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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연재時]파릇한 시간

김해영 시인 haeyoung55@hot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3-19 11:49

내 몸은 천칭
자칫 어느 하나를 욕심내면
그만 기울어져 넘어지는

세상일에 치우치면
시가 막히고
글쓰기에 몰두하면
세상 것이 우스워진다

어느 날 헤어날 길 없는 절망의 수렁에 빠졌다
끝간데 없던 호기는 다 사라지고 절망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우울증인가 자가진단을 했다
마음이 허해지자 몸에 병이 왔다

병이 들고 바짝 정신이 든다
마음과 몸을 나란히 들고 저울질을 한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다
팽팽하다

아, 미루어둔
파릇한 사랑을 하고
노을처럼 고운 시 쓸 시간이
내게도 주어질까

터무니 없는 기대를 해본다

<시작 메모>
그 동안 의지와 이성으로 육신을 지배해왔다. 고분고분하던 육신이 갑자기 반란을 일으켰다. 하는 수 없이 그것의 비위를 맞춘다.


세상 모든 것이 조화와 균형의 이치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잊었었다. 순수한 영혼과 튼튼한 신체, 세상일과 글쓰기, 고른 식사와 적당한 운동, 홀로 명상하기와 더불어 살기 등을 양손에 쥐고 꺾인 무릎을 펴본다. 일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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