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350억 다 주고 26평 실버타운으로

김성민 기자 dori2381@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9-20 07:37

KAIST에 전재산 기부한 김병호·김삼열 부부 "이쑤시개도 8조각 나눠 써" 남편 기부 2년뒤 부인도 실천

 

"남편의 기부 바이러스가 저한테도 옮아왔나 봐요. 평생 아껴서 모으기만 했는데 이제 아낌없이 나누려고 해요."

19일 서울 동대문구 카이스트(KAIST) 서울캠퍼스. 김병호(70) 서전농원 대표가 양복 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한 화장지를 꺼내자 부인 김삼열(61)씨가 "사람 많은 데서 창피하게 왜 이러세요" 하며 잽싸게 가로챘다. 김 대표가 손을 닦은 후 다시 쓰기 위해 버리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둔 화장지였다. 화장지도 아껴 쓰는 남편은 2009년 카이스트에 3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했다.

이날은 부인 삼열씨가 자신의 명의로 된 50억원 상당의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조안리 2247㎡(681평) 토지를 카이스트에 기부했다. 부부가 평생의 땀방울을 아낌없이 내놓은 것이다. 큰돈을 맡겨온 기부자의 가족이 수십억원대의 금액을 다시 맡겨온 경우는 카이스트 사상 처음이다.

부인 김씨는 "30년 전 결혼기념일에 남편한테 선물로 받아 배나무·잣나무 등을 심고 노후 대비를 위해 관리하던 땅이었다"며 "우리 부부보다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 바란다"고 했다. 김 대표와 아내 삼열씨는 1970년 서울에서 전라도 광주로 향하는 기차 옆좌석에 앉은 것이 인연이 돼 1973년 백년가약을 맺었다. 김 대표는 17살이던 1958년 보리 한 가마니 가격인 단돈 76원을 들고 고향인 전북 부안을 떠나 상경했다.

7남매 중 장남인 김 대표는 서울에서 식당 밥 배달원, 운수회사 직원 등으로 일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무더운 여름날 단돈 1원을 아끼려고 남들 다 먹는 사카린 음료수도 참았다고 한다. 부인은 "남편은 이쑤시개를 8조각으로 나누어 사용하고, 손 씻은 물도 모아놓고 재활용하는 사람"이라며 "아내로서 답답하기도 했지만 이제 나도 똑같아졌다"며 웃었다.

2009년 카이스트에 300억원을 기부한 데 이어 19일 다시 이 학교에 발전기금으로 50억원을 기부한 서전농원 대표 김병호(가운데)씨와 부인 김삼열(왼쪽에서 네번째)씨. KAIST 서울캠퍼스에서 서남표 총장에게 기금 50억원 기증서를 전달한 부부가 학생들과 나란히 교정을 걷고 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이들은 어렵게 모은 돈으로 1988년 경기도 용인에 16만5000㎡(약 5만평)에 이르는 농장 터를 구입해 20여년간 서전농원을 운영하며 크게 성공했다. 부인 김씨는 "남편은 7남매 중 장남으로 동생들 학업을 뒷바라지하느라 정작 본인은 초등학교만 나왔다"며 "1987년 부친상을 치르고 남은 부의금을 친척 자녀의 등록금으로 내놓고, 고향인 전북 부안군에 장학금 10억원을 내놓는 등 기부에 열심이었다"고 했다.

2004년 10월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김 대표는 회복 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지론대로 평생 모은 300억원 상당의 경기도 용인의 임야, 전답 등 9만4744㎡(2만8710평)를 카이스트에 기증했다.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과학 영재들을 키워달라는 의미였다. 그가 기증한 돈으로 카이스트에는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의 'IT융합센터'가 세워지고 있다.

가진 것 대부분을 내놓은 부부는 현재 경기도 용인의 실평수 85㎡(26평)짜리 실버타운에 살고 있다. 사후 시신 기증까지 해놓은 상태다.

김 대표는 "'버는 것은 기술이요, 쓰는 것은 예술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며 "우리가 기부한 것을 많은 사람이 훨씬 가치 있게 사용한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했다. 아들 김세윤(38)씨는 "물질적 재산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유산'을 부모님께 많이 받았다"며 "부모님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아무튼, 주말]
카지노 도시는 잊어라
미식의 천국 美 라스베이거스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밤에면 이 거리를 걸으면서 사진도 찍고 호텔들이 공짜로 선보이는 쇼를 보기를 추천한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나이 지긋한 금발의 가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노련한 몸짓, 끈적끈적한 목소리로 재즈 몇 곡을 연달아 불렀다. 박수가 쏟아졌다...
자진 반환 요청에도 불응··· 7월부터 법적 대응
“되돌려 받아야 할 환수액 총 95억여 달러”
부적격 대상에게 지급된 코로나19 지원금을 환수하기 위한 법적 대응이 마침내 이뤄진다. 27일 캐나다 국세청(CRA)은 오는 7월부터 본격적으로 코로나19 지원금 부정수급자에게 법적 경고를...
단 16%만 “캐나다인으로서 자부심 더 느껴”
70% “캐나다가 망가졌다는 발언에 동의”
캐나다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캐나다 국민들이 5년 사이에 크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Ipsos)가 28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단 16%의 응답자가...
‘벌금 강화 포함’ 9000만불 비용 절감 조치 발표
주정부 지원 내년 말 종료··· 서비스 축소 검토
기사와 관계 없는 자료사진/Getty Images Bank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트랜스링크(TransLink)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불법 무임승차범에 대한 벌금을 강화하고, 서비스 축소도 검토 중이다....
성장률 소폭 상승에도, 1인당 GDP는 하락세
경제 부진 여전··· 9월 기준금리 인하 무게
캐나다의 경제가 어느 정도 반등했다는 지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잠재 성장률 이하의 성장이 이어지면서 올해 금리가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8일 연방 통계청이...
산만운전으로 간주··· 1회 적발에 ‘582달러’
▲신호대기 중인 운전자가 옆 차선에 서 있는 차량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는 모습.  /@MVTP_TMET(X·옛 트위터)신호 대기로 정차한 상태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내든...
캐넉스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초 수상
92포인트로 팀 플레이오프 진출 이끌어
캐넉스 팀 역사상 최초로 노리스 트로피를 수상한 퀸 휴즈 / Canucks Facebook 퀸 휴즈가 밴쿠버 캐넉스 팀 프랜차이즈 최초로 NHL 최고 수비수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27일...
매일 챙겨 먹는 종합 비타민 보충제가 건강과 장수에 특별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27일(현지시각)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성인 39만124명을...
주택엔 최대 1만 달러·기업엔 최대 15만 달러
7월 리베이트 지급··· BC하이드로 승인 받아야
주택이나 비즈니스를 소유한 BC 주민들은 앞으로 지붕이나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시 리베이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BC하이드로(BC Hydro)는 27일 성명을 통해 처음으로 BC 주민과...
▲사진=United Here Local 40/Facebook밴쿠버 국제공항(YVR) 식음료 매장에 근무하는 외식업 노동자 200여 명이 27일(목) 하루 동안 임금 협약을 위한 파업에 돌입했다. 밴쿠버 노동조합 ‘United Here...
밴쿠버 두 계단 하락한 7위··· 캘거리는 5위
토론토 톱10에서 탈락··· 빈, 3년 연속 1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순위에서 밴쿠버가 캘거리에 추월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27일(현지시간) 발표한...
정비사 노조 금요일 파업 예고··· 약 25편 결항
노사 갈등 심화··· 캐나다데이 연휴 앞두고 발동동
* 웨스트젯 노사 분쟁에 대해 연방정부가 중재를 명령하면서, 28일 오후로 예정되어 있던 웨스트젯 정비사 노조의 파업은 철회됐음을 알립니다. 캐나다 제2항공사인 웨스트젯(WestJet)...
양국 ‘24~25 상호 문화교류의 해’ 맞아
문화 기반으로 국민 간 교류 및 유대 강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파스칼 생 옹쥬  문화유산부 장관이 25일 오타와 국립아트센터에서 한국-캐나다 상호문화교류의 해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 Pascale St-Onge X 대한민국의...
구조된 후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숨져
지난해 BC주 익사자 수 101명에 달해
지난 23일 익사 사고가 발생한 와사 레이크 / BC Parks BC 동부의 한 호수에서 튜브를 타고 물놀이를 하던 11세 어린이가 물에 빠져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RCMP에 따르면 지난주...
작년 폭염 사망자 11명 추산, 80% 7~8월 숨져
연중 가장 더운 시기인 7월을 며칠 앞두고, 폭염 피해 최소화를 위한 세심한 예방 관리가 요구된다. 26일 BC 검시소(BC Coroner Service)는 작년 여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총 11명으로...
소비자 67% “팁 부담 느껴”··· 선호하는 팁 비율 10~15%
자동 팁 옵션 거부감 커··· QR 메뉴보단 종이 메뉴 선호
물가 상승과 ‘팁플레이션’의 여파로 캐나다 소비자의 팁에 대한 부담감도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몬트리올 본사의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기업 라이트스피드...
AI 활용 근로자 수요 급증···고용시장 대변화 시작
인공지능(AI)으로 인한 ‘대이직 시대’가 시작됐다. 기업들이 AI 관련 업무 경험이 있는 이들을 높은 연봉에 대거 채용하고, 다른 한편에선 AI가 기존 업무를 대체하면서 일자리를 위협받는...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모습. 기사와 관련 없음./Getty Images Bank세계에서 지능지수(IQ)가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 5위, 캐나다는 48위를 차지했다....
존 호건 전 BC주 수상 / BC Government Flickr 2년 전 정계 은퇴를 한 존 호건 전 BC주 수상이 최근 또다시 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독일대사를 역임 중인 호건 전 수상은...
25만 달러 초과하는 양도소득 세율 50%→66.7%
정부 “초부유층만 영향”··· 보수당, 일부 업계 반발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재무장관과 저스틴 트뤼도 총리 / Chrystia Freeland Facebook 보수당과 여러 업계의 반발을 일으켰던 양도소득세(capital gain tax) 개정안이 25일부터 발효됐다.  ...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