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인치 아이패드보다 싸
42인치 LCD TV가 9.7인치 크기의 아이패드보다 싼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TV와 태블릿PC 등 정보·영상기기의 경우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LCD 패널이 가장 크며, LCD 패널은 클수록 가격이 비싸다. 따라서 대화면 LCD TV와 소화면 아이패드의 가격 역전은 일반적인 제조원가 원칙이 무너진 사례로, IT산업의 무게 중심이 단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를 융합한 스마트 기기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3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42인치 LCD TV 평균 판매가격은 2분기에 599달러로, 전분기보다 10% 정도 떨어졌다. 애플 아이패드는 모델에 따라 499~829달러에 팔리고 있다. 무선랜 기능이 있는 32기가바이트(GB) 제품은 599달러로, 42인치 LCD TV 평균 가격과 같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42인치 LCD TV 평균 가격은 연말까지 578달러로 떨어지고 2015년까지 하락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015년이면 LCD TV가 아이패드의 절반 정도의 가격에 팔린다는 의미다.
맥쿼리그룹의 제프 로프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이 LCD TV의 값어치를 제조사들의 생산 단가보다도 더 낮게 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아이패드와 TV 간 가격 역전은 삼성전자·LG전자·소니 등 TV 제조업체들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LCD TV는 '선명한 영상을 큰 화면에 보여준다'는 것만으로 1대에 1000만원 가까운 가격에 팔렸다. 삼성전자는 2002년 40인치 LCD TV를 8000달러(854만원)에 판매했으며, 일본 샤프는 2004년에 45인치 TV를 99만7500엔에 팔았다. 10년도 안 돼, 10분의 1 이하로 가격이 내려간 것이다. 하지만 전자업체들은 지난 10년간 '선명한 화질'과 '더 큰 화면'이라는 가치 이외에 추가로 소비자에게 제시한 것이 없었다.
반면 영상을 보는 기기이면서도 휴대성과 디자인, 각종 응용프로그램 등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 아이패드는 작년 초 선보인 뒤 1년 반 동안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현상은 마찬가지다. 하이마트 등 대형 유통점에서 42인치 LCD TV는 9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4~5년 전 가격과 비교하면 4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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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철 기자 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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