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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엔 어학연수가 필수”라기에 큰딸 美 보냈지만...

유석재 기자,김연주 기자 karma@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6-08 12:39

[대학 등록금 1000만원 시대] [4] 베이비붐 세대 사면초가
돈 벌어 과외비로 쏟아붓고 비싼 등록금 허리 휘는데 퇴직은 코앞에 다가와
자녀에 대한 책임감 강해 90%가 "결혼비용까지 지원"

'등록금 1000만원(연간) 시대'는 은퇴할 나이에 자녀를 대학에 보내기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 부모들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 부모는 1955~1963년생(48~56세)으로 1~2년 전부터 정년 등을 맞아 직장에서 떠나기 시작했다. 이 연령대 인구는 710여만명에 달한다.

전통적으로 부모를 모시는 세대에 속하는 이들은 번 돈을 경쟁적으로 초·중·고교생 자녀에게 투자한 '사교육붐 세대'이기도 하다. 평균 수명이 길어져 30년 이상의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이들을 지금 실직 공포, 노후 불안과 함께 등록금 부담이 짓누르고 있다.

등록금 대느라 노후 준비는 엉망

1956년에 태어나 30년째 공무원 생활을 하며 연봉 5500만원 정도를 받고 있는 서울 성북구의 김모(55)씨. 올해 아들이 사립대에 입학하면서 대학생 자녀가 둘로 늘었다. 딸은 국립대 3학년이다.

김씨는 4년 후 퇴직이 예정돼 있다. 퇴직금을 일시불로 받아야 할 처지다. 아파트를 마련하느라 은행에서 빌린 6000만원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형이 모시는 어머니 부양을 위해 한 달에 20만원씩 보내면서 1년에 500만원씩 딸 등록금을 내기도 쉽지 않았지만, 이제 딸보다 훨씬 많은 아들의 등록금까지 감당해야 할 처지다.

"아들 대학 입학금에다 등록금까지 한꺼번에 600만원을 내고 나니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다음 학기부터는 학자금 대출을 받을 생각입니다."

12년을 운전한 김씨의 승용차는 녹이 슬었지만, 페인트칠을 해 가며 타고 다닌다. 그는 "자녀 두 명 대학 교육비가 1억원 정도 들 것 같다"며 "이걸 그대로 모은다면 노후에 큰 도움이 될 텐데…"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본지와 서울대가 베이비붐 세대 4674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월평균 지출은 283만6000원이었다. 이 중 자녀 양육비로 60만4000원, 양가 부모 지원에 27만6000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1년에 700만~800만원이 드는 자녀의 대학 등록금까지 내야 한다. 따로 노후 준비를 하기가 쉽지 않다.

/일러스트= 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베이비부머 90% "결혼까지는 도와줘야…"

서울 노원구에 사는 이모(51)씨는 지난해 군대에서 전역하고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 연금과 월급을 합해 월소득이 500만원 정도지만 10%도 저축하지 못한다. 사립대생인 두 딸의 교육비 때문이다. 군에 있을 때는 큰딸의 7학기치 등록금 2300만원(장학금 제외)을 내기 위해 무이자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었는데, 전역할 때 퇴직수당 4000만원에서 1300만원이 떨어져 나갔다. 나머지 1000만원은 3년 동안 연금에서 매달 30만원씩 갚아 나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취업에는 어학연수가 필수'라는 말을 듣고 큰딸을 미국에 보냈다. 생활비와 어학연수비에 둘째딸의 입학금·등록금 450만원까지 대려면 월급만으론 어려웠고, 결국 저축해 둔 1억원을 깨서 큰딸에게 돈을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아직 주택을 보유하지 못하고 전세에서 살지만 딸들을 모두 졸업시켜야 한다. 이씨는 "아이들에게 '결혼은 너희가 돈 벌어서 해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여유가 있는 한 당연히 도와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는 자녀 교육에 대해서는 '무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부모가 자녀의 대학교육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99.1%나 됐다. 그러면서도 83.1%는 '소득에 비해 자녀교육비가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졸업으로 다 끝나는 것도 아니다. 응답자의 90%는 '결혼비용도 부모가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강창희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소장은 "베이비붐 세대 퇴직자의 60%가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부분 자녀 교육비 때문"이라며 "이들은 취업과 결혼 때까지도 부모가 희생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명호 평택대 교육대학원장은 "대학 교육만이 좋은 인생을 보장해 주는 것처럼 보이는 사회적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이런 문제는 베이비붐 세대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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