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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인포 부대 앞 다다르자 해병이 “손 들어!움직이면 쏜다!”

조선일보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0-12-30 14:06

박국희 기자

매일 식별표 바꾸며 경계… K-9 자주포 항시 발사대기
해병들 눈엔 핏발 선 毒氣 "전우 죽음에 더 굳건해져"

서해 파도는 거셌다. 29일 정오쯤 인천을 떠난 배는 거친 파도 앞에 춤추듯 출렁거렸다. 5시간 만에 멀리 서해 최북단의 백령도가 보였다.

배에서 내리자 해병대 헌병이 팔에 찬 피아(彼我) 식별 띠가 먼저 눈에 띄었다. 띠에는 '멸공·통일'이라고 쓰여 있었다. 섬 전체에 긴장감이 팽팽했다.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진돗개 하나였던 경계 대비 태세가 23일부터 진돗개 둘로 유지되고 있다. 백령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천안함 사태 때도 없었던 일이다. 도로를 지나는 군 차량마다 보닛 위에 빨간 천이 붙어 있었다. 항공기에 아군임을 나타내는 표지였다. 매일 매일 색깔이 바뀐다고 한다. 3월 천안함 폭침 때는 백령도 군 차량에 이런 표지가 없었다. 휴가 금지는 연평도 사태 한 달여 만인 27일 풀렸지만 기상 악화로 휴가 장병은 이날 아침에야 섬을 빠져나갔다.

155㎜ K-9 자주포는 해안선이 아닌 섬 한가운데 있었다. 해병대 관계자는 "사정거리가 40㎞여서 포 위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오후 8시쯤 포격 부대 뒤편 산기슭을 5분여 올라가자 어둠 속에 하늘로 솟은 K-9의 거대한 포신이 위용을 드러냈다. 직격탄을 피하기 위해 콘크리트 진지 속에서 포신만 내놓고 있었다. 모든 포탄에는 언제든 쏠 수 있도록 신관(기폭장치)이 장착돼 있었다.

30일 서해 백령도 한 포진지의 K-9 자주포 앞에서 해병대원이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날카로운 눈으로 북쪽을 감시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되풀이되는 훈련과 한 달이 넘는 비상 대기로 해병들의 눈에는 핏발이 서려 있었다. 북한군의 제1 타격 목표이자 백령도에서 북을 공격할 수 있는 유일한 부대인 만큼 이곳 해병들의 자긍심은 대단했다. 박현우(22) 병장은 "전우와 민간인들을 지키기 위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걱정하실 부모님께는 군사 기밀상 정확한 임무를 말씀드리지 않았다"고 했다. 심장부정맥과 공기가슴 수술을 하고 자원입대한 한보현(20) 이병은 "훈련소에서 연평도 뉴스를 듣고 동기들끼리 두려워하지 말자고 서로를 격려했다"며 "지난 18일 입도(入島)하자마자 식당 밥이 아닌 전투식량을 먹으며 임무를 익히고 있다"고 했다. 이환욱(29) 중대장은 "연평도 해병들이 죽거나 다치는 걸 체감하면서 대원들 정신 상태가 더 굳건해졌다"며 "오히려 북을 응징하려고 적이 도발했으면 하고 바라는 해병들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굵은 눈발을 헤치고 인근 105mm 견인포 부대 앞에 다다르자 바짝 군기 든 해병이 소리쳤다. 지난 8월 입대한 이종화(20) 이병은 지난달 연평도에서 북의 포격에 전사한 고(故) 문광욱 일병의 훈련소 동기다. 이 이병은 "'전역하고 군산에 가면 연락하자'고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며 "아직도 광욱이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 이병은 "그전엔 피곤하고 나태하기만 했던 새벽 근무였는데 광욱이를 보내고 나선 부대를 지키는 게 가족과 나라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경계를 서고 있다"고 말했다.

눈보라 몰아쳐도… 백령도는 잠들지 않는다… 30일 서해 최북단 백령도의 포 진지 입구에서 해병대원이 눈보라를 맞으며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연평도 포격이 있었던 지난달 23일 이후 백령도 흑룡부대는 한 달 넘게 비상대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북방한계선(NLL)으로부터 8㎞, 북한 장산곶에서 17㎞ 떨어진 섬 북쪽 사항 포구의 해안 초소에는 경비병들이 직경 1m의 대형 서치라이트로 해안선 곳곳을 비추며 물샐 틈 없는 감시를 하고 있었다. 해병들은 모두 실탄을 갖고 있었다. 지난 6월 북한에서 철선(鐵船)을 탄 귀순자가 내려오기도 해서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곳이 백령도다. 이재규(22) 병장은 "깜깜한 바다를 보고 경계를 서다 보면 어느 누가 접근할지 몰라 바짝 긴장된다. 가족·친구들 생각할 겨를이 없다"며 전방을 꼿꼿이 주시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잇따른 북의 도발은 20대 초반 청년들을 진정한 군인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달 초 백령도 해병 6여단에서 열린 문예대회에서 박태호 일병은 이렇게 썼다.

'해병 전사자 뉴스를 보며 가슴이 뛰고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한 핏줄 같은 전우를 잃은 슬픔이 너무나 크다. 얼마나 분할까. 얼마나 아팠을까. 6여단 해병은 서해 5도를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우리를 믿는 국민을 위해 배수진을 치자. 이순신 장군 말씀처럼 죽기를 각오하며 하나로 뭉쳐 조국의 선봉에 서는 흑룡 전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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