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고위 탈북자 주장
"체육성 산하 전문공장 설립… 80년대말부터 투약 일상화"
2011 독일 여자 월드컵에 출전한 북한 선수 5명이 금지약물(스테로이드) 양성 반응을 보여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북한이 국가 주도로 금지약물을 제조해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북한 체육계 사정에 밝은 고위 탈북자 A씨는 19일 "북한 체육성 산하 체육과학연구소가 평양 보통강구역 대타령2동과 서성구역에 각각 분공장을 두고 운동선수용 약물을 전문적으로 생산해왔다"며 "겉으로는 피로회복제나 영양제라고 하지만 실은 금지약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1980년대 후반 체육성(당시 국가체육위원회) 직원들을 동독에 파견해 선진 약물 기술을 전수받았다"며 "힘을 펄펄 솟게 해주면서도 웬만한 도핑 테스트는 통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선 선수들이 약을 쓰는 게 워낙 일상적"이라며 "1991년 6월 남북이 단일팀으로 출전한 제6회 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포르투갈) 당시 북측 리명성 단장이 남측 코치진에게 약물 사용을 제안했다 면박을 당한 일도 있다"고 했다.
- ▲ 약물 세계반도핑기구(WADA) 대표 금지 약물/조선일보 DB
북한의 약물 제조를 주도한 인물은 박명철 체육상과 장웅 체육성 제1부상이다. 프로 레슬러 역도산(본명 김신락)의 사위로 유명한 박명철은 김정일의 죽마고우로 체육성에서 30년 이상 잔뼈가 굵은 북한 체육계 수장이다.
북한은 이번 약물 파문에 대해 "선수들이 사향이 함유된 한약을 먹으며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실수로 스테로이드가 체내에 들어갔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이번 사태가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마라도나가 도핑으로 퇴출당한 이후로 큰 대회에서 17년 만에 터진 대형 도핑 스캔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