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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창촌으로 팔려가는 여섯살 여자 아이의 눈을 본적 있나요

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8-11 11:53

올해 만해대상 수상자… 인신매매 여성 1만2000명 구한 '네팔의 어머니' 코이랄라 인터뷰]
구조돼 돌아온 여성들, 에이즈·성병으로 만신창이… 치료·상담하고 자립 도와"도움이 필요해 찾아온 사람은 돌려보내지 않아요. 그래서 모두가 '마이티 네팔(Maiti Nepal)'로 옵니다."



2011년 만해대상 평화부문 수상자 아누라다 코이랄라(Koirala·62) 마이티 네팔('네팔 어머니들의 집') 재단 이사장은 "우리에게 온 사람은 단 한 명도 다시 거리로 쫓겨나지 않았다"고 했다. 코이랄라는 '네팔의 어머니', '네팔의 마더 테레사'로 불린다. 1993년 재단을 만든 뒤 지금까지 인신매매 당하는 네팔 여성 1만2000여명을 구해내 치료하고, 교육하고, 자립을 도왔다.


 

아누라다 코이랄라.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코이랄라는 작년에 온라인 투표를 거쳐 미국 CNN '올해의 영웅'이 됐다. 12일 강원도 인제읍 하늘내린센터에서 열리는 만해대상 시상식 참석차 입국한 그녀를 10일 아침 만났다. 코이랄라는 "한국인들의 스승이며 독립을 위해 싸웠던 만해 선생을 기리는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여성 인신매매 문제를 더 널리 알리고, 그에 맞서 더 잘 싸워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자그만 체구에 주름살이 깊이 팬 얼굴, 평범한 동네 할머니 같은 그녀가 처음부터 인신매매 피해 여성을 위해 싸우는 투사는 아니었다. 카트만두에서 고교 영어교사로 20년간 일했던 그녀는 매일 아침 사원에 기도를 하러 가는 길에 만난 구걸 여성과 아이들이 안타까웠다. "얘기를 들어봤죠. 다들 남편이 바람이 나 쫓겨났거나, 인신매매 피해자였거나, 어떤 형태건 가정과 사회의 폭력에 희생당한 사람들이었어요."



코이랄라도 가정 폭력의 희생자였다.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나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남편의 매질에 세 번이나 유산했고, 결국 이혼했다. 그들 사정이 남 일 같지 않았다.

아누라다 코이랄라 이사장(오른쪽)이 지난해 4월 네팔 카트만두를 방문한 할리우드 배우 데미 무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데미 무어는 자신과 남편 이름을 딴 DNA(데미 앤 애슈턴)재단을 만들어 인신매매 피해 여성을 돕고 있다. /뉴스비스트

1993년 초, 에이즈에 걸린 엄마와 딸을 처음으로 집에 데려와 재우고 먹였다. 사람들이 자기도 거둬달라며 그녀에게 모여들었다.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유니세프의 지원을 받는 재단으로 등록했다. '마이티 네팔' 재단의 시작이었다. 작년 미 국무부는 연간 1만5000명의 네팔 여성이 주로 인도의 대도시 집창촌으로 팔려가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16세. 6~7세 아이들도 있다. 인신매매 피해 여성들이 자연스레 마이티 네팔 재단으로 모여들었다.



인신매매범들은 주로 시골 여성에게 '좋은 일자리를 소개해 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인도의 집창촌으로 끌려가면 하루에 20명 넘는 남자들에게 유린당한다. 도망치거나 구조돼 돌아올 때는 빈털터리에 에이즈·성병으로 만신창이다. 임신·출산은 부지기수다. 코이랄라는 "영혼이 완전히 부서져 버린 채로 온다"고 했다. 마음 둘 곳 없는 피해 여성들은 그래서 그녀에게 더욱 기대고 의지한다. 마이티 네팔에선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 그녀를 '디주'라고 부른다. '큰언니'라는 뜻이다.



재단에서는 변호사·의사·심리상담사 등 전문 스태프들이 피해 여성들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고, 인신매매범이 처벌받도록 법적 절차도 진행한다. 양성평등과 각종 직업교육도 한다. '마이크로 크레딧'으로 종잣돈을 대출해줘 경제적 자립도 돕는다. 국제사회의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마이티 네팔을 통해 회복된 여성들은 직접 '국경 순찰대'를 조직해 활동하며 더 이상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싸운다. 현재 50명이 인도와 네팔 사이의 국경 검문소 26곳 중 10곳에서 일하고 있다. 코이랄라는 "국경 경찰과 협력해 매일 4명 정도 위기의 여성을 구조한다"며 "지금까지 재단은 인신매매범 415명을 법정에 세웠고 최고 20년형까지 받아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도 700여건이나 된다"고 했다.



코이랄라는 매일 똑같은 주제로 기도한다. "모든 이에게 평화를, 모든 집과 나라에 평화를." 불가능한 소원이 아닐까. 코이랄라는 "불가능하지 않다"며 두 손을 모아 합장했다. "나 아누라다는 내 이익이 아니라 아이들과 여자들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았어요. 모두가 탐욕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리에서 의무를 다한다면 평화는 저절로 따라오지 않을까요?"



마이티 네팔이 활동한 지 이제 18년, 그의 다음 목표는 "네팔에서 인신매매가 사라지고, 마이티 네팔도 필요 없어져 문을 닫는 것"이다 "여성과 아이들을 위해 좀 더 나은 세상이 되도록, 함께 손잡고 싸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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