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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받은 채소 맛없어… 부드럽게 살살 씻어야죠”

김성윤 기자 gourmet@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5-19 11:09

선재 스님의 사찰음식

사찰음식이 '건강식' '웰빙'과 동일시되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에는 선재 스님의 역할이 컸다. 그가 1994년 중앙승가대학을 졸업하면서 쓴 '사찰음식문화연구'는 사찰음식에 대한 최초의 논문으로 사찰음식에 대한 사회 전반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이후 방송과 저술,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찰음식 대중화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선재 스님이 최근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책을 냈다. 11년 만에 두 번째 저서이다. 스님의 '이름값'을 감안하면 의외로 오랜만에 나온 후속편이다. 스님은 "책 내자는 제안이야 무수히 많았지만 사찰음식의 기본과 정신보다는 화려한 '요리'에 초점을 맞추는 듯해 거절해왔다"고 했다. 이번 책에는 그가 사찰음식에 대해 알리고 싶고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오롯이 담았다. 그중 하나가 '여법(如法)하다'이다. '법답다'는 뜻이다. 스님은 "음식재료를 구입하는 것부터 다듬고 씻고 썰어 음식을 만들기까지 모든 게 법다워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경기도 양평에 있는 선재 스님의 연구소를 찾아가 '여법하다'의 뜻을 자세하게 구했다.

선재 스님이 16일 된장 항아리를 들여다보다 카메라를 보고 웃었다. 선재 스님은“된장·간장·고추장 담은 큰 항아리 300개, 작은 항아리 50개가 있다”고 했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ho@chosun.com

재료를 씻고 다듬는 법

선재 스님은 "채소를 씻고 다듬을 때도 '네 덕분에 건강해졌다. 고맙다'는 마음으로 부드럽게 씻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가지로 푼 물에 채소를 살살 씻는다. "1980년 8월 8일 절에 들어갔어요. 노스님이 소쿠리 들고 따라오래요. 무 배추 따위의 새싹을 따서 데쳐 먹고 무쳐 먹고 끓여 먹자 하시데요. 노스님이 물을 바가지로 퍼서 채소를 씻으라세요. '흐르는 물에 씻으면 혹여 채소에 섞여 있던 벌레가 떠내려가 죽지 않느냐.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 하시면서."

생명 존중이란 의미만 있는 건 아니다. "흐르는 물에 씻으면 빠른 물살에 채소가 스트레스를 받아 풋내가 나고 맛이 없어요. 마구 흔들어 씻어도 스트레스를 받아 독을 품어요." 채소 씻은 물은 버리지 말고 채소밭이나 화단에 붓거나, 걸레 빨 때 쓴다. 너무 큰 소리를 내면서 썰어도 채소가 스트레스를 받는다. 칼은 잘 벼려서 사용한다. 무딘 칼로 썰면 채소가 역시 스트레스를 받는다.

선재 스님은 "귀찮다거나 콩나물 머리가 떨어진다는 따위의 이유로 나물을 씻지 않고 데치는 경우가 있다는데 그러면 먼지나 농약 같은 나쁜 것들이 채소 안으로 다 들어간다"고 했다. 채소를 데칠 때는 소금을 넣어야 맛이나 색이 변하지 않는다. 나물을 건져낼 때는 찬물을 한 바가지 부어야 뜨거운 김이 올라와 손을 데는 일이 없고 나물 색이 변하지 않는다.


그릇에 담고 상에 놓는 원리

음식을 그릇에 담아 상에 올릴 때도 '여법해야' 한다. 선재 스님은 "밥은 밥그릇에, 국은 국그릇에, 나물은 납작한 그릇처럼 용도에 맞게 담아야 한다"고 했다. "그릇은 거기에 담아야 할 음식을 얼마나 먹어야 알맞은지에 맞춰 크기가 정해져 제작됐기 때문"이다. "장아찌 그릇이 작은 건 짜니까 조금만 먹으라는 뜻이에요. 큰 그릇에 담은 음식은 많이 먹어도 된다는 소리고요."

김치나 간장, 된장 따위의 발효음식은 상 한가운데 놓는다. "밥은 발효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발효음식과 먹어야 합니다. 옛날 노스님들은 밥 뜨기 전 맑은 김칫국물이나 간장을 탁 찍어 드셨어요. 그러면 체하는 법이 없다는 겁니다."


올바로 먹는 순서

아침과 저녁 식사는 가볍게 먹고 점심을 가장 든든하게 먹는다. "불가에선 '아침을 먹지 않으면 게으른 사람'이라고 해요. '스승될 자격이 없다'고도 합니다. 뇌가 활동을 못해 지혜가 없으니 스승 노릇을 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단, 아침은 위장활동이 약할 때입니다. 짜고 맵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소화시키느라 몸의 에너지를 많이 써서 다른 장기가 활동을 못해요. 의식을 열고 뇌 활동을 하게 하되 위장에 부담이 없도록 가볍게 먹어야 합니다. 저녁, 특히 밤에는 먹지 않는 게 좋아요. 전부 소화시키지 못하고 지방으로 변하죠. '아침은 신선과 점심은 사람과 저녁은 짐승과 밤에는 귀신과 먹는다'는 말이 있어요."

한 끼를 먹을 때도 아침·점심·저녁을 먹을 때와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가볍게 시작하고 든든한 음식을 먹은 다음 가볍게 마무리하라는 것이다. 김칫국물이나 간장을 조금 떠먹은 다음 기름지고 양념된 음식을 먹은 뒤 가벼운 음식으로 마무리한다. 입에서 당겨도 기름진 음식을 먼저 먹으면 안 된다. "기름이 위벽을 감싸 다른 음식이 흡수되지 않아요."


좋다고 아무 때나 먹으면 안 되는 까닭

가능한 한 제철음식을 가려 먹는다. "무더운 여름 오이는 그야말로 약이죠. 하지만 냉한 성질의 오이를 다른 계절에 먹으면 독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계절이 없잖아요. 제철에 수확해도 묵혀 먹으면 독이 될 수 있는데 철이 아닐 때 먹으면 병드는 거라." 선재 스님은 "한 절기가 보름인 것은 뭐든 나오면 보름 안에 먹어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따기 시작해서 보름 안에 먹으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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