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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96등을 전국 5등으로 만들어준 자투리 시간 복습법

여성조선 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11-11 18:56

시간활용 공신 서울대 인문학부 주현경 양

 

1년 전 이맘때와 비교해보면 극과 극의 삶이다. 경남 통영에서 하루 24시간 공부 외에 다른 생각은 한 적이 없다. 스스로 짠 계획표에 따라 쉬는 시간 10분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지금은 서울대 인문학부 1학년으로 배구부 활동까지 하며 대학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주현경 양.

 

변변한 학원시설 하나 없는 통영에서 일찌감치 서울대 수시합격 통지서를 거머쥔 그녀의 공부비법은 바로, ‘자투리 시간 활용’이었다.

 

 


전국 5등의 공부비법

“깨어 있는 동안에는 오로지 공부만 생각했어요. 대신 잠을 충분히 잤죠. 잠을 줄이면 수업시간에 졸게 되고 집중도 잘 안 됐거든요. 그래서 새벽 1시 전에는 무조건 잤어요. 남들이 자는 시간에 깨서 공부하는 것보다 깨어 있는 시간 동안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게 저의 공부비법이거든요.”

서울대 인문학부 1학년 주현경 양은 고등학교 3년 내내 계획표에 따라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공신’에 등극했다. 오전 7시 30분에 일어나 밤 1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구체적인 계획표를 짠 뒤 쉬는 시간 10분, 심지어 샤워시간까지 허투루 쓰지 않았다.

 

현경 양이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공부했던 것은 아니다. 중학교 입학 배치고사 때만 해도 전교 96등의 평범한 학생이었다. 적극적이고 승부욕이 강한 성격이라 공부 잘하는 친구를 보면서 열심히 따라는 했지만, 정작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전혀 몰랐다. 공부도 시험기간에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시험기간이 되면 잠을 줄여가며 당장 급한 과목 위주로 공부했다. 그렇게만 공부했는데도 중2 첫 시험에서 학급 성적 2등까지 올라갔다. 이 정도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전교 1등인 친구와 독서실에 다니면서 자신의 공부법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는 오늘은 수학, 내일은 영어를 공부해야지 하고 있는데, 옆의 친구는 꼼꼼하게 계획표를 짜서 새벽까지 공부하는 거예요. 주요 과목이 아닌 미술도 시험보기 2~3주 전부터 준비하고요. 그 친구를 보면서 공부법을 많이 배웠어요. 그전까지만 해도 저는 책상에 오래 앉아 있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거든요.”

 

그야말로 ‘무작정’ 공부에 매달리다가 중3 중반 이후 비로소 자신만의 공부법 체계를 잡기 시작했다. 계획표대로 실천이 가능했던 것도 이때부터다. 사실 그전에도 계획표를 여러 번 짜봤지만 그대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문구점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이 쓰는 여덟 칸짜리 국어 공책을 사서 가로에는 요일, 세로에는 시간을 적어 매일 시간표를 짰다. 스톱워치를 사용해 그날 얼마나 많이 공부했는지도 계획표 밑에 기록했다. 공부시간을 매일 기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제보다는 공부시간을 더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공부하는 것도 점점 재미있어졌다.

 

계획표 실천을 위해 주변의 방해요소는 모두 차단했다. 자제력을 기르려고 TV나 컴퓨터 모니터에 ‘지금 이 순간에 적들의 책장은 넘어간다’라는 글귀를 적어두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을 때는 무심코 오래 쓰지 않기 위해 엄마가 쓰시는 오븐 타이머를 10분으로 맞춰놓고 시간이 되면 온 집 안에 알람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게 했다.

 

이렇게 하루 24시간 공부에 몰입하다 보니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학습과 연결되었다. 차를 타고 가다가 앞차의 차량번호를 보면서 무심코 ‘3의 배수네.’ 하고 생각한 적도 있다. 체육시간에는 운동장의 면적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하고, 마트에서 떡볶이 재료를 사면서는 “어묵은 표면적이 제일 큰 것을 사야 해.”라고 말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기도 했다.


 

그날 배운 것은 그날 암기하는 것이 철칙

현경 양의 공부원칙은 그날 배운 내용을 그날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중학교 시절 경험으로 볼 때 평소 한 과목이라도 소홀히 하면 시험기간에 주요 과목에 밀려 결국 전체적으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주요 과목이 아니더라도 미루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매일 전 과목을 복습했다. 따로 시간을 내서 공부하기도 했지만 책, 필기도구, 암기과목을 정리한 노트를 한 장씩 찢어 이동할 때 항상 들고 다녔다.

 

하루 중 거의 모든 시간을 복습하는 데 보내다 보면 예습에 소홀할 수 있다. 하지만 현경 양은 예습보다 복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복습을 제대로 해야 다음 수업내용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탐구 과목은 학교수업이 중요했다. 수업시간에 이해가 안 되면 선생님께 따로 질문하고 그래도 이해가 안 될 경우에는 인터넷에서 자료를 더 찾았다. 단, 수학은 방학 때 미리 개념정리를 해두었다.

 

영어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해 익숙한 언어였다. 집 앞 비디오 가게에서 할리우드 영화를 자주 빌려 봤는데, 이때 자막이 나오는 부분은 검정색 종이를 붙였다. 미국에 사는 사촌들을 집에 초대해 3개월 동안 같이 지내기도 했다. 사촌들과 대화할 때 영어를 많이 쓰면 초콜릿을 주겠다고 했던 어머니의 눈높이 교육법이 적중했다. 석 달 정도 지나자 사촌언니와 싸울 때도 영어를 쓰게 됐다. 잘 때도 사촌언니가 녹음한 영어 동화 테이프를 틀어놓고 자면서 지겨울 정도로 들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캐나다로 2년간 조기유학도 다녀왔다. 현경 양의 어머니는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한국어를 거의 못 쓰게 했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영어를 익히고 현지에서 영어 위주로 생활한 덕분에 현경 양이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원어민과의 의사소통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영어능력이 향상돼 있었다. 하지만 복병이 있었다. 영어가 몸에 밴 대신 우리말을 거의 잊어버린 것이다.

 

“시험준비를 많이 하면 어느 정도 수준은 될 줄 알았어요. 실제로 그렇게 해서 중3 첫 시험에서 전교 7등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다음 시험에서 바로 국어 점수 60점을 받았고, 순식간에 전교 50등으로 성적이 뚝 떨어졌죠. 그 일을 계기로 제가 하는 공부에 전반적으로 체계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국어만 문제가 아니었던 거죠. 상위권에 들어서자 한계에 부딪히며 성적이 더 이상 오르지 않았어요. 부족한 과목 하나 때문에 등수가 확 내려가는 것을 경험하면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현경 양은 이때부터 계획표를 만들어 매일 집중적으로 국어를 공부했다. 수능 기출문제를 풀면서 시를 해석하고 어린이용 고전문학을 다시 읽었다. 조금씩 효과가 나타났고, 덕분에 고등학교 때부터는 국어도 꾸준히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현경 양이 서울대를 목표로 삼은 것은 고등학교 때다. 어릴 때부터 말하기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보람을 느끼면서 자연스레 변호사를 꿈꿨는데, 입시준비 중 서울대에 법학과가 없어지고 로스쿨로 전환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정했다.

계획표에 맞춰 공부하다 보니 성적은 쑥쑥 올라갔다. 고등학교 입학 첫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했다. 이후 수능공부와 내신공부를 병행한 결과, 2학년 12월 마지막 모의고사에서는 전국 5등을 차지했다. 내신은 1학년 때 기술과 과학을 제외하고 모두 1등급, 2학년 때는 전 과목이 1등급이었다. 선생님은 3학년 때도 내신 1등급을 유지하면 수시모집으로 서울대 입학이 가능할 것 같다며 현경 양을 격려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어 점수가 안정되지 않았고, 수능과 내신 둘 다 신경 쓰면 힘이 분산되므로 현경 양은 내신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3학년 때는 필요한 부분만 집중적으로 공부한 게 전략이었죠. 3학년 1학기에 내신 1등급을 받고 2학기에는 3년 동안 공부했던 내용을 정리하면서 수시모집에 대비했어요.”

 

수시모집에 올인하다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특히 서울대 합격 발표 날짜가 제일 늦었기 때문에 합격을 먼저 통보받은 친구들에 대한 부러움과 함께 상대적인 불안감도 컸다. 무엇보다 가장 큰 부담은 스스로에 대한 기대였다. 통영이 작은 도시이다 보니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자신의 이름으로 ‘서울대 합격’이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싶었다. 결과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모두 합격이었다.

서울대 수시모집에 합격한 데는 내신 성적과 함께 그녀의 이력도 큰 역할을 했다. 중·고등학교 때 모두 전교회장을 했다. 토론과 봉사활동 동아리를 만들어 통영에 살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아뵙기도 하고 모의 유엔인권이사회 패널로도 참여했다.

“중2 겨울방학 때 서울 대치동 학원에 다니면서 깜짝 놀랐어요. 저는 학원 한 군데만 다녔는데, 다른 아이들은 몇 군데나 다니면서도 과제를 다 해오더라고요. 그런 서울 아이들을 보며 우물 안 개구리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방에 있다고 그 안에 머물기보다 활동할 거리를 스스로 찾아 참여하면서 활동의 폭을 넓혔죠.”


내 꿈을 이뤄 누군가의 꿈이 되고 싶다

활발하고 외향적인 성격이지만 스트레스도 많았다는 현경 양. 고등학교 때부터 성적이 두드러지자 선생님과 주변 사람들의 기대가 커졌고 그만큼 부담스러웠다. 중간고사가 끝난 후 현경 양의 성적표만 다른 반에 붙어 있기도 했다.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는 내신 등급이 확정되는 첫 시험이라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첫날 본 국어시험을 망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감과 실망감에 시달리다가 그날 저녁 집에서 기절했고, 병원에서 링거를 맞은 후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시험을 봤다. 그런데 못 봤을 거라고 생각했던 국어시험 점수는 전 학년에서 1등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현경 양은 육체건강보다 정신건강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을 긍정적으로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현경 양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 마인드컨트롤을 시작했다. 《시크릿》 같은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꿈을 향한 의지를 키워나갔다.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덜기 위해 시험이 끝난 후 일주일간은 아예 공부를 하지 않았다. 다시 열심히 하기 위한 휴식기로 삼았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시험에서 틀린 문제의 원인을 분석했다. 보고 싶었던 영화도 보고 서울에서 열리는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에도 다녀왔다. 평소 좋아하던 농구도 실컷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롤모델인 김연아 선수의 피겨스케이트 경기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고등학교 입시 바로 전에 우연히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김연아 선수의 모습을 봤어요. ‘이 언니도 목표를 위해 이렇게 달려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결국 김연아 선수는 제가 고3 올라가기 직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어요. ‘그 경기를 위해 얼마나 많이 준비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큰 자극이 되었답니다.”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학원 하나 없는 시골에서도 노력만 하면 환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주현경 양. 항상 마음을 다잡았던 글귀도 ‘내가 꿈을 이루고 누군가의 꿈이 되자!’였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그녀가 꿈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자투리 시간조차 낭비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달려왔기 때문이다.

 


주현경 양의 자투리 시간 스케줄

쉬는 시간 10분 | 주위가 시끄럽고 시간이 제일 짧으므로 수학문제를 풀기 좋다. 사회탐구영역과 언어영역은 주어진 시간 안에 문제를 이해하고 풀어야 하므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공부한다.

 

점심시간 80분 | 1~4교시 수업 중에서 제일 빨리 끝낼 수 있는 과목을 복습했다. 1시간 동안 공부한 후 20분간 밥을 먹었다. 늦게 가면 급식 순서를 기다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공부를 먼저 했다.

 

저녁시간 60분 | 급식 순서를 기다리더라도 밥부터 먹었다. 이후의 저녁시간과 야간 자율학습시간을 이어서 쓸 수 있기 때문. 줄을 서 있는 동안에는 휴대폰 메모장을 이용해 암기과목을 복습했다. 이해가 안 되거나 외워지지 않는 것은 자리에 돌아와 다시 공부했다.

 

야간 자율학습 4시간 | 조용해서 하루 중 집중이 가장 잘 되는 시간.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인 만큼 그날 배운 과목 중 제일 중요한 과목을 복습했다.

 

등·하교시간 30분 |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둔 내용이 늘어나면 전체적으로 보면서 복습했다.

 

샤워시간 10분 | 잘 외워지지 않은 부분을 코팅해서 욕실 벽면에 붙이고 샤워하면서 봤다.

 

취침 전 1시간 30분 | 취약 과목인 국어를 공부했다. 비문학과 문학으로 나누어 수능 기출문제를 풀고 시를 읽으면서 스스로 해석하려고 노력했다. 잠자기 바로 직전까지 공부했던 것을 머릿속으로 복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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