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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대생의 타락...지인들의 돈 24억 탕진

양모듬 기자,안준용 기자 modyssey@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6-23 11:32

"투자금 4배로 불려주는 시스템 만들었다"
6억원짜리 마세라티 몰며
여자친구에게 벤츠 사주고
해외 도박하다 몽땅 날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조모(25)씨는 지난 2009년 2월 투자전문 회사를 세웠다. "직접 개발한 주식 자동거래 시스템으로 선물(先物)에 투자해 4배 수익을 얻었다"면서 투자자를 모집했다. 지방 재력가 집안 출신인 조씨는 지역 과학고등학교 재학 시절 전국 정보올림피아드에서 수상하는 등 수재 소리를 듣던 학생이었다.

조씨는 지난 2004년 대학에 진학한 뒤 "내 실력을 믿어보라"면서 고교·대학 선후배 등 27명에게 투자를 권유했다. 이렇게 해서 모인 돈이 23억7000여만원이었다.

조씨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증권회사에서 거래내역 증빙서류도 떼서 보여줬다. 일부 언론은 "대학생이 만든 성공적인 투자회사"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가짜였다. 투자자들에게 보여준 각종 증명서는 위조된 서류였다. 주식 자동거래 프로그램으로 투자를 한 일도 없었다. 투자 위험도가 높은 파생상품에 손을 댔다가 손실만 입었다.

대신 투자자들의 돈으로 호화판 생활을 즐겼다. 그는 강남대로가 내려다보이는 고층 빌딩 꼭대기에 있는 펜트하우스를 얻었다. 월 임대료가 수천만원이었다. 6억원대의 외제 스포츠카 '마세라티'를 구입했고, 벤츠도 1대 렌트해서 몰고 다녔다.

무용을 전공한 여자 친구에게는 7000만원을 주고 벤츠 승용차를 사줬고, 유흥업소에서 알게 된 20대 여성에게는 오피스텔을 얻어주고 보증금과 18개월치 월세로 수천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한 피해자는 "조씨가 도박으로 거액을 탕진했으며, 외국의 한 룸살롱에 가서 여성 종업원에게 '양주 1병을 한 번에 다 마시면 5000만원을 주겠다'고 호기를 부렸다고 들었다"며 "정말 투자회사가 성공하고 있는 줄만 알았다"고 말했다.

조씨는 지난해 6월 홍콩으로 잠적했다. 그간 투자받은 돈을 다 써버린 것을 회사 직원들이 알아차리자 달아난 것이다.

조씨는 회사 직원들이 홍콩으로 찾아오자, 이번에는 호주로 도주했다. 조씨는 지난해 7월 귀국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피해자들이 경찰에 고소장을 내 조사를 받게 됐고, 석 달 뒤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조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조씨의 변호인은 "조씨가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 돈을 벌어 투자자들에게 갚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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