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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맞은 朴상병 2시간 35분간 숨 붙어있었는데…“즉시 헬기로 이송했다면 살렸을 가능성”

이지혜 기자 wis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7-0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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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강화도 길상면 해병대 2사단 해안소초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 4명 가운데 박치현 상병(21)은 총상을 입은 후 2시간 35분 이상 생명이 유지되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 상병이 곧바로 헬기로 이송돼 1시간 이내에 중증 외상 전문가에게 응급수술을 받았더라면 사망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일부 외과 전문의들은 말한다.

7일 해병대와 의료계에 따르면, 박치현 상병은 4일 오전 11시 42∼50분쯤 김모 상병(19)이 쏜 총에 맞아 가슴 한 군데 총상을 입었으나 그로부터 2시간 35분 뒤인 이날 오후 2시 25분까지 호흡을 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응급환자 분류·이송 원칙(triage)에 따르면, 머리·목·몸통 등에 관통상을 입은 환자는 1시간 이내에 레벨1(가장 심각한 외상환자를 치료) 중증외상센터로 바로 옮겨야 한다. 지혈과 인공호흡을 하면서 환자를 이송해 곧바로 수술에 들어가 손상된 혈관과 장기 조직을 복구하면 사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기 난사사건 당일 해병대는 119 구급차를 불러 박 상병을 강화도 강화읍의 중소 민간병원으로 보냈다. 이 병원은 중증외상 환자를 수술할 의료진과 시설을 갖추지 않은 곳이다. 박 상병은 이 병원에서 수혈 등 응급처치를 받았고, 해병대는 인근 김포에 있던 군헬기를 불러 오후 2시 25분쯤 박 상병을 싣고 27분 만인 오후 2시 52분에 국군수도병원에 도착했다. 김포 헬기장과 강화에 있는 사건현장까지는 헬기로 15분 이내 거리에 있다.

박 상병은 국군수도병원 도착 후인 오후 3시 15분에 공식 사망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국군수도병원 도착 당시 사실상 사망한 상태(D.O.A·Dead On Arrival)였다. 만일 총기난사 사건 직후 군이 곧바로 군헬기를 불러 이송했더라면 1시간 이내에 수술을 시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견해다. 사건이 발생한 강화도 길상면에서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국군수도병원까지의 직선 거리는 약 90㎞이다. 보통 시속 200㎞로 나는 헬기로 이송하면 30분 정도 걸린다. 헬기가 김포에서 사건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까지 포함해도 1시간 이내에 이송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김포에서 온 헬기는 의료 장비가 장착되지 않아 곧바로 부르지 않았다"면서 "출혈이 심한 박 상병을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 수혈받게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상병이 총상을 입고 2시간 35분 동안 생명이 유지됐는데도 중증외상 전문의로부터 수술을 받지 못하고 사망한 것은 우리 군의 응급의료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65만명의 우리 군이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사가 총상을 입고도 2시간 35분 동안 수술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 미국 애리조나 총격사건 때 머리에 관통상을 입은 기퍼즈 하원의원은 단 35분만에 애리조나 대학병원 중증외상센터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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