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아~ 내가 쓴 욕이 이런 뜻… 알고나니 못 말하겠어요”

김연주 기자 caro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10-05 09:05

'욕 없는 교실' 만드는 상원中
급훈 '세종대왕님 울고 계신다' - "예전엔 '씨×'이 사투리인 줄… 性的 의미 알고 너무 놀라"
TV·인터넷에 중독된 아이들, 방과 후엔 예체능 수업받고 아침엔 어제 쓴 욕 적고 반성

 

중고생 4명의 윗옷 주머니에 소형 녹음기를 넣어 언어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학생 1명이 4시간 동안 최대 385번 욕설을 한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처럼 평범한 학생들에게도 욕설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일부 학교에선 '욕 안 쓰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원중학교 학생들은 매일 아침 10분간 '자기 관리 플래너(계획서)'를 쓴다. 학습 계획도 있지만 자신이 한 말을 돌아보는 코너도 있다. 한 2학년 학생은 계획서에 '어제 내가 한 부정적인 말' 칸에 '짜증 나. 너 정말 그것밖에 안 돼?'라고 쓰고, 그 아래 '별생각 없이 쓴 말. 이제 긍정적인 말만 써야지'라고 적었다. 계획서는 1주일에 한 번씩 담임교사가 검사한다.

"내 언어생활 기록해요"… 지난 9월 30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원중학교 1학년 3반 학생들이 자기 언어생활을 기록한‘자기 관리 플래너’를 들어보이고 있다. 상원중은 학생들에게 매일 아침 10분씩 전날 쓴‘부정적인 말’과‘긍정적인 말’을 플래너에 기록하게 해 언어 습관을 돌아보게 한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각 교실에는 기존의 '급훈'과 함께 학생들이 직접 만든 '우리말 급훈'이 걸려 있다. '세종대왕님이 울고 계신다'(3학년 2반), '자나깨나 말조심!'(2학년 6반), '욕하는 순간 제명이 됐어요!'(2학년 1반) 등이다.

이 학교는 올 초부터 '욕 안 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교사들은 '이대로 방치하면 정말 큰일 나겠다' 싶어 욕을 줄이기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을 시작했다.

우선 올 3월 초 욕 사용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교사·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교사들의 93.5%, 학생의 73.0%가 '욕 사용이 심각하다(자주 사용한다)'고 했다.

교사들은 또 아이들이 욕을 많이 쓰는 이유를 과도한 스트레스와 TV, 인터넷 등 자극적인 매체의 영향으로 보고, 문화 활동으로 정서를 가꿔주기 위해 방과 후 특기적성 활동을 강화했다. 기타·플루트·농구·사물놀이 등 특기적성 수업을 22개 반 설치하고, 교과목 수업을 듣는 학생이 특기적성 수업을 들으면 수강료를 절반(4만원)으로 줄여주는 등 참여를 유도했다. 그 결과 현재 특기적성 수업을 듣는 학생이 전체(1036명)의 4분의 1(26%)에 이른다.

'욕의 의미'를 정확히 알려주는 수업도 진행했다. 욕의 뜻을 풀이한 프린트물을 나눠주고, 교사가 단어 하나하나 의미를 설명해준 것이다. 많은 학생이 이 수업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했다. 김시영(2년·14)양은 "그전에는 '씨발'이 방언인 줄 알았어요. 근데 수업 듣고 성(性)적인 의미라는 걸 알고는 너무 놀랐어요. 이제는 쓸 때 '아, 그게 그 뜻이었지'라고 생각하고 잘 안 쓰게 돼요"라고 했다.

학교는 이 밖에도 텅 비어 있던 복도 벽에 고흐·르누아르·밀레 등의 명화를 걸고, 운동장 주변에 꽃도 심었다. 지난달에는 TV 아나운서를 초청해 올바른 국어 사용에 대한 강연을 열고 '한글 사랑 UCC' 대회도 했다. 사회 수업에선 '욕설을 하는 심리'에 대해 토론을 하고, 정보 시간엔 '잘못된 통신 언어'와 '네티켓'에 대해 알아봤다.

이런 노력 끝에 교사와 학생들은 "욕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 학교 양인숙 국어 교사가 욕을 한 학생을 지도하면서 "우리 학교가 무슨 학교지?"하고 물었다. 학생은 고개를 푹 숙이며 "욕 안 하는 학교요…"라고 대답했다. 학생들 스스로도 학급 인터넷 카페 등에서 욕설 사용을 금지하고 너무 많이 쓰면 투표를 통해 자격정지나 퇴출을 결정하고 있다. 상원중 천영숙 교감은 "초등학교 때부터 서서히 길들여온 언어 습관을 단시간 내에 바꾸기는 정말 어렵다"며 "'느리지만 꾸준히'라는 것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학생들 사이에서 '아름다운 말'을 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0~5세 아이는 국가가 반드시 책임진다는 자세로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과 협의해 예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제자문회의에서 "보육문제는 저출산 고령화 추세 속에서 국가의 성장...
서울 강남 지역의 자율고(자율형사립고) 1학년인 A(16)군은 중학교 때 '우등생'으로 통했다. 어머니는 "우리 아들은 엄친아(공부 잘하는 엄마 친구 아들, 우등생을 뜻하는 신조어)"라고 공공연히 자랑하고 다녔다. 하지만 고교 진학 후 처음 치른 중간고사에서 A군은...
논술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흔히 자신의 작문 실력이 부족하고 문장력이 좋지 않다는 불안감을 표출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불안감은 논술의 성격을 잘못 파악한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논술은 정해진 방향으로 글을 써야하는 일종의 서술형 문제와 유사합니다....
toyboy는 연상인 여자가 '장난감(toy)처럼 여기며 사귀는 어린 남자'다. 청순미의 대명사(the epitome of innocent beauty)였던 미국 영화배우 데미 무어(49)가 toyboy로부터 버림을 받았다.결혼식을 올린 지(walk down the aisle) 6년 만이다. 16세라는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despite their 16-...
환경부장관 논문상 받아
"이 논문 준비하다가 배탈이 난 적 있으니까 '내 배 아파서 낳은' 거 맞아요."환경부가 주최한 환경공간 정보 우수 논문 공모전에서 학생부 최우수상인 환경부장관상을 여대생 3명이 받았다. "우리끼리 해보자고 방학 내내 매달렸어요. 석·박사 팀을 모두 이겨서...
시간활용 공신 서울대 인문학부 주현경 양 1년 전 이맘때와 비교해보면 극과 극의 삶이다. 경남 통영에서 하루 24시간 공부 외에 다른 생각은 한 적이 없다. 스스로 짠 계획표에 따라 쉬는 시간 10분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지금은 서울대 인문학부 1학년으로...
한인 학생회 KISS, 19일 입학 설명회 개최
UBC 한인 학생회 ‘K.I.S.S.(Korean IntercollegiateStudent Society·회장 신혁수)’가 19일 오후 2시 코퀴틀람 한인회 사무실에서 UBC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입학설명회를 개최한다. 이날 설명회에는 UBC 입학 과정과 입학 조건을 비롯해 각 학부 및 전공,...
"페이스북과 함께 미래 열자" 7년 만에 돌아와 채용설명회, 청바지 차림으로 총장 면담… 수백명 학생들 환호로 맞아  .par:after{display:block; clear:both; content:"";} 하버드 대학 자퇴생 마크 저커버그(27) 페이스북 CEO가 자퇴 후 처음으로 모교 캠퍼스를 찾았다....
대학 대신 취업 택한 청소년들을 위한 '해피스쿨 마스터 강연' 현장 "프랑스에서는 15살이면 대학 진학과 전문 직업 분야 취업 여부를 정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살부터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하죠. 방황하는 경우도 많고요."지난 22일 오후 2시, 서울 을지로...
잡스·게이츠·저커버그… 3人의 천재 키워낸 부모들의 '4가지 교육법'잡스 養父 '맹부삼천지교' - NASA 데려가 IT 꿈 키워주고 명문 보내려 집 팔아 이사까지게이츠 父 "하고싶은 일 해라" - 자기 직업인 변호사 강요안해, MS 창업할때 사업자금 대줘저커버그 父 "천재성...
"대학 간판보다 전문성이 중요" 내신 상위 20%이내 지원자 수도전기공고 등 약 2배 증가… 부모도 "취업 먼저, 대학 나중" 반에서 1~2등을 다투는 경기 안산 시곡중 3학년 조유리(15)양은 최근 일반 고교 대신 '마이스터고(高)'인 미림여자정보과학고(서울)에...
우수한 인재가 CEO 자리에 오르면 기업 가치나 실적을 최대 40%까지 높일 수 있다.(하버드 비즈니스스쿨 2001년 연구) 하지만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고 채용하는 일은 애초부터 확률이 낮은 게임이다.전체 인력 중에 우수한 인재는 극소수다. 리더십·협상력처럼 다른...
무기력한 아이 어떻게 할까?달성 가능한 목표 정하게 하고 구체적 학습법 제시해야아이 말에 귀 기울여주고 적당한 멘토 찾아주는 것도 효과 고1 김중흔(가명)군은 학교에서는 집에 갈 생각만 하고, 집에서는 잘 생각만 하며 하루를 대충 보낸다. 친구들은 촌각을...
13일 BC 교육장관 방침 발표
BC주정부가 교육정책에 변화를 가할 방침이라고 13일 발표했다. 조지 애보트(Abbott) BC주 교육장관은 “주정부는 학생, 학부모, 교사와 다른 교육계 협력자들과 함께 우리 교육제도를 좀 더 훌륭한 제도로 만들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교육정책의...
한창 크고 공부할 때, 아침 안 먹으면 몸도 공부도 손해… 학원이다 뭐다 늦잠이 큰원인배고파서 수업 집중 못하고 점심은 폭식, 오후엔 졸고… 엄마들이 아침 꼭 챙겨줘야 "아침밥을 안 먹고 오는 학생은 오전 수업 시간에 너무나 지쳐있는 모습이에요. 과자나...
SFU현대예술학교 학교공개행사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SFU) 현대예술학교(School for the Contemporary Arts)가 오는 15일 정오부터 오후6시까지 학교 공개 행사를 한다.SFU현대예술학교는 밴쿠버 시내 웨스트헤이스팅스가(W.Hastings St.) 149번지, 골드코프 센터포 디아츠(Goldcorp Centre for the Arts)에 있다. ...
대졸 취업자 40%가 연봉 1800만원 이하200만원 이상 월급 37%… 괜찮은 직장 잡기 힘들어 취업 포기·재수생 급증세 서울 유명 대학의 법대를 졸업한 김모(27)씨는 지난 3월 공기업에 인턴으로 취업했다. 그토록 가길 원했던 대기업 취업은 아예 포기했다. 50여개 회사에...
하버드大 손에스더씨 줄기세포분야 루게릭병 연구
중학교 시절 성적이 하위권을 맴돌다 조기 유학으로 해외 유명대학에 진학해 화제가 됐던 한국의 ’꼴찌 소녀’ 손에스더(26)씨가 줄기세포 분야의 대표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욕 없는 교실' 만드는 상원中급훈 '세종대왕님 울고 계신다' - "예전엔 '씨×'이 사투리인 줄… 性的 의미 알고 너무 놀라"TV·인터넷에 중독된 아이들, 방과 후엔 예체능 수업받고 아침엔 어제 쓴 욕 적고 반성 중고생 4명의 윗옷 주머니에 소형 녹음기를 넣어...
서울대 라틴아메리카 연구소, 210만명 아이마라族 문자로… 찌아찌아族보다 인구 34배  남미 볼리비아의 원주민 아이마라(Aymara) 부족에게 본격적으로 한글을 보급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아이마라족은 210여만명에 달해 2009년 한글을 공식 표기 문자로...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