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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13년간 뒷걸음질만 했다“CIA가 감탄했던 대북정보력, 결정적으로 망가지게 된 계기는...”

월간조선 백승구 기자 eaglebsk@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3-25 10:25

정부가 국가정보원의 1차장과 3차장을 교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직 국정원 인사들이 현재 국정원의 정보수집·공작 능력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고 월간조선 4월호가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 실패와 리비아 정보파견관 추방 등 최근 국정원의 잇단 실수와 관련, 해외공작 파트에서 평생을 보낸 전직 국정원 인사는 “두 사건의 공통점은 사람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점이다. 과거 정권에서 특정 분야 전문가를 퇴출시켜 현재 국정원에 남아 있는 전문가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의 국정원은 행정기관처럼 운영되고 있다. 행정조직으로 운영되는 정보 기관은 죽은 조직이다”고 지적했다.

리비아 사건 때 현직 대통령의 형이 해결사로 나선 것은 지금의 국정원이 국제적으로 네트워크화(化)가 안돼 있다는 증거라고 그는 말했다.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잠입했다가 들켰다면 단순 절도 사건으로 처리되도록 철저히 준비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과거 북측 대표단이 방한(訪韓)했을 때 공작에 참여했다는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대표단이 묵는 호텔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우리 요원들이다. 북측 인사들이 회담장으로 가면 그들 방에 들어가 가방부터 뒤져 필요한 자료는 복사한다”면서 “문제가 생길 경우에 대비해 마취제까지 소지했다. 신경전을 벌일 때는 도둑이 든 것처럼 가방을 일부러 흩트려 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대표단이 북에 가면 그들도 똑같이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에 주재하는 정보관들은 주재국에 입국하는 순간부터 감시를 받는다. 주재국 정보기관 요원들이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는 뜻에서 고의로 미행을 하기도 한다. 해외 주재 국정원 요원들은 이들을 피해가며 요인(要人)과 접선(接線)을 한다.

국정원 산업 분야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과거 국정원이 거둔 성과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휴대폰 핵심기술과 반도체 정보를 모종(某種)의 과정을 거쳐 가져 왔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육우(肉牛)의 정액(精液)도 가져와 한우 종자 개량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과거 국정원의 대북 정보 수집력은 상당했다. 대북 공작 활동에 직접 가담했던 전직 요원은 “김대중 정부 이전 국정원의 대북 수집력은 미국 CIA가 감탄할 정도였다”면서 “우리가 관리하는 사람들이 평양 깊숙이 들어가 김일성·정일 부자에 대한 최상의 정보를 가져 왔다”고 한다. 이 전직 요원은 “과거 10개의 대북정보 라인을 갖고 있었다면 지금은 2~3개에 불과하다”면서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호남 출신 인사들이 경험없는 요원들을 해외로 파견했고, 노무현 정권 때 국정원 내 해외인사 독점 방지 명목으로 해외 요원의 국내 파트 출신 비율을 30%까지 맞추라는 지침이 내려오면서 국정원이 결정적으로 망가졌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사는 2만여명의 탈북자를 통해 대북 정보를 수집하고 있지만, 국정원 직원들이 탈북자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많아 국정원에 이용만 당하다가 버림받는 탈북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이들이 미국이나 일본 정보 기관에 유입돼 활동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담당자가 자주 바뀌다 보니 근무하는 동안 한두 건의 실적만 올리려 한다”면서 “국정원 직원이 탈북자를 지나치게 독촉하다 북한 내부 정보제공자가 노출되거나 체포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권 때 국정원 고위 간부를 지냈던 한 관계자는 김대중 정권 당시 이뤄진 국정원 직원 대량해고 사건이 치명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정권 교체 때마다 전(前) 정권에서 특혜를 받았거나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숙련된 정보요원들이 쫓겨났다”면서 “선배의 축적된 경험이 후배에게 전수될 기회가 사라지면서 국정원 능력이 저하됐다”고 말했다. 비록 한번에 직원들을 해고하지는 않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순차적·합법적으로 직원을 내몰고 있다. 2009년 2월 취임한 원세훈 원장은 지금까지 세 번의 인사를 단행했다.

최근 UAE 원전(原電) 해외 수주와 해군이 성공한 ‘아덴만 여명’ 작전 때 국정원의 역할이 상당했다는 후문도 있다. 원세훈 원장이 사람과 조직도 바꿨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현 원세훈 원장에 대한 국정원 내부의 불만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직 국정원 인사는 “원세훈 원장 취임 이후 호남 출신 직원들이 이곳저곳 떠돌고 있다”면서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 서울시를 출입했던 국정원 직원이 현재 감찰실에 소속돼 주요 간부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 고위 간부들도 그 직원을 함부로 못 대해 국정원장에 대한 원성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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