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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대의 피아노 연주와 시온선교합창단”

김영기 작곡가·시인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10-07 17:02

거대한 몰(Mall) 속에 자리 잡은 휴처 숍(Future Shop) 혹은 런던 드럭(London Drug)에 가면 삼성이나 LG TV 영상모니터가 늘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제품이 캐나다 본토 중앙에서 광채를 발하고 있지 않은가. 언젠가부터 우리는 뿌듯한 마음으로 서양 백화점을 걷게 됐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한 사람의 정신이, 하나의 회사가 전 세계를 향해 품은 비전이 온 인류를 편리한 길로 안내하고 기쁨을 선사하게 된 것이다. 스티븐 잡스가 며칠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이루어놓은 아이폰혁명은 인간사회를 더 친밀하게 만들었고 지구촌을 하나의 통신공동체로 만든 역사적인 사건이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세계성은 놀라운 결과를 초래한다. 세계의 평화를 사랑하는 하나의 의식이 전쟁을 종식시키고 인류의 마을을 낙원으로 변화시킨다는 점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며칠 전 밴쿠버 다운타운 퀸엘리자베스극장(Queen Elizabeth Theater)에서 음악사적으로 획기적인 연주회가 열렸다. 바로 8대의 피아노가 연주되는 환상의 밤이었다. 해밀톤과 죠지아 거리 모퉁이에 자리 잡은 이 극장 안에 들어섰을 때 남녀노소 캐나다인들과 소수민족들이 함께 어울려 입장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삽시간에 모든 객석이 메어지고 붉은 빛이 타원형으로 아치를 이루는 무대장식은 음악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우리의 가슴을 신비감에 젖게 하였다.

8대의 그랜드 피아노가 무대 양쪽으로 두 날개처럼 앉아 있었고 그 뒤에는 200명의 합창단을 위한 장식층계가 흐릿하게 보인다. 드디어 캔리(Ken Lee) 지휘자가 나오면서 흔히 볼 수 없는 8대의 피아노 오케스트라가 연주되기 시작했다. 10개국에서 16명의 피아니스트들이 밴쿠버에 한데 모여 이토록 화려한 음악세계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피아니스트 각 개인들은 세계적인 심사위원도 있었고 이 연주회를 위해 편곡의 땀을 흘린 바이너(Baynov)씨도 있었다. 로시니, 바하로부터 근대에 이르는 작곡가들의 작품들이 연주되는 동안 청중은 감동에 휩싸였고 곡마다 주는 흥겨움과 신선함은 세상을 잊어버리게 하는 화음의 산책경이었다. 여기에 시온선교합창단 지휘자인 정성자씨도 피아니스트로 함께 참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음악회 중간에 8대의 피아노와 함께 시온선교합창단 100명과 60명에 이르는 한인 남성합창단원들이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외롭고 고독한 한 사람의 피아노 연주와는 아주 다른 공동체적인 앙상블이 허공에 뿌려지는 기막힌 순간 속에 시온 합창단들이 함께 어울려 캐나다 영어권을 향해 노래를 부르다니... 이것은 자랑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나아가 역사적인 의의를 주는 모임이기도 하다.

시온선교합창단 개인 개인이 그저 흩어져 살고 서로 관계가 없는 듯 지냈다고 한다면 사실 이러한 사건은 있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100명이 뭉쳐 함께 우렁찬 음성을 발할 때 거대한 에너지가 일어나고 이와 함께 시너지 효과가 상승을 하게 된다.

한 사람 사람이 걸어온 길들은 소설이요 영화다. 특히 한국의 전쟁과 배고픔 그리고 억눌린 역사 속에서 이렇게 지긋한 나이에 이르는 사람의 영혼은 드라마와 같은 이야기가 숨어 있게 마련이다. 이런 사람들이 한 지휘자를 통해서 통합되고 연출되고 반죽되고 비벼지면서 새로운 음악세계로 표현된다는 것은 참으로 기이한 일이요 신묘막측(神妙莫測)한 현상이 아닐 수가 없다. 우리만이 살고 우리끼리 지내는 소외된 소수민족이 한인교포사회라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그러나 요즈음 한인사회 안에서 캐나다 사회를 향해 발돋움하는 예술문화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윈 롬프(Win Rompf) 한 사람의 피아니스트가 10년 전에 아마추어들과 함께 이와 비슷한 피아노 연주를 했지만 그는 이번에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꿈을 가지고 이 대회를 준비하여 결국 아름다운 8대의 피아노의 밤을 장식해 놓았다. 또한 시온선교합창단의 지휘자 혹은 리더들이 이 합창단을 향한 비전을 꿈꾸었기 때문에 이러한 세계적인 음악인들과 함께 나누는 빛나는 밤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시온 선교합창단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수백 수천의 영상이 겹치고 모이고 다지고 펼쳐지면서 삶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80에 이르는 인생의 4악장의 길에서도 이렇게 숭고하고 거룩한 천상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니 한 사람의 한인으로서 감사할 뿐이다.

우리 한인 사회는 예술을 통해 한국문화를 밴쿠버에 알릴뿐 아니라 세계인 가슴 속에 기쁨을 주어야 할 것이다. 인류의 평화와 안식을 주는 공동체적인 창조 사역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교포 2세들에게 인류는 하나라는 복합문화적인 세계정신을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지구는 이제 하나의 마을이다. 우리 안에 태양처럼 가만히 있지만 세계를 살리고 달과 별처럼 그저 뜨고 지지만 지구의 궤도를 지켜주는 은밀한 세계관을 지니고 살아가야 하겠다. 내가 살고 숨 쉬는 것이 바로 온 우주 세계 삼라만상과 기막히게 연결되어 있다는 존엄한 자연현상 앞에 겸허하게 살아가는 기도를 올려본다.

(2011년 10월1일 “Pianos Eight” 연주를 듣고 나서... 시인,작곡가/김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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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해영 ∙사진:백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