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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성범죄 대처법 알려주세요”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0-10-08 10:49

사전 예방·대처 방법 교육이 가장 중요…

미성년자 성범죄 소식이 하루도 빠짐없이 전해질 만큼 세상이 흉흉해졌다.
 
최근에는 한 홈스테이 주인이 자신의 집에 머물고 있는 여학생을 장기간 성폭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포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렇듯 어린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 사건이 빈발하면서 딸 가진 부모들은 세상이 더욱 무섭기만 하다.

법적으로도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만 일이 터질 때만 잠깐 관심을 두다가 잊는 것이 문제. 결국 대책을 세우는 것은 피해자 본인과 가족의 몫으로 남게 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부모들 또한 막막하기만 하다. 전문가를 만나 성범죄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예방·대처 방법에 대해 들었다.

◇ “우리 아이들의 심정부터 헤아려야”

성범죄 피해자의 연령은 해가 갈수록 연소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밴쿠버 내 12세 미만 아동 성범죄는 33%나 증가했다.

라이프리지에서 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미영 씨는 미성년자, 특히 한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가족과 멀리 떨어져 타지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의지할 사람을 찾게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적·육체적 약한 상태가 되고 부모처럼 자신을 따뜻이 감싸주고 보호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거죠. 이때 누군가 다가와 자신을 돌봐주고 보호해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쉽게 의지하고 믿게 됩니다.”

경찰 보고서를 살펴보면 성범죄 가해자가 평소 알고 지내는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성범죄 가해자가 피해자와 서로 아는 사이인 경우가 115건으로 전체 성범죄의 4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는 사람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아이의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했다.

“아이들이 쉽게 믿고 따르던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하면 수치심도 생기지만 그 가해자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이 잘못해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혼자 고민하죠. 오히려 가해자 보다 더 큰 죄책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아이들은 말 못할 고민에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죠. 사람을 기피하는 등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우울증을 못 이겨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도 있습니다”

<▲ 라이프리지 상담가로 활동 중인 조미영 씨는 "아이들은 성폭행을 당하면 ‘내가 뭔가 잘못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하고 자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부모는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아이를 안심시킨 후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살펴봐야 합니다"고 조언했다.>

◇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성범죄 사건은 목격자나 증거 확보가 힘들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진술을 위주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의 반복된 진술은 피해자에게 큰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준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일관성 있는 진술이 어려워지고 가해자는 무혐의 처분을 받는 사례가 빈발하다. 조 씨는 처벌과 재발 방지 노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성폭력 예방 노력이라고 강조하고 예방을 위한 대안으로 성범죄 예방 교육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에게 싫은 것은 ‘No’라고 대답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의 오래된 정서적 사고 때문에 한국 아이들은 어른이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거나 포옹을 할 때, 거부하는 것에 익숙지 못합니다. 그것에 야단을 치는 부모도 있구요. 우리 아이들에게 상대방이 그런 의사가 없더라도 자신이 싫다면 단호하게 싫다고 표현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올바른 성교육도 필요합니다. 안전한 성관계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성의 윤리의식을 가르치는 것이 우선입니다.”

조 씨는 아이가 성폭행 당한 사실을 알았을 때 부모가 흥분하지 말고 우선 아이에게 잘못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성폭행을 당하면 ‘내가 뭔가 잘못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하고 자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부모는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아이를 안심시킨 후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살펴봐야 합니다”

◇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조 씨는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범죄를 당했을 때 아이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범죄 발생 시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피해자 보호입니다. 캐나다 국민이든 대한민국 국민이든 똑같이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연방경찰(604-945-1550)에 전화를 해 처한 환경을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영어 의사 표현이 서툴다면 한국 통역관을 요청하세요. 한국어로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우선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합니다. 피해자에게 임시 거주 장소를 마련하고 가정 복지부(MCFD)의 사회 복지사 피해자 신변보호와 심리 상담 등을 시작합니다. 경찰은 피해자의 신변이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가해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합니다”

글·사진=최성호 기자
도움말=조미영(라이프리지 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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