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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렇게 누워있으면 안돼요”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5-26 15:00

척추골절로 접힌 늦깎이 선수의 꿈... 밴쿠버종합병원 입원 중인 곽화진씨

“한국 모글 선수, 곽화진씨가 위슬러에 연습 왔다가 척추골절로 밴쿠버 병원에 있습니다. 병원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갈 거라는데…”

24일 지인의 제보 전화를 받고, 곽화진씨(27세)의 병실로 전화를 걸었다. 기운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긴 대화가 불가능할 것 같아 병실로 찾아가기로 했다.

25일 오후 6시40분, 밴쿠버 종합병원 센테니얼 파빌리온 9층에 있는 곽씨의 병실 창문에는 빗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어둑한 병실에 수척한 곽씨가 비스듬히 누워있었고, 한국서 곽씨를 알던 후배 1명이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

 

-모글 선수인데 한국서 훈련 받으러 왔다가 사고 났다고 들었습니다.

“선수는 아니에요. 한국은 시즌이 3개월 밖에 안되니까 (스노우)보드를 더 타고 싶은 사람은 외국으로 나가야 되잖아요. 그런데 혼자 (외국으로) 가면 부담이 많이 되니까 단체로 모여서 오는 거에요. 오는 목적은 여러 가지인데, 저처럼 선수가 되고 싶은 사람도 있고, 그냥 저렴하게 타고 싶어서 오는 사람도 있구요. 그렇게 모인 인원이 17명인데, 저는 그 중에 한 명인거죠.”

 

-어떻게 사고를 당했습니까?

“13일날, 그 전에 눈이 한 며칠 와 가지구요. 파우더(새 눈이 쌓인 상태)에서 탈 수 있으니까. 기술연습을 해보겠다고 (공중에서) 돌다가, 허리로 떨어진 거죠. 착지가 잘못된거죠. 저는 돌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파우더라서 안전할 줄 알았는데… 허리로 떨어져서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다친 다음에 의식을 잃었습니까?

“아니요. 그렇지는 않았고, 의식이 있는 채로 못 움직이고 누워있으니까 스키장 패트롤이 와서 지역 병원으로 갔습니다. 거기서 큰 병원으로 가봐야 한다고 그래 가지고 앰뷸런스로 여기 (밴쿠버 종합)병원에 왔습니다.”

 

-병원에서 어떻게 치료를 받았습니까?
“잠깐 기다리다가 MRI찍고, 이 상태로는 한국 못 간다. 수술해야 한다고 해서 선택이 없었어요.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에 대한 설명은 들었습니까?
“네. 설명은 들었습니다. 척추가 하나 부러졌고, 두개가 금이 갔다고…”
담당 의사에 따르면 곽씨는 복부 뒤에 있는 9번부터 11번 척추뼈에 부상을 입었다. 9번과 11번은 금이 갔고, 10번은 골절돼 철심을 박아넣은 상태다. 부상으로 현재 회복이 아직 불투명한 하반신 마비상태다.

 

-14일에 입원하고 열흘 넘었는데 도움을 좀 받으셨습니까?
“밴쿠버 총영사님(최연호 총영사)이 자주 오셨고, 영사관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다른 한국교포분도 와주셨구요. 이대 동문회 분들…”

 

-병원에는 얼마나 더 머물러야 합니까?
“일주일 정도면 퇴원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곽씨는 퇴원 조건에서 말을 흐렸다. 병원이 곽씨의 후배에게 밝힌 바에 따르면 ▲최소한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 좌석 2석 ▲간호사 동반하고 ▲한국 도착 후 엠뷸런스로 병원 이송이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이 비용이 약 1만6000달러다.

현재까지 수술비와 입원비는 약 10만달러에 달한다. 의료보험이 없기 때문에 퇴원하지 못하면 하루에 최소 3000달러 가량 입원비가 쌓인다. 일단 퇴원비용이 시급한 상태다.

병원에서는 의사소통은 안돼 불편한 점은 있지만,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곽씨는 밝혔다. 잠시 대화가 중단됐다. 곽씨가 통증과 열이 난다고 호소하며 간호사를 찾았기 때문이다. 간호사 둘이 와서 곽씨의 상태를 점검 했다. 잠시 휴식하고 다시 인터뷰가 진행됐다.

 

-개인적으로는 미안한 질문입니다. 외국에서 보드를 탈 정도라면 가정에 재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보드가 돈 있는 사람이 타는 거다 그런 생각이 있는 건 사실이라서… 정말 이런 얘기까지 해야 할까요. 어렸을 때부터 집안 사정이 넉넉치 않아서 저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집에서 분가해서 일했어요. 강릉에 살았어요. 스무살 때 직장 분들이 스키장 가보자해서 평창까지 40분, 차를 태워줘서 갔어요. 그러니 몸만 가면 됐지요.

집안이 형편이 어려워가지구요. 그래도 처음가본 스키장이 좋았죠. 제 아버지가…(중략)… 보드를 타면 집안이 어려운 것을 잊을 수 있었어요. 보드만 타면 잊을 수 있느니 더 타게되고, 그러니까 남들보다 잘 타게 됐죠.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서른살 되기 전에 선수가 돼 보자 해서 돈을 모으고 다른 일은 그만 두고 여기에 왔다가 이렇게 됐어요”

곽씨는 질문을 받은 후 눈물을 쏟았다. 중략한 부분은 곽씨의 개인 가정사다.

딱한 사정이지만, 또한 치부도 될 수 있어 중략한다. 곽씨는 가정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서류상 가족에 속해있다.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곽씨를 도울 수 없는 사정이 있다. 문제는 이런 서류상의 가족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긴급구호 기준에 적용되지 않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곽씨가 밝힌 어려운 가족 사정은 총영사관을 통해 확인했다. 곽씨의 전재산인 강릉 집을 팔아 병원비에 쓸 계획이나 곽씨는 집을 팔면 한국서 천만원 남짓한 돈을 보내줄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지금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습니까?

“네. 저는 여기 이렇게 누워있으면 안되요. 여기 오면서 잘될 거란 생각만 하고 왔어요. (보드로) 자수성가해서 떳떳하게 잘 살아야지. 이런 생각을 하고 왔는데 이렇게 될 줄은 생각 못한 거죠. 생각이 짧은 거였어요. … 저는 무조건 걸어 다녀야 되요. 제가 하반신 불수로 사는 건 생각할 수 없어요. 절박해요… 정말로… “


사진기를 가져갔지만, 병상에 누워서 눈물 흘리는 27살 아가씨에게 곱지 않은 사진 찍자고 할 마음이 안들었다. 취재에 충실하지 않은 태도지만, 어쩌겠는가 이 불쌍한 사람을.

‘낫기만 생각하세요’하고 나왔다. 가는 빗줄기에 밴쿠버 거리가 흠뻑 젖어있었다. 마침 곽씨를 위해 한인회에서 모금 하기로 했다는 문자 메세지가 들어왔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밴쿠버 한인회 곽화진씨 모금 안내

우편 및 방문 접수 : #100-504 Cottonwood Ave., Coquitlam (수표 수취인 Payable to Korean Society of BC)

신협은행 곽화진 후원구좌 : 43679-5

문의 밴쿠버 한인회 (604) 255-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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