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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부부의 결혼 60년...이화여대 3학년때 몰래 결혼 손명순 여사, 임신 숨긴채 이대 다녀

윤정호 기자 ,조의준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3-04 14:16

YS부부의 결혼 60년…
[이화여대 3학년때 몰래 결혼]
톨스토이·이광수 소설 읽어봤다는 그녀에 반해… 임신 숨긴채 이대 다녀
[시래깃국+갈치 한토막]
상도동 안주인 인기 메뉴… 비서에게도 일절 부탁 않고 평생 '그림자 내조'
[60년만에 통한 부부]
"맹순이 고맙데이" YS 말에 "푸훗" 그녀는 웃음만… 요즘에야 비로소 "사랑해요"

"맹순(명순)이가 이쁘고 좋아서 60년이나 살았지."

김영삼(金泳三·83) 전 대통령은 4일 부인 손명순(孫命順·83) 여사의 손을 꼭 잡고 결혼 60주년을 기념하는 회혼(回婚)식장에 들어섰다. 손 여사는 몸이 불편해 부축을 받으면서도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손을 맞잡은 김 전 대통령이 "니도 한마디 해라"고 했다. 분홍 양장 차림의 손 여사는 "좋아서 살았지예"라고 했다.

“맹순이 참 고맙소, 내 이 말밖에 없데이.” 사회자가 “뽀뽀 좀 하시죠”라고 하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손명순 여사에게 망설임 없이 다가가고 있다. 결혼 60주년 기념식장은 ‘대통령의 뽀뽀’로 떠들썩했다. 아들 현철씨는 “솔직히 요즘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너무 애정표현을 하셔서 부끄러울 정도”라며 “어머니께서 자식들 보는 데서는 그만 좀 하라고 말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선본 지 한 달 만에

두 사람은 1951년 6·25 전쟁 중에 만났다. 김 전 대통령은 서울대 철학과 3학년, 손 여사는 이화여대 약학과 3학년으로 23살 동갑이었다. 마산에서 고무신 공장을 하던 '갑부'집 딸은 약학과 수석합격자였다. 두 사람은 2월 초 선 본 뒤 한 달 만인 3월 6일 식을 올렸다. 김 전 대통령은 "'할아버지 위독'이란 전보를 받고 고향에 내려갔어. 그것도 세 번이나. 그때마다 선을 보라는 기라. 앞에 두 번은 퇴짜를 놨는데 세 번째가 집사람이었어. 얼굴도 예쁘고 그렇더라고. 내가 '톨스토이 부활하고 이광수의 사랑을 읽어봤냐'고 했더니 '읽어봤다'하데. 아따, 이 여학생 대단하다 싶었지"라고 했다. 손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의) 싱긋 웃는 모습, 눈웃음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경남 마산 문창교회에서 식을 올리게 돼있었다. 주례 목사가 날짜를 착각해 오지 않았다. 신랑 신부는 2시간 동안 발을 동동 구르다 "하객 중에 혹시 목사님 없습니까"라고 물어 즉석에서 주례를 구했다.

(사진 왼쪽)젊은 시절 물놀이를 즐기는 김영삼 전 대통령 부부. (사진 오른쪽)1983년 5월 18일 신군부의 정치 규제에 항의한 단식투쟁 뒤 입원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손명순 여사가 돌보고 있다. /김영삼 민주센터 제공·조선일보

결혼하면 퇴학당하는 게 당시 이화여대 교칙이었다. 새색시는 결혼사실을 비밀에 부쳤다. 그러다 덜컥 첫 아이를 가졌다. 불러오는 배를 천으로 감싸 감추고 학교를 다녔다. 1952년 첫 딸 혜영씨가 태어났고 이후 2~3년 간격으로 2남3녀를 낳았다. 손 여사는 졸업의 꿈을 이뤘고 김 전 대통령도 26세이던 1954년 최연소 국회의원이 됐다. 김 전 대통령은 "들러리 선 두 사람이 결혼을 비밀로 해줘 (아내가) 졸업까지 했다. 고맙데. 그래서 약사면허증도 있다. 장롱 면허이긴 하지만…"이라고 했다.

시래깃국 안주인

손 여사는 결혼 초기엔 시댁이 있는 거제로 내려가 멸치 말리는 법부터 배웠다. 거제에서 배운 '시래깃국에 갈치 한 토막'은 상도동 안주인의 '접대 브랜드'가 됐다. 야당 시절 손 여사는 하루에 한 말씩 밥을 해야 했고 중국 언론은 "김 전 대통령이 정치 9단이라면 손 여사는 내조 9단"이라고 했다.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는 "보통 '보스'의 아내는 이런저런 부탁을 하기 마련인데 손 여사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고 했다. 이런 내조는 부인이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김 전 대통령의 성격 탓도 있다. 김 전 대통령은 회혼식에서 "제 아내 손명순은 언제나 자신을 낮추고 남편인 저를 높여 주었다. 젊어서는 고생도 너무 많이 했다. 화를 잘 내는 저에게 언제나 져 주었다. 아내는 한 번도 자신을 내세운 적이 없다"고 했다.

"나는 철학자 되지 못한 행복자"

김 전 대통령은 "소크라테스는 '양처(良妻)를 가지면 행복자가 되고 악처(惡妻)를 가지면 철학자가 된다'고 했는데 저는 양처를 가졌기 때문에 철학자가 되지 못하고 행복자가 됐다"며 웃었다. 그는 "내 인생에서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민주화를 이뤄낸 일이고, 다른 하나는 60년 전 손명순 여사를 아내로 맞이한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 가지 일은 대견스럽다"며 "우하하하" 웃었다. 김 전 대통령이 "맹순이 참 고맙소, 내 이 말밖에는 없데이"라고 하자 부인도 "푸훗"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사진 왼쪽)꽃다발을 든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한복을 차려입은 손명순 여사. (사진 오른쪽)1999년 6월 3일 김포공항에서 페인트 세례를 받은 김영삼 전 대통령을 손명순 여사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김영삼 민주센터 제공·AP

자녀들은 "요즘 아버지가 변했다"고 했다. "요즘 두 분의 애정표현이 너무 과감해졌다"는 것이다. 차남 현철씨는 "예전에는 어머님이 출근하는 아버님의 양복을 챙겨주시며 꼭 한 번씩 안아주셨다. 그런데 요즘엔 아버님이 먼저 안아주신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이 워낙 자주 안아주자 최근엔 손 여사가 "애들 앞에서 어떻게 그래요. 최소한 애들 떠나고 하세요"라고 했단다. 회혼식에서도 사회자가 "키스를 부탁한다"고 하자 김 전 대통령은 망설임 없이 부인의 볼과 입술에 입을 맞췄다. 여든 넘은 손 여사가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손 여사는 최근 김 전 대통령에게 말을 놓기 시작했다. 현철씨는 "어머님은 야당 총재시절 항상 긴장속에 살아 사석에서도 총재님이라고 부를 만큼 존댓말만 썼다"고 했다. 그랬던 '맹순이'가 최근엔 남편을 툭툭 치면서 "당신, 사랑해요"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민주화 투쟁이 끝나고 대통령을 거쳐 자연인으로 돌아온 뒤 이제서야 부부는 마음을 터놓았다. 김영삼은 60년이 흘러 손명순의 진짜 남편이 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김수한·박관용 전 국회의장, 이수성 전 국무총리, 박희태 국회의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한나라당 대표, 이재오 특임장관도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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