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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자금 1억5000만원,몽땅 넣었는데”

최규민 기자 qmi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8-21 15:19

노인 주식투자자 급증… 60세 이상 주식투자자, 1년새 29% 늘어 78만명
"은행이자 낮고 부동산 침체… 노후불안해 주식투자 모험"
선진국은 나이 많아질수록 주식 같은 위험자산 줄여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D증권사 객장. 30여명의 고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40대 고객 한두 명을 빼곤 죄다 60대 이상의 고령자들이다. 오전만 해도 빨간색이었던 전광판이 오후 들어 갑자기 하락을 나타내는 초록색으로 바뀌자 고객들의 얼굴도 굳어졌다. "마이너스 17, 마이너스 20…". 한 여성 투자자는 초(秒) 단위로 내려가는 숫자를 나지막이 읊조리다 이내 포기해버렸다. 끝내 코스피지수 1800선이 무너지자 여기저기서 "어허" 하는 탄식이 나왔다. 백발이 성성한 한 할아버지는 전광판의 움직임이 멈춘 후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투기판이야 투기판…"하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일어섰다.



주식시장 큰손으로 떠오른 60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기를 둘러업은 젊은 엄마가 객장에 나타나면 상투"라는 우스갯소리가 증권가에 회자됐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소리도 옛말이 됐다. 증권사 객장에서 젊은 사람들 얼굴 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세대가 대부분 HTS(홈트레이딩시스템)나 모바일 트레이딩(스마트폰 주식거래)으로 옮겨간 이유도 있지만, 최근 주식시장에서 노인 비중이 빠르게 늘어난 이유도 한몫한다.

주가가 100포인트 이상 폭락한 지난 19일 대전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고령의 투자자가 낙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0년 말 현재 60세 이상 투자자 숫자는 78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29%나 증가해 20~35세 주식투자 인구(74만4000명)를 넘어섰다. 투자금액 면에서는 노년층의 위세가 압도적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60세 이상 인구가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은 94조6700억원으로, 50대(83조원)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전체 주식투자 인구 6명 중 1명이 60세 이상 연령층이고,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시가총액 중 3분의 1을 이들이 보유한 셈이다.

이런 현상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대개 나이가 들수록 성격이 조심스러워지면서 투자 성향도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서 예금이나 채권 같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유독 한국에서만 고령층이 너나없이 주식투자라는 새로운 모험에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 역설적이게도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이유다.

노후 불안·저금리·부동산 침체에 "목돈 들고 증권사 앞으로"

전북 전주에 사는 정모(67)씨는 매일 아침 증권사 객장으로 출근하길 4년째다. 평생 조그만 점포를 운영하다 장사가 안 돼 정리한 다음, 처음 시작한 일은 아파트 경비 일과 유치원 버스 운전이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그만두고 전업투자의 길로 들어섰다. "주변에선 은퇴 자금으로 5억이 필요하다, 10억이 필요하다 하는데 모아놓은 건 없고, 한 달 뼈빠지게 일해봐야 손에 쥐는 월급이라곤 100만원도 안 되고, 자식뻘밖에 안 되는 사람들한테 업신여김받는 게 싫고…." 주식으로 재미를 봤다는 친지의 조언을 받아 노후자금으로 모아둔 돈 1억5000만원을 주식에 몽땅 털어넣었다. 1년에 10% 수익만 내면 적어도 경비 일로 버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동안 가족들의 반대가 워낙 심해 올해 말까지 주식을 모두 정리하기로 약속했던 그는 요즘 주가 급락 때문에 피가 마르는 심정이다. 정씨는 "2008년에도 원금이 반 토막 가까이 났지만 올해 초까지 거의 회복했다"며 "주식에서 잃은 돈을 반드시 주식으로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세대에 비해 목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저금리와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마땅히 돈 굴릴 데가 없어진 것도 원인이다. 서울 신림동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이모(65)씨가 난생처음 주식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1년 반 전부터다. 2006년 부동산 붐이 일 때 재개발 소문을 듣고 대출을 받아 집을 한 채 산 것이 화근이었다. 재개발도 안 되고 집값만 떨어지자 도로 내놨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아까운 은행 이자만 내고 있던 차에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 얘기가 하도 많이 들리자 이씨도 솔깃해졌다. 1억원을 투자해 올 초 이른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주)'에 투자해 한 달에 10~20% 수익을 내면서 주식에 푹 빠졌다. 이젠 드라마보다 증권전문방송을 더 열심히 본다.

이씨 역시 최근 폭락장에서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000쯤 됐을 때 몇 개 종목에 '몰빵'을 했다가 큰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이씨는 "주가폭락으로 속이 너무 상하지만 언젠가 주가가 오르면 다시 본전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은 "100에서 자기 나이를 뺀 비율만큼만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하라는 투자 격언이 있다"며 "우리나라처럼 변동성 높은 장에서 주식에 과도하게 투자했다간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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