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 전 젊었던 우리들은 이제 80대의 노인이 됐고, 대부분 자신 또는 가족에 닥친 병마와 싸우느라 더 이상 모임을 유지할 여력이 없습니다. 올해 이 밤이 마지막 송년의 밤이 될 것 같습니다.”
한국전참전용사회(KVA) 프레이저 밸리 24지회(Fraser Valley Unit 24)의 송년의 밤 행사가 3일 칠리왁 향군지회 사무실(CSASU)에서 열렸다.
60여년전 한국전쟁 당시 꽃다운 청년의 나이에 이역만리 한반도에 달려와 공산주의의 침략에 맞서 싸웠던 캐나다의 노병들은 모두 백발이 성성한 모습이었다.
이날 자리한 회원은 로버트 린레이(Linley) 한국전참전용사회 태평양 지부 회장을 비롯해 8명이었다. 프레이저 밸리 24지회는 캐나다 서부에서도 많은 회원을 자랑하는 지회였다.
매년 개최되는 송년의 밤 행사에 참가하는 회원은 불과 3년 전만 해도 30여명이 넘었다. 하지만 이런 참가자 수는 지난해 16명으로 줄었고, 다시 올해 8명으로 줄어들었다.
린레이 한국전참전용사회 태평양 지부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고령과 노환으로 매년 그 수가 줄어가고 있다”며 “오늘이 마지막 모임”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모임이었지만 자리한 회원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음식을 나누며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1954년 한국전에 참전했던 헨리 J 메인(Mayn)씨는 “지난 2009년 대한민국재향군인회의 도움으로 한국을 방문할 수 있었다”며 “내 인생 최고의 순간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60여년 전과 너무 달라진 한국의 모습에, 그리고 그들의 환영에 뿌듯했다”며 “특히 아이들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고맙습니다’라고 말할 땐 너무 감동스러워 눈물이 났다”고 덧붙였다. 메인 씨는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한국을 찾아 둘러보고 싶다고 했다.
송년의 밤 행사가 마무리될 무렵. 백발의 회원 한 명이 ‘아리랑’을 부르기 시작했다. 함께 있던 한인들도 이를 거들었다. 노래의 주인공은 드 코스타 랄프(Ralph)씨. 그는 1953년 병기 엔지니어로 참전해 정전협정 후 1954년부턴 평화유지군으로 한국에 머물렀다. 아리랑도 당시 배운 것이었다.
랄프씨는 이날 모임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에 안타깝다면서도 웃음을 보였다. 그는 “한국전을 통해 많은 경험을 했고, 캐나다에서 좋은 한국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며 “벌써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다니 실감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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