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놀미욤 들에게 물으니
저 수채화 물감빛 하늘에서 오지
연둣빛 혀로 답한다
아니야, 샛바람이 봄내를 싣고 와 겨울을 휘적여 놓던데
회색빛 가신 하늘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웬 걸, 나비처럼 팔랑거리는 여인네 옷자락에서 묻어나는 거야
바람이 속삭인다
뽀초롬 연둣빛 혀를 물고 있는 들과
한결 가벼워진 하늘빛,
향내를 품고 있는 봄바람이
정숙한 여인네를 꼬드겨 일으킨 반란인 걸
어드메서 오는지
어느메쯤 떠나갈지
아지 못하는 봄이 시비(侍婢)처럼 다가와
분홍, 노랑, 연두, 주홍
색동옷을 입혀준다
들녘에 아지랑이 가르릉거리고
뜨락에는 반란의 흔적이 낭자하다
<시작 메모>
봄은 반란이다. 여리고 순하고 보드랍고 숫된 것들의 대반란.
봄이 아니라면, 그 두툼한 겨울의 장막을 뉘 걷으며 위풍당당한 동장군의 진군을 그 누가 막을 수 있으랴.
뜨락에 쏙쏙 고개 내미는 순들과 오색 튤립들을 바라보며 희미한 기대를 품어본다.
아, 나도 저 여린 싹처럼 언 대지를 박차고 솟아날 수 있을까? 저 보드레한 솜털로 두꺼운 각질을 헤집고 꽃망울 틔울 수 있을까? 징그러운 허물을 벗고 흰 나비 되어 푸른 하늘을 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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