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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소녀들, 사상 첫 우승 이루기까지

김동현 기자 hellopik@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0-09-27 10:40

U-17 여자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태극소녀들은 지난달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최덕주(50) 감독은 미국에서 몇 차례 평가전을 가진 뒤 트리니다드 토바고로 떠날 계획을 세웠다. 당시만 해도 이들을 눈여겨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총 16개국이 출전한 U-17 대회에서 한국은 독일, 남아공, 멕시코와 함께 B조에 편성됐다. 지난 8월 U-20 여자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독일은 이번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태극소녀들은 독일에 이어 조2위로 8강에 오르는 것이 1단계 목표였다.

◆9월6일 조별리그 1경기 對 남아공 전(3대1 승리)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태극소녀들은 6일 오전 트리니다드 토바고 스카버러의 드와이트 요크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대회 B조 1차전에서 여민지의 선제골과 결승골을 앞세워 남아공을 3대1로 완파했다. 신담영(동부여고)이 헤딩 쐐기골을 넣었다.

◆9월9일 조별리그 2경기 對 멕시코 전(4대1 승리)

이날 경기는 두 팀이 반드시 1승을 보태야하는 중요한 경기였다. 멕시코 입장에서는 독일과의 조별 첫 경기에서 0대9로 대패해 한국전까지 패할 경우 짐을 싸야 했다. 한국 입장에서도 B조 최강 독일과 마지막 경기를 남겨둔 입장에서 8강 진출을 굳히기 위해서는 멕시코를 넘어야만 했다.

전반 후반까지 1-1로 팽팽하던 승부의 균형을 깬 것은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떠오른 여민지였다. 여민지는 전반 40분 통쾌한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팀을 8강으로 이끌었다. 선제골을 넣은 김나리, 쐐기골을 넣은 김다혜, 이유나의 고른 활약도 돋보였다. 이로서 한국은 승점 6점을 획득,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9월13일 조별리그 3경기 對 독일 전(0대3 패배)

앞서 멕시코와 남아공을 상대로 각각 9골, 10골을 뽑아낸 독일 선수들은 스피드, 체격, 기술면에서 소녀라고 보기 힘든 팀이었다. 반면 태극 소녀들은 신장 170cm가 넘는 선수가 거의 없을 만큼 가녀리고 왜소했다. 경기에 앞서 최덕주 감독은 "독일은 괴물 같은 팀"이라며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8강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이었지만, 독일 전은 자존심 싸움이었다. 앞서 언니 대표팀도 U-20 여자월드컵에서 독일에 1대5로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었다. 쉽게 내줄 수 없는 시합이었다. 한국은 체격의 열세 속에서도 '에이스' 여민지를 앞세워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대량실점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독일의 파상공세를 3골로 막았다.

경기 후 여민지는 "경기를 해 보니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20세 언니들의 복수를 못해서 안타깝지만,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9월17일 8강전 對 나이지리아 전(6대5 승리)

연장까지 가는 초접전이었다. 지난 U-20 여자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독일 못지 않게 빠르고 강했다.

전반 초반 2골을 내리 내주며 끌려가던 한국은 여민지의 '해결사' 본능 덕분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여민지는 전반 15분 절묘한 어시스트로 이금민의 추격 골을 도운 데 이어 전반 23분엔 김나리의 크로스를 미끄러지며 골로 연결했다.

여민지의 득점 본능은 후반에도 이어졌다. 2-3으로 뒤진 상황에서 후반 25분 페널티킥으로 동점을 만든 여민지는 후반 44분 골키퍼까지 완벽하게 제치며 역전 골을 꽂았다. 5―4로 앞선 연장 전반 8분엔 시원한 헤딩 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로서 한국은 독일을 1대0으로 꺾은 북한과 함께 사상 첫 남북 동반 4강 진출을 이뤄냈다. 4강 상대는 서유럽의 강호 스페인이었다.

◆9월22일 4강전 對 스페인 전(2대1 승리)

'무적함대' 스페인은 남성 대표팀과 마찬가지로 짧고 정확한 패스가 돋보이는 팀이었다. 스페인은 경기초반 패스 게임으로 주도권을 잡아나가더니, 전반 23분 선제골을 뽑아냈다.

이날 스페인은 볼점유율과 슈팅에서 한국을 압도했다. 그러나 한국은 골을 허용하면 바로 따라붙는 특유의 팀컬러를 선보이며 역전에 성공했다. 전반 25분 여민지가 짜릿한 헤딩골을 성공시키며 대회 8호골을 기록했고, 뒤 이어 전반 39분 주수진이 단독 드리블에 이은 '헛다리 짚기'로 상대 골키퍼까지 제친 뒤 역전골을 터뜨렸다.

이로서 태극소녀들은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에서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우승까지 남은 상대는 단 한 팀. 북한을 꺾고 올라온 일본 뿐이었다.

◆9월26일 결승전 對 일본 전(3-3, 승부차기 5대4 승리)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 한국과 일본은 전·후반 90분 동안 3골씩을 주고받는 혈투 끝에 연장전에 돌입했으나 승부를 보지 못했고, 결국 승부차기까지 가는 피말리는 접전을 펼쳤다.

한국은 전반 6분만에 이정은이 선제골을 넣었으나, 일본의 중거리 슛에 내리 두골을 내줬다. 전반 46분 김아름이 중거리 슛을 성공시키며 다시 균형을 이뤘지만 후반 11분 가토 치카에 추가골을 허용했다.

패색이 짙던 한국을 살린 것은 교체 투입된 ‘미소천사’ 이소담이었다. 이소담은 후반 34분 상대 진영에서 흘러나오는 공을 놓치지 않고 중거리 슛으로 연결시켰다. 골대 상단부에 꽂히는 강력한 하프 발리슛이었다.

기사회생한 태극소녀들은 체력적인 부담 속에서도 전후반·연장 120분을 버틴 뒤, 승부차기에서 상대를 5대4로 꺾고 꿈에 그리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장슬기가 마지막 킥을 성공시키는 순간, 대한민국 축구역사는 다시 쓰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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