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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시민상' 받는 서지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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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4-04-26 00:00

"침착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죠"

'용감한 시민상' 받는 서지영씨

총 든 괴한과 대치 상황에서 극적으로 위기 모면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말이 있잖아요.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는 겁내지 말고 침착하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다운타운에 있는 하얏트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인 서지영씨가 오는 27일 밴쿠버 경찰청으로부터 '용감한 시민상'을 받는다. 이 호텔 VIP 전용 29층에서 콘시어지(Concierge)로 일하는 서씨는 작년 6월 근무 중 총을 든 괴한에게 인질로 붙잡혔으나 침착하게 대처, 인명피해 없이 사태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한 공로로 상을 받게 됐다.

아직 사건 후유증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는 서씨는 약 한 시간 가량 지속됐던 당시 상황을 담담한 목소리로 들려줬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작년 6월 1일 오후 5시경. 서씨 혼자 29층 데스크에 앉아 있는데 엘리베이터로 젊은 백인 남성이 올라왔다. 직감적으로 수상하다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총을 들이대며 바닥에 엎드리라고 소리쳤다. 순간 '이제 죽었구나' 하며 머리 속이 아뜩해졌고 바닥에 총을 맞은 채 피를 흘리며 쓰러진 자신의 모습이 환상처럼 스쳐 지나갔다. 서씨는 바닥에 엎드리는 대신 그에게 "내가 당신을 위해 뭘 해주면 좋겠냐"고 차분하게 물었다. 겁을 낼 것을 예상했던 범인은 순간 움찔하면서 한동안 말이 없다가 어딘가에 전화를 하라고 요구했다.
범인이 옆에서 총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수화기를 든 서씨는 순간 호텔 비상 번호를 누르고 싶었지만 범인 요구에 따랐고 연결이 되지 않자 범인은 경찰에 연락하라고 요구했다. 서씨의 전화로 곧 호텔에 출동한 경찰과 전화가 연결됐다. 서씨가 경찰과 통화를 하는 동안 범인은 총구를 겨눈 채 계속 소리를 지르며 경찰이 올라올 것을 요구했다. 불안감으로 눈물이 계속 나는 상황이었지만 서씨는 일부러 더 침착하게 보이려 애썼고 그런 상황 속에서 범인에게 "나는 한국에서 온 서지영인데 당신 이름은 뭐냐, 어디에서 왔냐"고 물었고 범인도 자기 이름과 고향을 얘기하며 너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 서씨는 용기를 내어 범인에게 저쪽에서 물을 좀 가져오겠다고 허락을 받았고 그 쪽으로 이동하던 중 한 쪽 벽에 7-8명의 경찰들이 숨어있는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이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보내왔고 서씨는 그 쪽으로 몸을 던져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그 후 범인은 결국에 경찰에 체포됐고 이 소식은 당시 CTV 등을 통해 크게 보도됐다.

사건 직후 경직과 오한 증세를 보인 서씨는 곧 병원으로 옮겨져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치료를 받았다. 그녀를 담당했던 의사와 경찰들은 서씨가 당시 상황을 얘기하자 자칫하면 인명 피해가 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전문가 못지않게 침착하게 대처한 서씨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사건 이후 서씨는 정신적 충격으로 한동안 대인 기피증, 불면증 등에 시달렸고 휴가 후 직장에 복귀했지만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려고도 했지만 영주권을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생각이 많이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좀 조급하고 뭐든 완벽하게 해야 하는 성격이었는데 그렇게 사는 게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2의 인생을 산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즐기면서 다시 한번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혹 자기 자랑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싶어 인터뷰를 망설였다는 서씨는 "탄핵 정국 보도를 들으면서 속상했던 한인들이 잠시나마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96년 유학 와서 관광경영을 공부하고 취업에 성공, 4년 전 이민자가 된 그는 또 "직장을 잡기가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많이 두드리면 문이 열린다"며 "문제가 있으면 도망가지 말고 직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상 기자 eunsang@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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