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역경 딛고 점프! 우린 더 넓은 세계로 간다”

조찬호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4-18 15:44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해외 명문대 합격한 청심국제고 김태빈·조인성 군

형편이 어려워 억울한 일을 당해도 말 없이 감내해야 하는 이들을 돕는 공공 변호사가 꿈인 김태빈(19)군과 세계 최고의 생명공학기업 최고경영자(CEO)를 꿈꾸는 조인성(20)군. 청심국제고등학교 동기인 두 사람은 최근 미국 최고 대학인 다트머스대 예비 법학과(Pre Law)와 스탠퍼드대에 합격했다. 오는 9월 입학을 앞두고 잠시 행복을 만끽해도 될 시기지만, 이들은 요즘 학원과 과외 아르바이트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스스로 유학비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사 이미지 김태빈군. 3년 내내 반장·임원 도맡아 모범 '상위 2%'이글 스카우트 메달 받아
2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 이민을 떠났던 김군은 아버지 사업 실패로 중3 때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역 교육청 장학생으로 학비를 지원받아 청심고에 입학했지만, 고1 여름방학 때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셔 김군은 가장의 역할을 맡아야 했다. 전업 주부였던 어머니가 구청에서 시간제 근무로 버는 월 60여만원으로는 아파트 월세를 내기도 버거웠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3개월 동안 우울증에 시달렸어요.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도 많았고요. 다행히 친구 어머니의 소개로 심리 치료를 받고 주위 사람들이 '힘들어도 학업을 계속하는 것이 어머니를 돕는 것이다'라며 격려해줘 마음을 다잡았죠."

학교의 허락을 받아 주말마다 과외 아르바이트를 해 어머니 생활비와 자신의 기숙사비를 마련하면서도 그는 3년 내내 반장과 임원을 도맡아 했다. 학원 대신 선생님과 친구들을 붙잡고 물어가며 공부에 매달렸던 김군의 SAT(미국 대학 입학시험) 점수는 2400만점에 2360점. 대학 교양 과목 선행 수업인 AP(Advanced Placement) 8과목도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용산 주한미군부대 보이스카우트 활동에 참여해 이글 스카우트 메달도 받았다. 이 상은 미국 내에서도 2%만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대입, 취직에서 가산점은 물론 군 지원시 한 계급을 올려줄 만큼 국가적으로 인정받는 상이다. 시간을 쪼개가며 자신을 채찍질한 끝에 그는 올해 단 3명뿐인 다트머스대 한국인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기사 이미지 조인성군. 소리로 병아리 성별 구분하는 논문 국제학술대회 우수 청소년 학자상.
고1 때 미국 이민을 포기하고 가족과 함께 귀국한 조군도 형편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독일에서 공학을 전공한 아버지는 일거리를 찾아 어머니와 함께 폴란드에 머물고 있지만, 유학비를 지원할 여력이 없다. 한국에 친척이라고는 광주에 사는 조부모뿐이라 조군은 주말이나 명절에는 마땅히 머물 곳이 없어 아버지 친구의 사무실이나 찜질방 같은 곳에서 지내며 공부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 방문했던 양계장에서 병아리 암수 감별을 본뒤 관심을 갖고 공부해왔던 조군은 고2 때 본격적으로 병아리의 소리로 성별을 구분하는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병아리와 장비 구입비를 마련하기 위해 겨울방학 때는 과외를 하고 고시원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대학교수들을 직접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친구들은 다 다니는 학원을 나는 왜 갈 수 없을까? 나는 왜 부모님과 함께 있을 수 없나?' 하는 생각에 혼자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한 번도 부모님께는 힘들다고 말씀드린 적이 없어요."

이렇게 만든 연구 논문으로 조군은 교육과학기술부 주최 국제청소년학술대회(ICY) 우수 청소년 학자상을 수상했다. 조군의 SAT 성적은 2270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이 논문으로 스탠퍼드를 비롯해 포모나대, 뉴욕대(NYU), 노스웨스턴대 등 명문대에 다수 합격했다.

기사 이미지

비슷한 어려움을 공유해서일까? 학교에서 단짝으로 통하는 둘은 2010년 세계청소년 모의국회 임원, 2008 김앤장 모의재판토론대회 2등, 2010 연세대학교 주최 정책토론대회 3등, 아리랑 TV 토론대회 준결승 진출 등 다양한 대회에 함께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 2월부터 김군은 서울의 한 SAT 학원에서, 조군은 과외로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또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메신저 화상 채팅으로 미국 현지 한국 유학생의 숙제를 돕는 것과 간간이 들어오는 대학생 논문 번역도 이들에게는 중요한 수입원이다. 이렇게 모은 돈은 최소한의 생활비를 빼고는 모두 저축하고 있다.

미국 최고 명문대에 합격했지만, 두 사람은 요즘 "학비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잦다"고 솔직히 토로했다. 김군은 "합격 발표 전에는 합격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지금은 더 큰 걱정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둘 다 국내 장학재단 여러 곳을 알아보고 있지만, 아직 확답이 온 곳은 없다. 조군은 "5월 초까지 입학할 학교를 정해 통보해야 해서 장학금 혜택이 없는 스탠퍼드를 포기해야 할지 우선 등록을 해야 할지를 두고 하루하루 도박하는 심정"이라고 했다. 장학금 지원이 어려울 경우 입학을 연기하고 군에 입대해 다른 방법을 찾는 것도 고려 중이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묵묵히 이겨낸 '내공' 덕분일까? 인터뷰 내내 두 사람의 얼굴에서 '그늘'은 찾을 수 없었다.

"언제나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이겨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350만 달러 재정 지원··· 12개 교육기관 대상
영어 학습부터 의료·유아교육 등 과정 수강
BC주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성인 기초 교육 및 영어 학습 패스웨이 프로그램’ 혜택이 올해도 이어진다. 리사 비어(Beare) BC 고등교육·미래기술부 장관은 19일 성명을 통해 12개의 공립...
니코메클 엘레멘터리 증축··· 200명 추가 수용
라치나 싱 BC 교육부 장관 /BC Government Flickr 인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랭리가 학교 건물 신축과 증축을 통해 과밀 학급 문제를 해소할 계획이다.   7일 라치나 싱 BC 교육부 장관은...
토론토대 25위 UBC 38위··· 앨버타대 톱100 복귀
MIT 13년 연속 1위 지켜··· 서울대는 31위
토론토대 전경/Getty Images Bank 세계 대학 순위에서 캐나다의 대학 4곳이 10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영국의 대학 평가 기관 QS(Quacquarelli Symonds)는 4일 2025년 세계 대학 평가 순위를...
라시나 싱 교육보육부 장관 / BC Government Flickr BC주에 더 많은 학교 놀이터가 지어질 전망이다.   4일 BC 교육보육부는 어린이들의 신체 활동을 장려하고 나눔 등의 사회적 기술을...
‘건축가란 무엇인가’ 특강 내달 22일 개최
15년 경력의 제이정 건축가 강연자로 나서
건축가를 꿈꾸는 밴쿠버 청소년들을 위한 특강이 오는 6월 22일(토) 오전 11시, 밴쿠버 다운타운에 위치한 Jay Jung Architect Inc. 본사에서 열린다.   청소년 한국문화 사절단(KCYAS)이...
한인 여성, 모든 인종·성별 통틀어 대학 진학률 최고
졸업률은 평균 수준··· 백인은 진학률 낮고 졸업률 높아
한인들의 대학 진학률이 캐나다 모든 인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연방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사회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에 거주하는 한인과 중국인의...
한인과학기술자협회 주최··· 제15회 행사
BC주 거주 4~11학년 학생 183명 참가
지난 4일 캐나다한인과학기술자협회(The Association of Korean Canadian Scientists and Engineers, 이하 AKCSE)가 주최한 수학경시대회가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SFU) 버나비 캠퍼스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K-3학년 대상으로 난독증 검사 실시
4학년 이전에 치료 시작해야 효과적
BC주가 초등학교 K-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난독증을 비롯한 기타 학습 장애를 검사한다.   16일 데이비드 이비 BC 수상은 이와 같이 발표하며, “아이들이 어린 나이에 난독증 검사를...
10일 발표된 ‘QS 세계대학평가 전공별 순위’에서 여전히 미국과 영국 대학들이 최상위권을 휩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에선 싱가포르, 중국이 꾸준히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재학생들이 직접 가이드 나서 다양한 팁 전달
UBC와 SFU 진학을 준비하는 한인 고등학생들이 캠퍼스의 낭만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라움한글은 UBC 인턴기자단인 하늬바람, SFU의 한인동아리 KSU(Korean Student Union)와...
트뤼도 정부, 4월 예산안 발표 앞두고 공약
5년간 10억 달러··· 2024-25년도 시행 기대
이르면 올해부터 캐나다에도 국가에서 운영하는 학교 급식제도가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와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재무장관은 1일 토론토에서 열린...
소셜미디어가 학생들 정신건강·학습에 악영향
지난해 미국 41개 주정부도 메타에 집단소송
대형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온타리오 교육청 네 곳으로부터 대규모 소송을 당했다. 소셜미디어가 학생들의 학습과 정신건강, 사이버괴롭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4월 1일부터 주전역 95% 데이케어에 적용
“양육 가정 보육료 부담 덜기 위한 조치”
오는 4월부터 주전역 보육 시설에서 시행되고 있는 ‘대기료(waitlist fees)’ 관행이 사라진다. 28일 그레이스 로레(Lore) BC보육부 장관은 주정부의 수수료 인하 사업의 일환으로 BC에서 허가...
트뤼도 정부, 3가지 보육 실천 공약 제시
2026년까지 전국에 25만 개 보육공간 조성
트뤼도 정부가 맞벌이 가정의 보육 공백을 최소화할 실질적인 대안책을 마련했다. '하루 10달러' 보육 공간을 확대해 더 많은 양육 가정에 저렴한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벤처 1세대’ 최기창 서울대 산학협력교수 강연자로 나서
밴쿠버 청소년 한국 문화사절단(Korean Cultural Youth Ambassador, 이하 KCYA)이 광역 밴쿠버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온라인 특강을 개최한다.   오는 4월 6일(토) 오후 5시부터 진행될...
토론토대, 3년 연속 세계 21위 안착
UBC는 작년 보다 4계단 오른 36위
올해 캐나다 명문 대학들이 세계 대학 평판 랭킹에서 지난해에 비해 약진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타임즈의 대학 평가기관인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발표한 2023 세계 대학...
유학생 모집하는 신규 대학 2년간 승인 중단
“사립 대학에 최소 어학 요건도 새롭게 도입”
앞으로 2년간 BC주 대학들의 무분별한 유학생 유치 활동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29일 BC주정부는 외국인 유학생을 모집하려는 신규 고등교육 기관에 대한 승인을 오는 2026년 2월까지...
오는 9월 학기부터 휴대전화 사용 금지령
사이버 폭력 예방 차원··· 올봄 법안도 도입
다가오는 9월 학기부터 BC주 전역 학교에서 교내 휴대전화 사용이 본격적으로 금지된다. 데이비드 이비 BC 수상은 금요일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 위협(online threats)’으로부터...
맥길 등 영어권 대학 등록금 약 30% 인상
졸업 전까지 불어로 의사소통 가능해야
퀘벡 “불어 보호 위한 결정”··· 대학들 반발
앞으로 퀘벡 소재의 영어권 대학에 진학하는 타주(州) 학생들은 등록금을 더 지불하고 불어도 필수적으로 배워야 한다.   14일 퀘벡 교육부는 다가오는 2024-25학기를 시작으로...
OECD, 만 15세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발표
팬데믹 이후 하락 추세··· 순위 밀렸지만 상위권
캐나다 학생들의 수학 능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 결과가 나왔다. 5일 OECD가 공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2' 결과에...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