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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0-11-01 11:14

60년 만에 만났는데… 눈물의 이별
이산 상봉 종료 10분 전… 2박3일 감정 자제하던 北가족들 울음 터뜨려
"이제 다시는 못볼 텐데"… "저승에서 만난다면 놓아 드리지 않겠다"

"작별상봉 종료가 10분 남았습니다."

안내방송이 나오자 간간이 들리던 웃음소리가 모두 사라졌다. 이산가족 상봉의 마지막 일정인 작별상봉이 열린 1일 오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는 이내 통곡과 눈물로 가득 찼다.

"엄마, 이제 안심되지? 이번 상봉에서 다 풀렸지?"라며 남측 모친 김례정(96)씨를 위로하던 북측 딸 우정혜(71)씨의 얼굴도 울음을 참느라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1차 마지막 날인 1일 금강산 면회소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국군 출신 이산가족인 북측 윤태영(오른쪽)씨의 볼에 남측 동생 윤상인씨가 입을 맞추며 이별을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에서 대학 2곳을 나온 상점 지배인이자 훈·포장만 20여개를 받은 '모범 인민'인 우씨였다. '북에서 잘 산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 2박3일 상봉 내내 감정을 자제했지만 재이별의 순간이 다가오자 북받치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다.

북측 리순희(여·75)씨는 남쪽에 있는 부모님 산소에 놓아달라며 남동생 광희(74)씨 가족에게 즉석에서 쓴 편지를 건넸다. '저 때문에 얼마나 마음고생을 많이 하셔서 더 사실 것도 못 사시고 돌아가셨습니까. 제삿날에 평양에서 술 한잔씩이라도 올리겠습니다'는 편지는 절규하는 가족들이 돌려보는 통에 눈물로 얼룩져버렸다.

북측 전동복(77)씨가 남측 동생 재용(74)씨에게 "아들들이 다 서울에 살면 아버지 선산에는 누가 가보겠느냐? 네가 오래 살아서 집안을 돌봐야 한다"고 하자 조카 강소자씨는 "외삼촌, 건강관리 잘하셔서 북에서 최고 오래 사세요. 장수 최고기록 세우세요"라고 말했다.

"여러분 이제 작별상봉이 끝났습니다. 북측 가족은 먼저 나가셔서 차에 타십시오."

마지막 안내방송이 흘러나오자 상봉장은 뒤늦게 큰절 올리는 사람, 부둥켜안고 울부짖는 사람들로 마구 뒤엉켰다.

"저승에서 영혼으로 만나면 아버님을 꼭 붙잡고 놓아 드리지 않겠다"며 마음을 다잡았던 고배일(62)씨도 큰절을 올리다 터져 나오는 울음에 일어나지 못했다. 세 살 때 헤어진 북측 아버지 고윤섭(81)씨를 만나게 됐다는 소식에 단걸음에 미국에서 날아왔지만 북측 친척 등에 업혀 상봉장을 떠나는 아버지를 바라보니 지난 2박3일간의 상봉이 실감 나지 않았다.

'고장 난 벽시계'란 노래를 부르며 "나는 눈물 안 흘릴 거야. 춤추면서 형님을 보낼 거야"라고 했던 박귀환씨도 막상 작별의 시간이 되자 북측 형 박수환(76)씨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았다. 그는 "뽀뽀 한번 해보자. 이렇게 안 하면 언제 또 할 수 있겠노"라며 형 볼에 입을 맞췄다.

큰절을 올리는 남측 동생들 가족에게 "나 오래 살 테니까 너희도 건강해라"란 덕담을 건넨 북측 유형준(79)씨, 북측 오빠 성길용(79)씨에게 "오빠, 건강해서 고마워"라며 울먹인 남측 성은자씨 등 상봉장 97개 테이블마다 한 맺힌 97가지 드라마가 펼쳐졌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며 북측 가족들이 버스 3대에 탑승하자마자 남측 할아버지 할머니들 수백명은 버스 차창 옆까지 뛰듯이 걸어갔다.

휠체어에 탄 김례정씨는 1·4 후퇴 때 12살 딸만 남겨두고 떠난 기억이 자꾸 떠오르는 듯 버스에 탄 딸 우정혜씨를 올려다보며 "이제 다시는 못 볼 건데 어떻게 해"를 몇번이고 되풀이했다. 남측 동생들에게 "어머니 좀 안정시키라"며 손수건으로 눈물만 닦던 정혜씨였지만 동생들이 어머니를 번쩍 들어 올리자 차창 밖으로 덥석 손을 내밀어 어머니 손을 꼭 잡았다.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까지 작은 창문을 통해 맞잡은 혈육들의 손은 좀처럼 떨어지지 못했다. 남북 이산가족들이 2박3일 중 함께한 시간은 도합 11시간. 60년 이산의 한을 달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3~5일 금강산에서 진행될 2차 상봉에서는 남측 이산가족(상봉신청자) 94명(동반가족 43명 별도)이 북측 이산가족 203명을 만난다. 남측 가족들은 2일 속초 한화콘도에 모인 뒤 3일 오전 금강산으로 향한다. 1차 상봉과 마찬가지로 4차례의 상봉과 2차례의 공동식사 일정이 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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