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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 1년,피흘린 청춘들의 눈물

조선일보 특별취재팀 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11-21 10:45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은 해병대 일병 김명철(21)씨의 오른팔을 망가뜨렸다. 해병 출신 외삼촌들을 보고 자란 김씨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해병대에 자원했었다. 김씨는 파편으로 인한 부상 직후 골반뼈를 오른팔로 이식하는 재건수술을 2차례나 받았다. 지난 8월 의병 제대했지만,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다. 정신적으로 공황 상태에 빠질 때가 많다.

아버지 김경수(50)씨는 "수도병원에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갔더니 상이 등급 올리려고 왔느냐고 묻습디다. 이게 나라 위해 싸운 장병한테 할 말입니까. 이게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철씨의 오른팔은 근육을 크게 들어냈다. 재활중인 근육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않아 명철씨는 아직도 오른팔로 볼펜 글씨를 똑바로 쓰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국군수도병원 입원 초기 하루에도 몇 차례씩 찾아오는 정치인들과 정부 고위 인사들은 "나라를 위해 싸우다 다쳤으니 당연히 국가 유공자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명철씨는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전역 직후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지만, 정부에서는 여전히 '심사 중'이라는 답변뿐이다.

 

최주호(23)씨는 배에 2개, 팔꿈치에 1개의 파편이 남아있다. 제거 수술이 어렵다고 해서 빼내지 않았다. 평생 이 파편들을 안고 살아야 한다. 파편은 옆구리를 관통해 위와 장, 십이지장을 헤집었다. 오른쪽 콩팥을 떼어내야 했고, 십이지장도 일부 잘라냈다. 비오는 날에는 파편이 박힌 팔꿈치가 쑤셔 잠을 이루지 못한다. 부산 신라대 체육학과 2학년에 복학했지만, 조금만 무리한 운동을 해도 연평도의 파편들이 그를 주저앉힌다.

그래도 그는 그날 연평도에서 해병이었던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했다. "제 몸 속에 남아있는 파편 3개는 훈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전선에서 해병으로 복무하며 나라를 지킨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날 연평도에서 적의 포탄에 부상을 입은 해병대 병사들이 잊혀져가고 있다. 정부는 국가유공자 지정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아 부상자들을 서럽게 하고 있다. 부상 당시에 입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지만, 그들은 여전히 해병이었다. 조국을 위해 싸운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작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오른팔 관통상을 당한 김명철씨가 관절 이식수술로 없어진 근육을 키우기 위해 아령으로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당시 병장으로 복무했던 최주호씨가 자신의 팔꿈치에 박힌 포탄 파편을 만지며 포격 당시를 회상하는 모습.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왼쪽 사진)·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연평부대 정비소대 일병으로 복무하던 김진권(21)씨는 포탄 파편을 맞고 위장 기능의 3분의 2와 오른쪽 발등을 잃었다. 거의 형태를 잃은 오른쪽 발은 골반뼈를 이식해 복구했지만, 발등 부분이 움푹 패어있고 발가락 사이의 구분이 거의 없는 오리발 같은 모양이 됐다. 걸을 수 없어 휠체어를 타야 한다. 종일 누워 있거나 앉아 있는 것이 전부다. 지난 6월 상병으로 의병제대한 뒤 10월에야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했다. "매일같이 3~4알의 약을 먹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라며 "이렇게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중화기 중대 병장으로 전역한 김지용(22)씨는 거의 매일 밤 포격 당시의 상황이 떠올라 가위에 눌린다. 포탄 파편에 목과 오른쪽 손, 발가락, 허벅지 등에 상처를 입었다. 국군수도병원에 3개월 입원했다가 지난 2월 퇴원했다. 아버지 김영식(51)씨는 "아직도 큰 소리가 나거나 총소리 비슷한 소리를 들으면 그때의 기억이 때문인지 다 큰 아들이 벌벌떤다. 그걸 보는 부모의 마음이 어떻겠느냐"고 했다.

지용씨는 국가유공 상이등급 7급을 받았다. 가족들은 "포격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나 정부에서 최고 대우를 해준다고 하더니 해준 게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 지용씨 가족은 상이등급 재심을 신청할 예정이다. 아버지 김영식씨는 "연평도 피해자에 대한 국가유공자 기준치가 상식에 맞지 않는다며 대통령에게 탄원서도 제출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며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연평도 포격 사상자 18명 전원을 유공자로 대우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힘찬 구령소리와 함께 날렵한 발차기를 날리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태권도 사범은 이민욱(19)씨의 오랜 꿈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작년 4월 19일 해병대에 입대한 이씨는 실력(태권도 4단)을 인정받아 연평도 정비소대에 근무하며 태권도 조교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그의 꿈은 완전히 멈춰섰다. 오른쪽 다리는 무릎 아래쪽 신경이 죽어 발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다리를 들면 발목이 축축 처진다.

 

 
9살 위 큰형의 해병대 군복이 멋져 보여 해병대에 지원한 김용섭(23)씨는 포격 당시 오른쪽 허벅지에 파편을 맞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만기 전역했다. 김씨도 마음을 다쳤다. 어머니 이을순(52)씨는 "아들이 술이라도 한 잔 하는 날에는 '죽은 동료들이 보인다'며 힘들어해 부산 보훈병원에 가 심리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서재강(23)씨는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 당시 오른쪽 다리에 파편 3개가 박히는 부상을 당했다. 경북 포항의 해병대 1사단 수색대에서 근무하다지난해 11월 훈련을 위해 연평도에 들어왔다 북한의 포격에 다쳤다.

연평부대 일병이었던 박봉현(22)씨의 어머니 하상운(53)씨는 아들 이야기를 꺼내면서 울먹였다. "진정한 남자가 되겠다"며 늑막염 치료까지 받으며 해병대에 자원했던 박씨는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십자인대와 무릎 연골이 파열돼 지난 2월 의병 전역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정치권 인사들은 아들이 후송된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찾아와 박씨와 부모들의 손을 부여잡고 말했다. "나라를 위해 복무하다 다쳤으니 국가가 책임집니다. 아드님은 영웅입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수술 뒤 받은 신체검사에서 유공자 기준 미달 판정이 나왔다. 기준상 잘라낸 무릎 연골이 10㎜가 넘어야 하는데 박씨가 잘라낸 연골은 6㎜에 불과하다는 이유였다. 하씨는 "이제 22살 한창 나이인데도 뛰지도 못하고, 무거운 물건을 들지도 못해요. 심지어는 산에도 못 갑니다. 4㎜가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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