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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온갖 행패보다 더 못나고 위험스러운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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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0-12-28 09:25

북한은 동(東)아시아에서 동네 불량배 같은 존재다. 동북아는 세계에서 가장 경제적 활력(活力)이 넘치는 곳이다. 경제 규모에서 세계 2위를 다투는 중국일본에 이어 13위의 대한민국이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동북아 3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육박한다. 한·중·일(韓·中·日)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 요인이 도사리고 있지만 3국 간 경제 협력과 경쟁은 이를 덮고도 남을 만하다.

이 동북아 3국 사이에 이단자(異端者)처럼 자리잡고 있는 게 북한이다. 북한은 오래전에 파산한 체제다. 김정일은 1990년대 중반의 대(大)기근 이후 주민들의 의식주(衣食住)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년의 세월을 한편으로는 한국과 미국,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원조에 몸을 기대 근근이 버텨왔다. 그렇다고 고분고분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고마워하는 것도 아니다. 온갖 포악(暴惡)질을 일삼아 왔다. 그렇게 해야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잘못 배웠기 때문이다.

북한은 힘으로 주변을 압도하지도 못한다. 핵·미사일을 빼면 북의 군사력은 대한민국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국력(國力)이란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2009년 국민총소득(GNI)은 북한의 37배, 무역규모는 무려 200배를 넘는다. 중국·일본과 비교하면 북한의 힘은 더 보잘것없다. 그런데도 이런 북한이 2010년 내내 동북아 전체를 쥐고 흔들었다. 한·중·일 3국은 물론, 미국·러시아·유엔까지 달려들었지만 북한의 행패를 제압하지 못했다. 북한에 쩔쩔맨 정도가 아니라 세계 경제·외교·군사 강국들이 북한 문제를 놓고 서로 삿대질을 해가며 언성을 높였다. 동네 불량배가 제멋대로 행패를 부린 책임을 누가 져야 하며, 어떻게 이 버릇을 고칠 것인가를 놓고 멀쩡한 어른들이 편을 갈라 싸우는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북한은 2010년 군사 도발을 통해 중국을 운명공동체로 묶어두는 데 성공했다. 중국은 북한이 연거푸 한국을 공격하고, 국제사회가 '중국 책임론'을 들고 나오자 북한의 벼랑 끝 여행의 동반자로 나섰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중국이란 대국(大國)이 불량배 북한이 짠 틀(frame) 속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간 셈이다. 그러나 중국이 정말 북한과 손을 잡고 한·미·일(韓·美·日)에 맞서는 구도를 원했는지는 의문이다.

중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의 대북(對北) 전략은 북한 정권이 상당기간 그 자리에서 버텨주는 '현상 유지'다. 그래야 갑작스러운 북한 붕괴로 인한 한국 주도의 통일과 그에 따른 미군(美軍)의 중국 국경 진출 사태를 막을 수 있고, 북한 난민이 대거 중국에 들어와 혼란을 초래하는 일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와해(瓦解) 조짐을 보이는 북한 체제를 억지로 붙들어 두겠다는 것 자체가 허망한 목표다. 또 한국 주도의 통일이 이뤄졌을 때 미군의 역할과 주둔 지역은 앞으로 한반도 관련국들이 협의해야 할 사안이다. 북한 난민 역시 북쪽에 안정된 경제 체제가 자리잡으면 대부분이 다시 돌아올 것이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면 될 일을 놓고 미리 결과를 예단(豫斷)한 채 목청을 높이며 싸우고 있는 꼴이다. 중국은 지금 북한의 현상 유지를 위해 너무 많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한국 역시 올 한 해 동북아 구도 싸움에서 패했다. 한국은 그간 중국과의 관계를 경제 분야 너머로까지 확대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써 왔다. 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입에 올리는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라는 수사(修辭)에는 그런 염원이 담겨 있다. 북한의 도발은 한·중 관계를 갈라놓는 데 성공했다. 한국이 과거 냉전시절 같은 동북아 패권 경쟁 구도 속으로 떠밀려 들어가는 것은 한국은 물론이고 동북아의 장래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다.

북한은 2011년에도 온갖 도발을 저지를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행패보다 더 못나고 위험스러운 일이 명색이 세계 강국이라는 나라들이 북한의 도발을 놓고 서로 삿대질이나 하고 멱살잡이를 하면서 북한이 원하는 대로 끌려 다니는 상황이다. 내년에도 이런 잘못된 행태가 계속된다면 북한의 도발은 더 거세질 것이고, 동북아의 경제 번영까지 위협하려 들 것이다. 2011년 한국 외교는 이 못난 행태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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