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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수석에 식당 대박까지...탈북자들의 성공시대

김성민 기자,유마디 기자,이송원 기자 dori2381@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5-12 17:02

무시하면 더욱 열심히 일했다, 탈북자라고 뒤처질 이유 없다, 정부·단체도움 기대지 않았다… 이젠 남한이 아니라 우리나라

"자신감을 가지니까 남한에서도 공부가 잘됩니다."

서강대 중국문화과 3학년인 탈북자 박미연(24)씨는 작년 1학기 학점이 4.3점 만점에 4.24점으로 학과 수석을 차지해 총장상을 받았다. 중국어 어학시험인 한어수평고시(HSK)도 최고 등급인 11급을 받았다.

박씨는 1996년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탈북, 중국 공안의 눈을 피해 고등학교 2학년까지 다녔다. 하지만 2006년 입국해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로 모든 게 생소하고 낯설었다고 했다. 그는 "그땐 남한에서의 삶에 대한 불안감과 외로움 때문에 가출해 친구 집을 전전하기도 하는 등 방황했다"며 "그때 경험한 좌절감과 열등감이 나를 단련시켰다"고 말했다.

2009년 대학에 입학한 박씨는 "탈북자라고 뒤처질 것이 없다. 많이 보고, 많이 참여하고, 많이 경험하면서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꿈은 중국어 교사다. 통일이 되려면 중국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탈북자인 자신이 할 일도 많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북한의 실상과 통일에 대한 필요성을 정확히 알려주고 싶어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배우고 익힐 거예요."

자유와 희망을 찾아 한국으로 온 많은 탈북자가 주변 편견과 냉대를 딛고 성공시대를 열고 있다. 한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아가는 탈북자가 늘고 있는 것. 이들은 "한국에서의 삶은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난 10일 탈북자 박미연씨가 서강대 도서관에서 책을 편 채 활짝 웃었다. 박씨는 작년 1학기 학과 수석을 차지해 총장상을 받았다. 그는“탈북자라는 편견을 딛고 자신감을 갖고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함경북도 청진에서 2001년 탈북해 중국집 배달부로 남한 생활을 시작한 김철남(44)씨는 10년 만에 2억원가량의 목돈을 모아 작년 12월 인천 계양구에 181.5㎡(55평) 크기의 집을 샀다. 올 4월에는 인천 동양동에 국숫집을 열었다.

그는 입국한 후 경기도 안성의 공단에서 프레스 가공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3.5t 트럭 운전도 했고, 크레인 중장비에 들어가는 부품 생산 업체에서도 일했다. 김씨는 "탈북자라 했더니 처음엔 '무식하고 게으를 것'이라며 무시하더라"며 "오기가 생겨 더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아내 채씨도 식당에서 일하며 억척스레 돈을 모았다. 부부는 매달 300만원씩 적금을 부었다. 김씨는 "당시 내 월급이 200만원 정도, 아내 월급이 180만원 정도였다"며 "생활비가 부족하면 그냥 굶을 정도로 열심히 돈을 모았다"고 말했다.

하루 매출이 60만원인 음식점의 사장이 된 김씨는 "탈북해서 몇년은 남한이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우리나라라고 한다"며 "더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2001년 입국해 억척스럽게 모은 돈으로 지난 4월 국수가게를 연탈북자 김철남씨가 지난 10일 인천 동양동 자신의 가게에서 음식을 들고 웃고 있다. 그는“남한에서의 삶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러시아에서 벌목공으로 일하다 탈북한 임모(55)씨는 1994년 한 건설회사에 입사해 건설 현장 안전관리 보조와 용접일을 했다. 7년간 용접일을 한 뒤 2001년 본사로 발령났고, 2007년 과장으로 승진했다. 탈북 후 17년이 지난 올해 임씨 연봉은 7000만원이다.

1999년 한국에 들어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 기업은행에 입사한 조현성(31)씨는 "주변 사람들이 탈북자라고 무시하거나 비하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는 걸 깨달았던 것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의 '용기 있는 국제 여성상'을 수상한 탈북자 출신 여성 1호 박사인 이애란 경인여대 교수는 "한국은 정부가 알아서 해주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탈북자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부나 단체의 도움만을 바라지 말고 탈북자 스스로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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