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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 죽인 아들, 경찰조사에 나타난 아버지에게…

김성민 기자 dorikim@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11-24 13:19

"서울대 법대를 가야 한다." "전국 1등을 해야 한다." 5년 전 아버지가 가출한 뒤 어머니 박모(51)씨와 함께 살던 고교 3학년 지모(18)군은 1등만을 강요하는 어머니의 잔소리에 시달렸다. 어머니가 무서워 성적표를 위조하기도 했던 지군은 결국 패륜을 저질렀다. 지난 3월 13일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했다. 지군은 어머니의 시신을 8개월간 안방에 두고 아무 일 없는 듯 학교를 다녔다.

지군은 24일 존속살해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군은 어머니를 살해한 일보다 범행이 발각나 친구들과 헤어지게 되는 것을 더 괴로워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과중한 대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모자(母子)간의 갈등이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부모의 강요로 공부에 매달리게 되는 아이들은 부모에게 적대감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남편과 별거 중인 지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성공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아들도 어머니의 기대에 부합하는 듯했다. 지군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내신 1~2등급을 유지했지만 2학년 들어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450명의 전교생 중 30% 안에도 들지 못했다. 지군의 어머니는 성적이 떨어지면 "(공부를) 잘해야 한다" "전국에서 1등을 해야 한다"며 밥을 굶기고 체벌을 가했다. 지군은 그런 어머니가 무서웠다. 무섭고 두려웠다.

성적표 위조 발각될까 두려워 어머니를 죽인 아들

성적이 떨어져 명문대를 갈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지군은 수능 모의고사 성적표를 위조했다. 지군은 경찰 조사에서 "내가 받은 전국 4000~

5000등 점수를 위조해 62~67등으로 만들어 어머니께 드렸다"며 "성적을 위조해 가져다줘도 만족하지 못하는 어머니의 압박감이 너무 심했다"고 고개를 떨궜다.

지군이 다니는 고등학교 관계자는 "수능모의고사 등수는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지군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지군의 성적은 전국 4000등에도 못 미쳤고 명문대 가기 어려운 실력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12일도 지군은 어머니로부터 "너는 의지가 약하다"며 체벌을 받았다. 엎드려 뻗치는 얼차려를 받았고 야구방망이와 골프채로 엉덩이도 맞았다. 의지가 강해져야 한다며 저녁도 주지 않았다. 지군은 "다음날 오전 8시까지 10여 시간 동안 어머니의 체벌과 잔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몇 백대는 맞은 것 같다"고 진술했다.

이날 지군은 다음 날이 '학부모 총회'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학부모 총회에 참석한 어머니가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하면 그동안 지군이 성적을 위조한 사실이 발각될 가능성이 있었다. 지군은 불안했다. 지군은 부엌에 있던 칼로 자고 있던 어머니의 얼굴을 찔렀다. 당황한 어머니가 "네가 왜 이러느냐. 이러면 잘못된 삶을 사는 거다"라며 저항했지만, 지군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말하는 어머니의 왼쪽 목을 한 차례 더 찔렀고, 숨이 끊긴 어머니를 남겨둔 채 안방 문을 걸어 잠갔다.

어머니 살해하고도 태연했던 일상생활

지군은 범행을 저지른 지 3일 후 평상시처럼 학교를 나갔다. 선생님이 부모님을 찾을 때는 "어머니가 해외여행을 가서 연락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 어머니와 따로 살기로 했다"고 변명했다. 어머니와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인 아버지에게는 "어머니가 가출했다"고 속였다.

지군은 별거 중인 아버지가 매달 어머니 통장으로 송금하는 120만원을 빼내 생활했다. 아무 일 없는 듯 친구들을 집에 불러 라면을 끓여 먹기도 했다.

경찰은 "지군이 시신이 썩고 있는 안방 문틈을 공업용 본드로 밀폐해 냄새가 새어나오는 것을 막았다"며 "지난 8개월간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다"고 말했다. 지군은 지난 11월 10일 시행됐던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정상적으로 치렀다.

범행은 8개월 만에 찾아온 아버지에 의해 발각됐다. 지난 22일 집에 온 아버지는 안방을 열어보지 못하게 하고, 자신을 피하는 지군의 행동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8개월 만에 발견된 시신은 안방 바닥에 누운 채 바짝 말라 미라처럼 변해 있었다.

지군은 경찰 조사에서 "꿈에서 엄마가 자주 나타났다. 너무 괴로워 나도 죽고 싶었지만 내가 이기적이라 죽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또 아버지에게 "그동안 아버지만 이기적으로 살지 않았느냐. 이제 날 버리지 말라"고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대입 스트레스를 앓는 부모와 자녀들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0년에는 명문대 휴학생 이모(당시 23)씨가 "명문대를 가라, 못난 놈"이라며 엄하게 교육을 시킨 아버지와 어머니를 토막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2009년 10월 수원에서는 한 대학생이 "성적이 나쁘다"며 핀잔을 주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시신을 4개월 동안 집에 유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작년 10월에는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반대하는 아버지가 공부하라고 말한 것에 불만을 품고 중학교 2학년 이모(당시 13)군이 집 안에 불을 질러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사건은 수년간 지속된 갈등이 존재하고, 갈등을 중간에서 중재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지군의 경우도 부모가 이혼한 탓에 어머니와의 갈등관계를 중재하고 해결할 완충지대가 없었다는 점이 극단적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부모가 아이들을 '명문대생'이라는 목표달성의 수단으로 보는 게 문제"라며 "부모와 자식 간 갈등 관계를 주변에서 조기에 파악하고 상담 등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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