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카다피, 하루 300만원짜리 용병으로 시민 공격”

장상진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2-23 10:08

리비아 제2의 도시 뱅가지에서 시민들이 반정부 시위 희생자를 위한 장례식장에 모였을 때, 총탄과 포탄이 날아들었다. 기관총과 저격용 소총, 심지어 대공 미사일까지 동원된 무자비한 공격이었다. 겁에 질린 부녀자와 아이들은 공격을 피해 다리 위에서 강으로 뛰어내렸다. 대부분 수면에 부딪히는 충격으로 숨졌고, 나머지는 익사했다. 우리를 공격한 군인들은 (리비아의 언어인) 아랍어 대신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들은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냥 총을 난사할 뿐이었다. 심지어 해머와 칼로 사람들을 죽이기도 했다.”

영국 언론 ‘익스프레스’가 22일 현지 주민과 언론 등을 인용해 전한 리비아 현지 모습이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반대파를 소탕하고 민중 봉기를 진압하기 위해 다수의 해외 용병을 끌어들였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같은날 영국 데일리메일은 몸값 1만8000파운드(3300만원)짜리 용병들이 시위 탄압에 투입됐고, 뱅가지에서만 최소 450~2000명이 살해됐다고 전했다. 또 아프리카 가나의 언론들은 용병들의 하루 수당이 2500달러(280만원)라고 보도했다.

용병들의 국적으로는 차드,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말리, 수단 등이 거론되며, 심지어 아시아와 동유럽 출신이라는 설도 나돈다. 탄압에 항의해 최근 사임한 인도 주재 리비아 대사 알리 알 에사위는 22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용병들은 아프리카 출신으로 프랑스어와 그 밖의 언어를 쓴다”고 말했다. 그는 용병의 존재가 오히려 리비아군의 이탈을 촉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비아 군인들이 외국인의 손에 자국민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고 국민의 편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다.

에사위는 알자지라와의 또 다른 인터뷰에서 “생존자들에 따르면, 용병들은 아랍어를 쓰지 못하는 아프리카인들로, 가정집에 들어가 부녀자와 아이들을 살해하는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용병들이 시가전에 익숙한 서(西)아프리카 사막 주변지대 출신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일부 언론은 백인 용병들도 카다피군에서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군인 출신 가운데 일부는 인종차별정책이 철폐된 이후 군에서 나온 뒤 아프가니스탄이라크 등 분쟁 지역을 떠돌며 전쟁에 참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리비아 사태에 개입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한 영국 기업 근로자는 용병들이 앰뷸런스 안에 숨어 있다가 시민들을 사살하고 있다고 영국 언론에 전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용병들이 공공장소에서 완전히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쏴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다에서 대학에 다니는 사담(21)은 용병들이 이틀 만에 150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첫날 경찰이 시민들을 향해 발포해 친구인 칼리드를 포함한 8명이 숨졌고, 다음날엔 차드·튀니지·모로코에서 온 프랑스어를 쓰는 용병이 우리를 공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생포된 용병들이 ‘반대자를 모두 죽이라’는 카다피의 지시를 받았다고 털어놨다”고 덧붙였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1  2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