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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들은 '그냥 참고 말자' 할 수밖에 없는 요즘 세상

김성민 기자,윤주헌 기자 dori2381@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5-06 11:51

파출소는 밤마다 난장판… 무너진 공권력 심각한 수준
"이 자식들아 니네들 월급 누가 주나" 중학생까지 경찰에게 "짭새야" 욕설 퍼부어
수갑·곤봉·전기총은 최악의 경우에만 허용… 경찰은 불상사 우려 "차라리 맞는 게 낫다"

"야, 니네 월급 누가 주는 줄 알아? 내가 주는 거야. 알아. 이것들이 어디서…."

지난 5일 밤 11시쯤 서울역 파출소의 문을 박차고 들어온 50대 노숙자가 근무 중인 경찰관들을 향해 고함을 질러댔다.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던 이 노숙자는 30여분 동안 횡설수설하다 파출소 바닥에 드러누워 잠들어버렸다. 지난달 초에는 술 취한 노숙자가 난동을 피운 뒤 파출소 입구에 용변을 봤다. 세제를 풀어 바닥 청소를 했지만 일주일 넘게 악취가 이어졌다.

전국의 지구대와 파출소가 취객들의 난동에 몸살을 앓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에 지구대에서 난동을 부리다 검거된 취객은 1689명에 달했다. 매일 21명이 난동을 부리는 셈이다. 이 가운데 210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하지만 이는 지구대의 기물을 부수거나 난동 정도가 심한 경우만 집계한 것이다. 실상은 훨씬 심각하다.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관들은 "평일에는 1~2명, 주말에는 3~4명이 난리를 친다"고 말했다.

경찰이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지난해 9월 전북 전주의 효자파출소에선 여경이 술에 취한 피의자로부터 귀를 물어뜯기는 일이 벌어졌다. 이 파출소의 김모(30) 경장이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던 20대 여성을 파출소로 데려와 차에서 내리는 순간 이 여성이 김 경장의 머리를 낚아채며 귀를 물어뜯었다. 귀가 1.5㎝가량 뜯겨 나갔다. 병원에서 봉합 수술을 받았지만 회복이 어려운 상태다.

지난 1월 충북 청주시의 한 지구대에 난입한 시민이 경찰관들과 몸싸움을 하고 있다.(왼쪽) 치안 유지의 일선을 책임지고 있는 파출소와 지구대가 밤마다 난장판으로 변하고 있다. 만취한 시민들은 경찰관을 폭행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한 경찰관은“파출소 야간 근무가 지긋지긋하다”고 말했다. /CCTV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2월 말 만취해 지구대 경찰관들을 폭행하고 기물을 부순 혐의로 일용직 근로자 최모(5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최씨는 술집에서 소란을 피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방이지구대 소속 안모 경사에게 욕설하며 머리를 뒤통수로 들이받고 주먹으로 배를 폭행했다.

자해 소동도 벌어진다. 지난달 중순 서울 마포구의 홍익지구대에선 만취한 20대들이 자해 소동을 벌였다. 싸움을 하다 지구대로 끌려 온 20대가 "왜 상대방 얘기만 들어주느냐"며 머리를 벽에 들이받아 피가 튀었다. 경찰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이 눈이 뒤집혀 난동을 부릴 때는 겁부터 난다"고 말했다.

중랑구 상봉지구대의 한 경찰관은 "자식뻘 되는 중학생들이 '짭새'라 부르고 욕을 하기도 한다"며 "타일러 보내지만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고 말했다. 파출소 난동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관들에게 웬만큼 행패를 부려도 수갑이나 곤봉, 전기총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의 한 파출소 관계자는 "규정상 권총이나 곤봉, 수갑 등은 '더 이상의 방법이 없는 최악의 경우'에만 사용하게 돼 있다"면서 "솔직히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경찰관들이 '그냥 참고 말자'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경찰청이 일선 경찰관서에 배포한 현장 매뉴얼에 따르면 자해(自害)행위나 기물 파손, 경찰관 폭행 등의 경우에만 수갑이나 전기총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일선 경찰서나 파출소에서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불상사를 우려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김모(45) 경위는 "무기를 사용했다가 의도하지 않은 피해가 생기면 온갖 비난을 받기 때문에 '차라리 맞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술에 취해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벌어지는 소동은 일선 경찰관들의 손발을 묶어버린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순찰을 나가지 못하거나 폭력·절도 신고가 접수돼도 취객에게 발이 묶여 출동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구대·파출소의 난동은 결과적으로 대다수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곤봉이나 수갑 등을 사용해 확실히 제압할 수 있도록 명확한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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