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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북의 “불과 쌀 달라”시위가 '김씨 완조' 몰락을?

안용현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2-28 10:17

안용현 정치부 북한팀장

1811년 평안북도에서 홍경래가 난(亂)을 일으켰다. 빈부 격차, 지역 차별, 세도정치 등 조선 후기 모순에 저항한 대규모 민란(民亂)이었다. 홍경래의 난은 5개월여 만에 정주성에서 막을 내렸지만 봉건체제 붕괴를 가속화시켰다.

2011년 2월 14일쯤 평북 정주·용천 일대의 주민 수십명이 야음을 틈타 "불(전기)과 쌀을 달라"고 외치는 시위를 벌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18일에는 평북 신의주에서 시장 단속에 항의하던 주민 수백명과 북한 당국이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북한은 200년 전처럼 현대판 봉건체제의 모순이 갈수록 곪아가고 있다.

1990년대 동구권 공산국가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북한 붕괴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많았었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망하지 않았고 이후 "북한 붕괴론은 북한을 모르는 우파들의 환상일 뿐"이란 좌파의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최근 중동발(發) 민주화 바람에 독재국가들이 잇달아 무너지고 있다. 북한과 중동은 다르지만 지금의 북한도 20년 전과는 분명 다르다. 당시 북한에 한 대도 없던 휴대전화가 지금은 30만대 이상 보급됐다. 중국과 가까운 북한 땅에선 중국 휴대전화만 있으면 서울과 곧바로 통화할 수 있다. 또 북한 주민들은 USB 메모리와 DVD 등을 통해 남한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있다. 최근 한 탈북자는 "북한에서 DVD로 남한의 저녁 8시 30분 드라마를 보면 KBS나 MBC 9시 뉴스의 주요 내용이 자막으로 뜬다"고 전했다. 황해도·평안남도·강원도 등 휴전선 인접 지역에선 남한 TV가 그대로 잡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탈북자의 급증으로 2만명을 넘었다. 한 탈북자 단체는 최근 '탈북자들의 66.2%가 북한에 돈을 보내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돈과 함께 정보도 들어갈 것이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체제 충성도가 크게 약화됐다. 이제 주민들은 대놓고 김정일 욕을 한다. 김일성 시대 주민은 모두 배급을 받았던 반면 김정일 시대 주민들은 2400만명 중 2000만명이 시장에 의존해 먹고 산다.

지금까지 북한에선 정치적 시위가 일어난 적이 없었다. 인터넷 접근이 불가능하고 대규모로 모이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국가안전보위부(남한의 국정원)·인민보안부(경찰)·호위사령부·보위사령부 등 4대 공안기관이 시퍼렇게 주민들을 감시하고 있다. 그러나 2009년 12월 화폐개혁 실패 이후 주민들이 보안원을 폭행하는 등 공권력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화폐개혁 이후 민생과 관련한 소규모 항의는 종종 있다"고 밝혔다. 2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상황이다.

한 탈북자는 "평북은 이전부터 '반골(反骨)' 기질이 강해 북한 당국이 골치 아파하는 지역"이라고 했다. 200년 전 홍경래의 난이 조선왕조 붕괴를 부채질했던 것처럼 최근 평북 정주·용천 일대의 주민 소동에서 '김씨(金氏)왕조'의 몰락을 떠올린다면 너무 성급할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그래픽= 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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