번 타자 이남길의 큼지막한 끝내기 우전안타가 나왔고, 결국 아리랑이 7-6으로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다.
아리랑은 이로써 지난 대회 준우승에 그쳤던 설움을 말끔히 씻어내며 첫 우승에 성공했다. 밴딧츠는 비록 2년 연속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초반 5-0으로 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9회 초 2아웃 이후 동점에 성공하는 끈질긴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편, 아리랑의 주장이자 포수인 이용문은 결승전 전날 왼쪽 손가락이 심하게 베이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미루면서까지 결승전에 참여하며 팀 투수들의 강속구를 9이닝 동안 받아주는 부상투혼을 발휘해 팀원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아리랑을 1년간 이끌며 팀의 궂은 일을 도맡아 했던 전형서 총무는 “기존 아리랑 선배님들이 잘 쌓아오신 기초가 있었기에 이런 영광을 안게 되었다”며 “시합에 뛰지 못하면서도 끝까지 파이팅을 보여준 벤치멤버들의 공도 절대적이었다”는 우승의 소감을 전했다.
밴딧츠의 이지훈 주장은 ”참 멋진 경기를 펼치며 승리한 아리랑팀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축하를 전하며 “이번 시즌 동안, 가족같이 함께하며 준우승을 차지한 밴딧츠의 선수 한 명, 한 명이 너무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말했다.
K리그의 하성범 회장은 K리그 홈페이지를 통해 “3회의 대회를 치르며 3번의 다른 우승팀이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증거”라며 “그로 인해 리그가 점차 발전해가고 있음을 느끼며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한 아리랑의 팀원들과 큰 탈없고 열심히 시즌을 마무리한 나머지 9팀의 모든 선수들에게도 축하를 전한다”고 2010년 시즌 마무리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손상호 인턴기자 dsonline23@gmail.com
<▲ 올해 K리그 우승컵을 따낸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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