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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든 것은 부모님의 사랑" - 미리암 배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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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5-03-21 00:00

미리암 배츠씨

"나를 만든 것은 부모님의 사랑"

'반쪽 한국인, 반쪽 일본인'으로 살아온 삶 책으로

"내가 죽으면 내 얘기도 나와 함께 사라지지 않겠어요? 내가 살아 있을 때 쓰지 않으면 아무도 내 삶에 대해 모를 거라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습니다."

미리암 배츠<사진>. 이름만으로 그의 가족사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일제시대 때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독일 유학 시절 만난 영국인 남편과 1959년 미국에서 결혼했다. 이후 남편이 UBC 교수로 부임하게 되면서 지난 40여년간 밴쿠버에 살고 있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그는 최근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아이코의 여행(Aiko's Journey)'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 속에는 배츠씨가 태어난 1920년대부터 세계 제2차 대전이 종전된 1945년까지 그가 '반쪽 한국인, 반쪽 일본인'으로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들이 담겨있다. 그 당시 한국인 남자와 일본인 여자가 결혼을 한다는 것은 신문의 기사거리가 될 만큼 드문 일이었다. 1929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배츠씨는 한국인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또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고 학교 입학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아버지의 일자리를 따라 베이징으로 갔을 때는 반쪽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이번에는 한국계 학교에서 입학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한 일본 남자 아이와 친하게 지내면서 그 아이 집에도 놀러 간 일이 있었다. 배츠씨의 어머니는 "그 아이 엄마가 네가 한국계라는 것을 알면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면서 만나지 말라고 했다. 배츠씨는 더 이상 그 아이와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책 속에서 "나는 늘 물 위에 떠 있는 기름 한 방울처럼 또래 여자 아이들과 섞이지 못한 채 겉돌았다"고 말한다. 어깨 너머로 부모님의 눈에 어린 눈물을 보게 됐던 순간들도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배츠씨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혈통을 가진 것이 늘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할 때 총장님이 저에게 '너는 한국 민족과 일본 민족의 좋은 점만을 가지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항상 세상은 넓고 사람들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일본에서 시작된 그의 여행은 한국과 중국을 거쳐 유럽으로 이어졌다. 6개 나라에서 역사와 예술 등을 공부해온 그는 "모든 사람은 같은(same) 것이 아니라 동등한(equal) 것"이라고 말했다.

밴쿠버에 정착한 이후 그는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세인트 앤드류스 교회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는 등 다방면의 예술 활동에 열정을 기울여 왔다. 쉰이 넘어 뒤늦게 피아노도 배웠다. 굳어진 손으로 시작했지만 지도 교사에게 칭찬까지 받았다는 그는 "에너지가 넘치는 것은 한국인 아버지로부터 받은 것"이라며 웃었다.

한국인은 노래도 잘 하고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이라는 그는 이곳 한인들에게 "모든 것이 다르니까 이민 생활에 적응해나가는데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며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배츠씨가 쓴 '아이코의 여행'은 '전쟁이 정말로 끝이 났다"는 문장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아이코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책 제목 밑에 쓰여있는 '1부'라는 글자가 이 여행이 현재 진행형임을 말해주고 있다.

만약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이 하고 싶냐고 묻자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어렸을 때 할머니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다시 돌아가면 할머니와 잘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책 속에는 배츠씨가 어렸을 때 부모님과 처음 한국에 갔던 당시를 회상하는 대목이 나온다. "나는 미색 한복을 입은 분이 내 할머니라는 것을 몰랐다. 그 분이 당신의 손주인 나를 안으려 했을 때 나는 움찔하며 물러났다. 할머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이제는 그 순간을 기억하는 내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조은상 기자 eunsang@v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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