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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연 5500만원 벌지만 아내, 시급 2500원 알바...

유석재 기자,감혜림 기자 karma@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6-06 15:05

[2] 가족의 한숨, 취업의 고통
연수입 5500만원 중산층, 주부까지 취업전선 나섰지만 대학생 두자녀 감당 어려워
학자금 대출받아봐야 이자 갚기에도 버거워

대졸자의 취업 실패로 증발하는 등록금 총액을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연간 7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가계(家計) 빚 증가액 57조원의 12%, 전체 대학 장학금의 약 네 배에 이르는 규모다. 대학교육 과정이 꼭 취업을 위한 것만은 아니며 교육받은 내용 또한 사회적 자산이 될 수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과도한 대학 진학이 막대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7조원의 대부분은 가계 소득에서 빠져나가는 돈이다. 현재 국내 대학 등록금 대비 장학금 비율이 약 12%이다. 나머지 6조원 이상은 학생과 그 가족들이 충당하고 있다. 대학생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가족들이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산다는 뜻이다. 기금 운용 수익금과 기부금, 정부 보조금 등으로 재정을 꾸려가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의 대학과 달리, 우리나라 대학들은 등록금 수입에 기대고 있고 그것이 가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연 수입 5500만원이라도 엄마가 취업전선

부산 금정구에 사는 주부 김모(53)씨는 두 자녀가 동시에 사립대를 다니게 되면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남편이 무역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학비를 대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김씨는 시급 2500원을 받고 비디오대여점에서 일했다. 하루 14시간을 꼬박 일해 한 달에 70만원을 벌었다. 이듬해 대여점이 폐업한 뒤로는 동네 수퍼마켓 계산대에서 시급 4000원에 4~5시간을 일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아들은 군에 입대했고 딸은 휴학한 뒤 커피 전문점과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4월 공개한 올해 전국 4년제 대학의 등록금 현황에 따르면 1년간 평균 등록금이 800만원이 넘는 대학은 지난해의 34곳에서 50곳으로 늘어났다. 4년제 일반대에 다니는 전체 학생의 4분의 1은 한 달 평균 66만원 이상을 부담하는 셈이다. 전체 국·공립대 등록금 평균은 443만3000원이고 사립대는 이보다 1.7배나 많은 768만6000원이다. 대구에 사는 학부모 이모(56)씨는 "학비도 적고 기숙사비도 들지 않는 지방 국립대에 가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딸이 말을 듣지 않고 수도권 대학으로 가는 바람에 힘들다"고 했다.

2008년 3월 전국 대학생 7000여명이 을지로 일대에서 등록금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4년제 대졸 미취업자 연간 13만명씩

서울 출신인 조모(23)씨는 2007년 강원도의 한 사립대에 입학해 8학기 중 4학기를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원금만 1500만원이 넘었다. '학기 중에 공부를 열심히 해 장학금을 받고 방학 때 돈을 벌자'고 마음먹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방학 때는 학자금 이자를 벌고 학기 중에는 생활비를 버는 상황이 반복됐고 그러다 보니 학점은 좋게 나올 수 없었다. 그러는 동안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는 한 달 요금 2만원도 안 되던 휴대전화를 해지했고 건설현장 식당에서 일하는 어머니는 월급 80만~100만원에서 10만원씩 따로 저축을 했다. 조씨의 학비에 조금이라도 보태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는 고졸자 10명 중 8~9명이 대학에 간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진학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교육열이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하지만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대학을 나오고 그 뒤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교육대·산업대 등을 제외한 4년제 대학 185곳의 졸업생 취업 대상자 24만8660명 중 취업자는 12만9130명으로 취업률 51.9%에 그쳤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대학에 가지 않으면 취업, 결혼 등에서 받게 될 불이익이 많은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며 "비싼 등록금 문제는 직업관, 대학의 기능 등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과 제도의 변화가 이뤄져야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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