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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지 2차오염 비상] 가스 부풀어오른 돼지 사체들 땅위로 솟아나와

박은호 기자,이천=한수연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2-17 10:08

[이천 매몰지서 잇달아 발생] 소는 내장 빼낸 후 묻지만 돼지는 대부분 생매장
내장 썩으며 가스 발생… "부실한 매몰작업도 원인"

구제역 가축을 엉터리로 땅에 묻어 심각한 오염 문제가 우려되는 가운데 생(生)매장된 돼지의 사체가 매몰지 밖으로 나오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 이천시는 "지난달 17일부터 시내 6개 매몰지에서 돼지 몸통 등 사체 일부가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시는 최근 기온이 올라 매몰된 사체가 빠른 속도로 부패하는 과정에서 방출된 가스로 인해 사체가 매몰지를 뚫고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6m 넘는 흙을 뚫고…

1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의 한 농장 주변에 있는 구제역 돼지 매몰지에는 빨간색 출입금지 테이프가 둘려 있었고 비닐이 덮어진 흙 위로는 U자형 가스배출관 7개가 불쑥 솟아 있었다.

17일 경기도 이천시의 한 농장 근처에 있는 구제역 돼지 매몰지. 생매장한 돼지의 내장 등에 가스가 차면서 사체들이 흙을 뚫고 밖으로 올라오자, 이천시가 흙을 다시 쌓고 비닐로 덮어놓았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지난달 29일 돼지 2411마리를 살(殺)처분했던 농장주 이모(30)씨는 지난 1일 돼지를 매장했던 흙더미 위에 돼지 3~4마리가 부풀어 오른 채 튀어나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6m 넘게 쌓은 흙을 뚫고 돼지의 머리나 몸통 일부가 밖으로 나와 있었던 것이다. 이씨는 "시청에서 나와 원래 매몰지의 (돼지가 튀어나와) 비어 있던 자리에 다시 돼지를 묻었다"며 "살처분하는 과정에서 가스가 나오는 구멍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0일 이씨의 농장에서는 또다시 5~6마리의 돼지 사체가 밖으로 나왔다. 이천시에는 이곳을 포함해 율면 월포리 2곳, 설성면 장능리, 모가면 소가리, 두발읍 죽당리 등 지금까지 6곳의 농장 매몰지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매몰 작업 제대로 안 된 것"

무게가 500~600㎏나 되는 소의 경우 살(殺)처분할 때 대부분 배를 갈라서 내장을 빼내고 묻었다. 내장이 부패하는 과정에서 가스를 대량 발생시켜 부풀려진 사체가 매몰지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돼지(약 100㎏)는 이번에 약 320만 마리를 급하게 처분하면서 생(生)매장한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내장을 포함한 돼지 몸통이 풍선처럼 불어나 매몰지 밖으로 불거져 나왔다는 것이다.

그래픽= 양인성 기자 in77@chosun.com

이천시 관계자는 "매립지가 부풀어 오른 것은 돼지의 사체 변화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으로 기온이 올라갈수록 사체가 팽창해 매립지 융기가 계속 생겨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한진수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매몰지를 뚫고 나와) 돼지 사체가 노출된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날씨가 풀리면서 흙의 빈 공간이 채워져 노출됐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 그렇다면 흙을 채우는 과정에서 공간을 남겨두었다는 것으로 매몰 작업이 제대로 안 됐다는 얘기가 된다"고 말했다.

돼지 사육 두수가 37만2546마리로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이천시에서는 전체 돼지의 90%가 살처분됐다. 지금까지 소·돼지 37만5618마리를 348곳에 묻었고 이 중 86곳에서 지반 침하, 토양 융기, 침출수 발생 등의 문제점이 발견돼 재매몰, 재복토, 배수로 정비, 우수로 확보 등을 했다.

사후 관리도 우려되는 수준이다. 이천시의 매몰지 옆에는 '이 장소는 구제역 관련 ○○(동물명) ○○두(동물 수) 매몰장소이므로 향후 3년간(○○년 ○월 ○일까지) 발굴을 금합니다'라고 쓰여 있는 푯말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매몰 가축의 종류와 수, 매몰 시한 등 구체적인 내용이 적혀 있어야 하는데도 푯말에는 동그라미만 여러 개 있었다. 이천시 관계자는 "우리가 그 많은 것을 어떻게 다 일일이 적느냐"며 "읍·면에 관리를 맡기고 있는데 앞으로 관리를 제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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