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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인이다” 해외 입양 13명 국적 첫 회복

장일현 기자 ihjang@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4-19 13:33

[어떻게 가능했나… ]
올해부터 복수 국적 허용, 국적법 개정 혜택 받아… 한국서 외국 국적 행사는 못해

[네덜란드 입양 김영희씨 부부]
"2008년 어머니 만났을 때 뗄수 없는 뜨거운 혈연 느껴… 정말 이런 일이… 꿈만 같아"

"설마 이런 꿈 같은 일이 가능하리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40년 전 두 살 때 광주광역시 길거리에 혼자 남겨진 뒤 네덜란드로 입양 간 김영희(41)씨는 대한민국 국적을 증명하는 '국적 증서'를 품에 꼭 안았다. 김씨는 19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적회복 축하 행사에서 역시 네덜란드 입양인인 남편 신승엽(40)씨와 함께 국적 증서를 받았다. 이날 해외 입양인 13명이 국적 증서를 받았다. 복수 국적이 가능하게 국적법이 개정돼 올 1월 1일부터 해외 입양인이 "한국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만 하면 국적을 회복할 수 있게 됐고, 이날 처음으로 국적 증서 수여식이 열린 것이다.

“국적 찾았어요” 어린 시절 해외로 입양되면서 한국 국적을 잃었다가 새 국적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하게 된 신승엽·김영희씨 부부가 19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앞마당에서 자녀들과 함께 국적 증서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새 국적법은 우수 인재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외국인이 한국 국적을 취득할 때 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아도 ‘한국 내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만 하면 이중 국적을 허용한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김씨는 "이제 네덜란드 부모님을 잃지 않으면서도 한국인이라는 뿌리를 완전히 찾은 느낌"이라며 "내 몸속에 한국인과 네덜란드인이라는 두 정체성이 뒤엉켜 하나가 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김씨 부모는 강원도 홍천에서 김씨를 낳은 지 얼마 안 돼 헤어졌다. 어렵게 생계를 꾸리던 어머니는 "부잣집에 가서 살게 될 거야"라는 말을 남기고 김씨를 길에 혼자 남겨두고 훌쩍 떠났다. 경찰에 발견된 김씨는 이듬해 네덜란드로 입양됐다.

김씨는 양부모의 사랑과 좋은 교육 환경에서 자랐지만, 늘 마음속엔 "내 피부는 왜 다를까" 하는 생각이 상처처럼 자리 잡았고 낳아준 부모에 대한 그리움도 커졌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남편 신씨를 만났고, 아이도 셋을 낳았다. 남편도 네살 때 네덜란드로 입양됐다. 한국 가족을 찾은 남편을 따라 2년에 한 번씩 모국을 방문하던 김씨는 2008년 꿈에도 그리던 어머니를 만났다. 한국 가족과 뗄 수 없는 뜨거운 혈연을 느낀 부부는 한국에 돌아와 살기로 했다.

"한국은 참 좋은 곳이지만, 뭔가 항상 허전했어요. 한국 국적이 없기 때문에 은행에 가고 서류 제출을 할 때면 불편한 점이 적지 않았고요." 그는 네덜란드 국적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자기를 가장 잘 알고 매일 그리워하는 네덜란드 부모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남편과 함께 전통 한옥에서 노년을 보내는 게 꿈이라는 김씨는 "우린 이곳에서 태어났고, 가족도 여기에 있어요. 우린 이민자가 아니죠. 다만 한국에서 길을 잃은 아이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4세 때 스위스에 입양된 김대원(43) 해외입양인연대 대표도 이날 국적 증서를 받았다. 그는 199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조선일보에 사연이 실린 뒤 어머니를 만나 화제가 됐었다. 그는 "어릴 때 여권이 있으면 다시 한국에 돌아가 어머니와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대한민국 여권을 갖는 꿈을 이루게 됐다"며 "국적 회복이 해외 입양인들에게 희망과 미래를 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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