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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모자이크 사회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10-19 17:12

“영국 이름 없는 구직자 채용시 불리”

이민자가 취업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추어야 할 것은? 이제까지의 정답은 영어실력과 경력, 그리고 인맥, 이렇게 세 가지였다. 그런데, 아무래도 ‘무기’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이름(Last Name)’이 바로 그것이다. 영국 성을 가진 남자와 결혼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무기 구매는 아시다시피 거의 불가능하다.

얼마 전 메트로폴리스 BC가 발표한 보도자료 하나가 눈에 띈다. 영국 성을 가진 사람이 취업시장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였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똑같은 조건(동일 학력과 경력 등) 하에서 영국 성을 지닌 구직자가 서류전형을 통과할 확률이 타문화권 구직자에 비해 35% 높았다고 한다.

3년 전에도 거의 흡사한 내용의 실험이 UBC에서 있었다. 당시 연구를 진행했던 UBC 필립 오리오폴리오스 경제학과 교수는 “이민 2세대나 3세대도 영국식 성이 없다면 구직시장에서 심각한 차별을 경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위의 내용대로라면 캐나다에서 교육받고 영어가 모국어나 다름 없는 경우에도, 김이나 이 혹은 추 등으로 불린다면 차별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번에 발표된 수치는 캐나다가 추구하는 가치와는 분명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캐나다는 널리 알려진 대로 다문화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각기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뜻이다. 다양한 문양의 모자이크가 돋보이려면, 그리고 다문화주의 국가 캐나다가 더욱 건강해지려면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더욱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

캐나다는 올해 세계에서 가장 평판 좋은 나라로 선정됐다. 실제로 이 사회는 보석 같은 장점들로 가득하다. 약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사회 시스템과 교육, 의료제도, 그리고 천혜의 자연환경 등이 대표적 예다. 구직시장에서도 캐나다가 자랑하는 보석들이 반짝반짝 빛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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