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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 본고장인 일본 자존심을 '씨름 기술'로 뒤엎은 한국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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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0-10-28 11:41

일본 스모(相撲)는 동물적이다. 하체를 훤히 드러낸 불곰 같은 덩치들이 상투를 틀고 모래판에서 서로를 밀어내는 이 단순한 몸부림에 일본인들은 자부심을 느낀다. 그런 스모판을 뒤흔든 한국 사나이가 있다.

김성택(33), 일본명 가스가오 마쓰마사(春日王克昌)이다. 인하대 3학년 때인 1998년 현해탄을 건너간 지 4년 만에 스모 선수 980명 중 최고 40명이 속한 '세키도리', 즉 스모 메이저리그에서 군림하고 있다.

씨름 선수 출신인 김성택(오른쪽)은 피눈물나는 밑바닥 생활을 딛고 일어나 일본 스모의 중심에 우뚝 섰다. 김성택은“밀기 위주의 스모에 씨름의 당기는 기술을 섞으니 일본 선수들이 꼼짝 못하더라”며“한국인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 제공

"성택이만큼 독한 놈은 없다"

3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3남매를 떠맡은 홀어머니는 청소부, 식당을 전전했다. 또래보다 몸집이 컸던 김성택이 먹고 공부할 수 있는 길은 씨름부뿐이었다. 인천 부개초 2학년 때의 일이다.

부평중·고교 시절, 그는 탈선 한번 하지 않았다. 학교를 마칠 즈음 프로팀이 1억 가까운 계약금을 내걸었다. "집안 사정 뻔히 아는데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고 늘 다짐했어요." 하지만 그는 대학에 갈 수밖에 없었다.

"대학교라도 나와야 체육교사한다. 싫으면 계약금 갖고 혼자 살라"고 어머니가 버틴 것이다. 1998년 여름, 선수 영입을 위해 한국에 온 가스가야마 도장(春日山部屋)의 감독에게 당시 인하대 감독이 김성택을 가리켰다.

"어떤 악조건도 견딜 수 있는 독한 놈은 쟤밖에 없다!" 김성택이 말했다. "초청받아 일본에서 본 스모의 스케일에 놀랐다"며 "덩치들과 제대로 붙어보고 싶다, 잘하면 돈과 명예를 다 거머쥘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여권도 뺏긴 외국인 노동자 신세"

웬일인지 그때는 어머니도 "잘 해보라"고 아들을 격려했다. 일본 가나가와현(縣)에 도착했지만 그곳은 희망의 땅이 아닌 고생의 땅이었다. 21살의 김성택은 당시 도장에 있던 7명 중 제일 나이가 많았다.

하지만 서열은 철저하게 실력과 입단 순서였다. 바로 위 15살짜리 '선배'에게 따귀 맞는 건 예사였다.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빨래하고 청소했다. 그 뒤 몇 달간은 쌀 씻는 법, 야채 다듬는 법을 배웠다.

일본어도 제대로 모른 채 받아야 했던 스모 이론 교육도 고역이었다. 잠깐 졸아도 호랑이 같은 선배들의 죽도(竹刀)가 머리통을 갈겼다. 월급도 없었다. 딱딱한 다다미방과 낫토, 우메보시뿐이었다.

'이러려 씨름을 버렸나'하고 자책도 해봤지만 거기서 질 순 없었다. '한국인은 역시 안 돼'라는 일본인의 편견을 깨뜨리고 싶었다. 마음대로 떠날 수도 없었다. 입국 첫날 "잘하면 돌려준다"며 여권을 빼앗아갔기 때문이었다.

"힘닿는 데까지 일본을 흔들겠다"

드디어 김성택은 마음의 칼을 갈기 시작했다. 하루 2~3시간만 눈을 붙이고 심부름, 팀 훈련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개인 수련에 쏟아부었다. 자정 넘어서도 그의 방엔 불이 꺼지지 않았다. 한 끼에 다섯 그릇이 넘는 밥을 꾸역꾸역 입에 넣었다. 밀리지 않으려면 살이 쪄야했다. 그렇게 인고(忍苦)의 3년 반이 흐른 뒤 김성택은 키 183㎝에 몸무게 150㎏의 완벽한 스모선수가 돼 2군 레벨까지 올라갔다. 2002년의 일이다.

6개월 뒤엔 드디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김성택은 "주로 상대를 밀치는 스모에 씨름의 잡아당기는 기술과 타이밍을 곁들이자 상대들이 맥없이 자빠졌다"고 했다. 계급이 올라가자 세상이 환해졌다.

2군에선 80만엔(약 1100만원), 세키도리에 진입하자 100만엔의 월급이 들어왔다. 현재 가스가야마 도장의 선수는 총 20명이다. 김성택은 "막내가 15살인데 내가 인사만 해도 바짝 얼어서 제대로 말을 못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다가와 사진을 찍고 사인을 요청했다. 돈도 많이 모았다. 어머니에게 인천의 아파트도 한 채 마련해 드렸다. '한국인이 대단하다'고 일본 언론도 그를 주목했다. '대스타'가 된 것이다.

그렇게 메이저리거 생활을 8년째 계속했다. 한때 무릎 인대가 끊겨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스모를 그만둘 마음이 없다. 김성택은 "힘닿는 데까지 일본을 계속 뒤흔들어볼 각오"라고 말했다.

☞스모, 몸무게 아닌 실력별로 계급 나눠

스모(相撲)는 체중 아닌 실력별로 계급이 나뉜다. 계급별 성적에 따라 상위 등급으로 오르거나 하위로 강등된다. 천하장사 격인 요코즈나(橫綱)가 뛰는 마쿠노우치(幕內)를 정점으로 주료(十兩)―마쿠노시타(幕下)―조니단(序二段) 등으로 구분돼 있다. 주료 이상부터 1군으로 분류되며 스모장에 이름을 내걸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주료 이상급을 세키도리(關取)라 부른다. 경기는 매년 격월(1·3·5·7·9·11월)로 열리며 한 번에 보름씩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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