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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짐 챙기러 다시 온 집, 떠나려니 눈물만…

이신영 기자 foryou@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0-11-25 13:41

살림 널브러져 아수라장 필수품만 싸서 배에 올라
"여기 해병대에 있는 아들 차마 두고 떠날 수 없어" 짐싸다 주저앉은 주민도

25일 오후 3시 30분 인천을 떠난 여객선이 연평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23일 북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 황급히 떠났던 연평도 주민 100여 명이 세찬 찬바람 속에 귀환했다. 포격 때 미처 못챙긴 옷가지와 생필품을 챙기러 들른 주민들이었다. 이틀 전 포격을 맞고 인천 친지집에 대피했다가 연평도를 다시 찾은 주민 이모(56)씨가 66㎡ 슬레이트를 얹은 1층집 거실에 들어섰다. 이씨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더니 굵은 눈방울이 두 볼에 흘러내렸다. "평생 살아온 터전인데…. 이렇게 망가져버렸네. 앞으로 어떻게 살지 정말 모르겠소…."

집 안 가스레인지 위 뚝배기엔 청국장이 시멘트 부스러기와 함께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건조대에 널었던 속옷가지는 거실 바닥에 어지럽게 늘어져 있었다. 포격 때 부랴부랴 싸다 그만둔 짐가방의 벌어진 틈에는 옷가지가 마구 쑤셔져 있었다. 이씨는 짐을 다시 싸서 차 트렁크에 실었다. 오후 5시에 떠날 인천행 여객선을 타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는 이내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이씨는 "죽어도 여기선 살 순 없는데, 해병대에 있는 아들을 차마 두고 갈 수 없어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나는 남을게"… 가족 생이별… 25일 오후 폐허가 된 연평도에서 섬을 지키기로 한 한 가장이 가족을 떠나보내고 있다. 이날 연평도 주민들은 오후 5시에 출발한 마지막 배를 끝으로 대부분 연평도를 빠져나갔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3일째인 25일 1400여 명의 연평도 주민 가운데 남은 사람은 단 50여 명뿐이었다. 이날 오전부터 3차례 뱃길이 열려 해경경비정과 여객선을 타고 인천으로 나간 주민이 170여 명이나 됐다. 배 떠날 시각 선착장에 모인 주민들은 전화기를 붙잡고 가족에게 "빨리 선착장으로 와!", "오늘이 마지막 배야!"라고 소리쳤고 가족이 도착하자 부둥켜 안고 허겁지겁 배에 올라탔다.

밤이 되자 연평도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형체없이 불타버려 쓰러진 집 뼈대 주위에서 비쩍 마른 개들이 먹을 것을 찾아 코를 킁킁댔다. 마을 곳곳엔 깨진 유리창 파편과 벽돌이 나뒹굴었다. 사흘이 지났는데도 화약 냄새가 여전히 진동했다. 면사무소에서 해병대 부대 쪽으로 50m쯤 떨어진 야산에는 나무 수십 그루가 불에 탄채 밑동만 남아있었다.

주민 30명이 모인 주민대책위원회 사람들은 마을을 돌며 짐을 챙기는 이웃들에게 "내일은 무조건 섬을 떠나라"고 통보했다. 정부와 군이 위험하다며 대피하라고 한 것이다. 이날 짐을 챙기러 연평도에 들어온 주민 김모(65)씨는 "집에 와보니 역시나 전기와 물이 안 들어왔다"며 "정부에서 섬을 제대로 복구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수퍼 주인 차태정(39)씨는 "남은 빵과 우유 등 음식을 전부 군 장병들에게 나눠줬다"며 "미련없이 떠나니 국가에서 집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상점 문을 굳게 닫았다.

주민들이 떠난 낡은 대피소는 썰렁했다. 24일 밤만 해도 주민 20~30명이 대피소 2곳을 지켰지만 이날 아침부턴 빈 자리가 많아졌다. 면사무소 인근 42㎡ 넓이의 좁은 대피 공간은 난로와 담요, 박스뭉치와 종이컵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남은 주민들은 "라면을 먹고 싶은데도 뜨거운 물이 없어 집에서 물을 덥혀 왔고 화장실과 전기시설이 없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주민 이종식(56)씨는 "30년 전 대피소엔 양초가 항상 불을 밝혔고 식량과 물도 충분했다"며 "전쟁상황이 발생했는데도 이게 웬 푸대접이냐"고 말했다.

마을 곳곳 전봇대마다 파손된 채 주렁주렁 매달린 광케이블을 연결시키는 기지국 복구 인력이 주민보다 눈에 많이 띄었다. 연평초등학교에서도 재해구조협회 인력 20여명이 새로 짓는 조립식 가옥 15채의 골격마디에 땜질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는 시킨대로만 일을 할뿐 주민들이 다시 올거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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