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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혼부부의 3000만원

한상혁 기자 hsangh@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4-12 16:11

집 살 돈 의료봉사 단체 기부
캐나다 사는 신부 "평생 남 위해 봉사하다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지난달 31일 종로구 혜화동의 의료봉사 단체 '라파엘(Raphael) 클리닉' 사무실로 커플티를 입은 20대 중반의 남녀가 찾아왔다.

김우경 사무국장에게 "우리도 후원을 하고 싶다"고 말한 뒤 청바지 주머니에서 꺼낸 구겨진 봉투를 건넸다. 두 남녀는 김 국장이 인사를 할 겨를도 없이 사무실을 나섰다. 봉투 속에는 3000만원짜리 수표가 들어 있었다.

그는 깜짝 놀라 막 건물을 나서려는 두 사람을 붙잡았다. "이렇게 큰돈을···그냥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성함이라도 알려주세요. 누구시죠?" 이들은 지난달 말 결혼한 신혼부부였다. 3000만원은 결혼식 축의금 전액이라고 했다. 두 사람이 밝힌 사연은 이랬다.

여성의 아버지는 의사였다. 세례명이 '라파엘'인 천주교 신자였다. 성경에 나오는 천사인 라파엘은 히브리어로 '하느님의 치유'라는 뜻. 세례명대로 평생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돕고 무료 진료를 해주다 그녀가 고등학생 때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그후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고 캐나다 교포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됐다.

어머니가 사는 한국에서 결혼식을 치르려 귀국한 지난달 25일 그녀는 우연히 어머니가 다니는 성당의 주보(週報)를 보게 됐다. '라파엘은 의사 40여명이 매주 일요일마다 형편이 어려운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을 위해 무료 진료하는 봉사단체'라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의사들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반가워 눈물이 났다"며 "평생 남을 위해 봉사한 아버지 같은 분들이란 생각에 남편과 상의해 기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기부금은 원래 캐나다에서 신혼집을 마련하는 데 보탤 돈이었다고 했다. 그녀는 "아버지가 내가 장하다고 하실 것"이라며 얼굴 가득 웃음을 지었다고 했다. 끝내 이름도 연락처도 남기지 않았다. 김 국장은 "이 고마운 돈, 수술비가 없는 심장병 어린이 환자 수술비로 쓰겠다"는 말을 하는데 자꾸 눈물이 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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