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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서 결혼했답디까?” 76세 아내는 눈물을 떨궜다

안준호 기자 libai@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11-15 08:42

"결혼했답디까? 그럼 됐습니다. 남자는 여자가 있어야 살지. 북에서라도 오래 편안히 살다가 통일되면 그때 만날 수 있겠죠."

늙은 아내는 울었다. 1975년 8월 동해상에서 오징어잡이 어선 '천왕호'를 탔다가 납북된 권용만(76)씨의 아내 김영자(76)씨는 진물 같은 눈물을 흘렸다. 권씨는 납북 이후 생사가 전혀 확인되지 않다가 최근 입수된 평양시민 신상자료를 통해 평양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딱지가 앉아 아문 준 알았던 상처에서 다시 피가 나듯이 아내는 남편의 소식을 들었다.
남편이 1979년 4월 '리복성'이란 여성과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은 김씨는 "바다에서 풍랑 만나 죽은 줄만 알고 제사까지 모셨는데 살아 있으면 됐다"며 "(2009년 사망한) 큰아들이 아버지 소식이라도 듣고 눈을 감았으면 좋았을걸…"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남편 권씨는 대구지역 상호신용금고에서 중역으로 일하다가 친구 보증을 잘못 선 탓에 전 재산을 날렸다. 위장병까지 얻어 직장을 휴직하고 1974년 경북 영덕으로 요양을 떠났다. 권씨는 1975년 8월 초 갑자기 주문진이라며 김씨에게 옷가지를 챙겨 오라고 했다. 김씨는 "배 타기 전날 말렸는데도 '바닷바람이나 한 번 쐬고 오겠다'며 고집을 피웠다"며 "그때 끝까지 말리지 못한 게 한이 된다"고 했다.

일주일 만에 돌아온다던 남편은 바다에서 천왕호에 탄 다른 선원 32명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40세에 남편을 잃은 아내는 대구에서 올라와 실성한 사람처럼 동해 바닷가를 샅샅이 헤맸다. 집으로 돌아올 땐 노숙자 행색이 돼 있었다. 그때부터 멀거니 허공을 바라보거나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권씨의 딸 혜정(52)씨는 "그땐 엄마가 충격 때문에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겼다는 걸 몰랐다"고 말했다.

남편 대신 가장 노릇을 하던 장남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김씨의 속병은 더 깊어졌다. 김씨는 "약값과 병원비는 비싼데 듣는 약이 별로 없다"고 했다.

권씨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가족은 지난 2007년에 탈북해 한국에 돌아온 천왕호 사무장 최욱일(71)씨를 지난 11일에야 처음 만났다. 그동안 연로한 권씨가 숨졌을 것이라 생각해 최씨에게 연락하거나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할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사무장 최씨는 "1978년과 1982년 북한 원산 중앙당강습소에서 3개월간 강습을 받을 때 권씨를 만났다"고 소식을 전했다. 아내는 "선생을 보니 우리 남편을 보는 듯하다"며 "남편은 위장병이 심했는데 북에선 아프다고 하지 않더냐"고 했다. 아내는 아직도 남편 걱정이었다.

이날 딸 혜정씨와 최성용(59)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혜정씨는 편지에서 "납북자들이 조속히 돌아와 여생을 편안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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