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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9번 찌른 패륜아 사건'…중국을 뒤흔든다

김성모 기자 sungmo@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4-12 10:06

아들에게 9번을 찔린 구씨가 병원에 입원한 모습/출처=신민완바오
“여자가 쓰러졌다! 범인은 젊은 남자다!”

지난달 31일 오후 9시쯤 중국 상하이 푸둥 국제공항. 공항에 있던 중국인들은 일제히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한 중년 여성 주변에 모여들었다. 입국 게이트로 들어선 한 남성이 갑자기 품에 숨겨둔 칼을 꺼내더니, 입국장에 서 있던 이 여인의 복부와 가슴 등을 아홉 차례 찌른 직후였다.

중국 사회가 이 사건으로 발칵 뒤집힌 것은 칼에 맞은 여성이, 범인 왕모씨를 마중나온 그의 어머니 구모(52)씨였던 것으로 드러나면서부터다. 왕씨는 일본 유학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중국 공안에 붙잡힌 왕씨는 현지 조사에서 “유학비 문제 때문에 어머니 잔소리를 많이 듣고, 쪼들리는 삶을 살았다”고 했다. 부모가 일본 유학을 할 때 충분히 돈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어머니를 칼로 찔렀다는 것이다. 자식이 부모를 아홉번 칼부림을 한 ‘천인공노(天人共怒) 패륜아’ 사건에 대해 중국인들은 들끓었다.

다행히 왕씨의 어머니는 아홉번의 ‘칼침’을 맞고도 살아났다. 12일 신민완바오(新民晩報) 등 중국 매체 기자들은 중국 상하이 푸둥 신구 인민의원에 입원한 왕씨의 어머니 구씨를 찾았다. 왕씨의 어머니는 응급실에 막 일반 병동으로 옮겨온 상태였다. 12일 오전, 병실 침대에 누운 구씨는 힘겹게 말을 시작했다.

“우리 아들을 원망하지는 않아요. 스트레스가 심했을 거예요. 정신이 잠깐 이상했을 거예요.”

올해로 52세인 왕씨 어머니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11일 상하이 공안은 왕씨가 어머니를 아홉번 찔렀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냈다. 중국 공안은 왕씨가 정신 병력이 있었는지, 심한 정신 장애가 있는 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공항에 마중나온 어머니를 아홉번 찌른 패륜아’와 ‘패륜아를 자식으로 둔 어머니의 모정(母情)’과 함께 이 사건은 중국인들을 스스로 뒤돌아 만드는 계기로도 떠오르고 있다. 11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중국 누리꾼이 공개한 40여초 길이의 동영상 때문이다. 이 동영상에는 중국 푸둥 국제공항에서 왕씨의 어머니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상하이 푸둥 국제공항에서 쓰러진 구씨를 구하는 외국인/출처=봉황TV 화면 캡처
하지만 수많은 구경꾼이 쓰러진 왕씨의 어머니를 보고 누구 하나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오직 빨간 캐주얼 복장 차림의 백인 한 명만이 급하게 쓰러진 왕씨의 어머니를 구하려고 달려왔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 외국인 남성은 왕씨 어머니의 목에 있던 목도리를 풀러 지혈을 하고, 큰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했다.

동영상에서 이 외국인은 한 손으로는 지혈을 하고, 한 손으로는 다리와 목 등을 지탱했다. 중국 매체들은 의학 전문가를 인용, “이 외국인의 응급처치가 없었다면 왕씨의 어머니는 이미 사망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동영상을 제공한 중국인은 “나도 구경만 하던 다른 사람들의 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당시 나도 어떻게 응급조치를 하는지 몰라 응급구조반을 기다리기만 했다”고 했다.

왕씨의 어머니는 병상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 이 외국인이 무엇인가 말했는지 알아듣지 못했다”며 “그래도 꼭 이 외국인을 찾아 나를 구해준 은혜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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