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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가난 딛고 연세대 입학에 삼성전자 입사까지

김덕한 기자 ducky@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12-05 11:01

"보이지 않아도 보려고 해야 해요. 눈이 아니면 마음으로라도…. 그러면 반드시 기회가 올 겁니다."

삼성전자에 지난 7월 입사한 신입 사원 권순동(26)씨는 3급 시각 장애인이다. 왼쪽 눈은 아예 보이지 않고 오른쪽은 간신히 시력검사표 0.1 정도가 보인다.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올여름 삼성전자에 장애인이 아닌 일반인 전형을 통과해 입사했다. 명문대 출신 대기업 사원인 지금 모습만 보면 그가 걸어온 고난의 길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권씨는 최근 회사 안에서 화제가 됐다. 시각 장애인들의 봉사 활동에 나선 것을 계기로 권씨의 인생 스토리가 비로소 회사 동료들에게 알려진 것이다.

 

가난과 시각 장애를 딛고 올여름 삼성전자에 입사한 권순동(가운데)씨가 지난 2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한국 총괄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권씨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도전할까, 말까’ 망설이는 일이 있다면 무조건 도전하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김덕한 기자 ducky@chosun.com

 

선천성 백내장을 앓은 권씨는 어릴 때 수술을 모두 여섯 번 받았지만 결국 왼쪽 눈은 실명했다. 고3 때 농구공에 눈을 맞고 며칠 후 오른 눈마저 보이지 않았다.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가망이 없다며 수술을 해주려 하지 않았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얼마 안 되는 가능성이지만 도전해보자고 하셨어요. 도전하자던 그 의사 선생님 말씀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수술은 대입수학능력시험을 두 달 앞둔 2003년 9월 실시됐다. 그러나 '작은 가능성'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도 부산 집으로 돌아와 수능날 시험장에 갔다. "그때 아니면 다시는 수능장에 갈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부산교대에 진학해 선생님이 되려던 그의 꿈은 그해 그렇게 부서졌다. 시험장 밖에서 기다리던 어머니는 이름만 겨우 표시한 답안지를 내고 나온 아들을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이후 2004년 봄 권씨는 서울 상일동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점자(點字)와 보행 교육을 받았다. 권씨의 아버지는 마을버스 임시직 기사로 일하며 한 달에 80만원을 번다. "아버지에게 부담이 되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파 복지관 선생님들에게 '혼자서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울며 매달렸다"고 했다.

3개월 과정의 교육이 끝날 때쯤 '작은 가능성'이 기적처럼 나타났다. 점자 교사가 전해 준 신문 기사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시력을 완전히 잃고서도 그해 서울대 법대에 합격한 최민석씨의 인터뷰 기사가 보였다. 권씨는 "나도 대학에 못 갈 이유가 없다는 용기가 생겼다"고 했다.

대입 준비를 위해 점자 교사가 소개해준 시각 장애인 그룹홈(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소규모로 공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지원하는 곳)에 들어갔다. 학원에 다닐 형편이 못 돼 아침저녁에는 그룹홈에서 EBS 강의를 듣고 낮엔 종로구립도서관에서 공부했다. 책값과 용돈은 EBS 모니터 요원으로 일하며 받은 월 16만원으로 충당했다. "하루 용돈 1000원을 넘기면 책을 살 수 없어서 컵라면과 150원짜리 자판기 커피로 점심을 때우며 넉 달을 버텼죠."

권씨는 그해 수능에서 그 전해 목표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받고 연세대에 입학했다. 디딤돌장학회 등에서 장학금도 받았지만 학비가 모자라 세 번 휴학하고 돈을 벌어야 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의 의구심에 답하기 위해, 모니터를 보며 빨리 자료를 찾아야 하는 콜센터 직원, 공사판에서 못 줍기 같은 힘든 일을 일부러 골랐다. 누군가 '저 친구는 눈이 안 보인대' 하고 수군거리면 그걸 이겨내겠다는 다짐이 더 큰 힘이 됐다. 최근 신입 교육을 마친 그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도전할까 말까 고민하는 일이 있다면 무조건 도전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면서 "장애를 가진 후배들이 다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멘토 활동도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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