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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르포] 캐나다 유콘준주

글·사진 김승진 편집위원 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12-14 10:19

골드러시 개척자들이 건네준 대자연의 파노라마

오로라 같은 금, 금 같은 오로라


골드러시 개척자들이 건네준 대자연의 파노라마 지난 2월 겨울 캐나다로키(Canadian Rocky Mountains)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 가을에는 캐나다로키 북쪽에 있는 유콘 준주(Yukon Territory)를 돌아볼 기회를 또 얻었다. 반 년 조금 넘는 세월 차이로 캐나다 서부의 유명 산군을 둘러볼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나로서는 둘도 없는 행운이었다.

짧은 두 여행에서 받은 느낌은 이렇다. 캐나다로키는 신경을 놓지 못하도록 하는 그 무엇이 나를 계속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런데 유콘에서는 긴장 속에서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어떤 여유를 느꼈다. 계절 차이일까? 아니면 지형 차이일까?

 

 

 실은 오로라(aurora, 또는 northern lights. 북극광)를 보러 갔었다. 겨울이 가까워지면서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는, 또 올해가 잘 보이는 주기여서 더 잘 볼 수 있다는 오로라를 북극권의 추위를 이겨내면서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찾아갔을 때는 시기가 조금 빨라서인지 가이드가 저것이라고 하지 않았으면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오로라는 희미했다. 그런데 카메라에는 오로라가 잡혀 있었다. 조리개를 오래 열어두었더니 녹색 빛이 잡힌 것이다. 그래서 솔직히 말해서 카메라는 보았지만 나는 보지 못했다. 사흘 밤을 새벽 3~4시까지 버텨보았건만-.

 

유콘, 클론다이크, 화이트호스, 스캐그웨이

 

밴쿠버에서 캐나다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고 유콘 준주의 주도 화이트호스(Whitehorse)에 내린 날(9월 14일) 저녁 식사를 마치자 바로 어두워진다. 호텔 바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나서 오로라가 잘 나타난다는 시간대에 맞춰 길을 나섰다. 도시를 20분쯤 벗어나 아무런 시설도 없는 넓은 개활지로 나가 북쪽 하늘을 하염없이 올려다보았다. 두어 시간 지나니 고개도 아프고 우리나라의 늦가을 같은 한기가 파고들 즈음 오늘은 틀렸다며 발길을 돌렸다. 아직 여러 날 남았고, 내일 낮에도 다녀볼 곳들이 있으니 잠을 좀 자둬야 할 것 같았다.


 

이튿날 일행은 클론다이크 남로(South Klondike Highway)를 타고 프레이저(Frazer)로 향했다. 화이트패스(White Pass)를 넘어 태평양 연안에 닿아 있는 미국령 스캐그웨이(Skagway)로 가는 길이다. 도중에 세계에서 가장 작다는 카크로스(Carcross) 사막도 만나고, 상당히 올라온 고지인데도 불구하고 길게 펼쳐지는 베넷호수(Bennett Lake)와 타기시호수(Tagish Lake), 투샤이호수(Tutshi Lake), 샬로호수(Shallow Lake), 프레이저호수를 지났다(이 외에도 호수가 여럿 있어 이 지역을 사우스 레이크스=South Lakes라 부름).

 

우리가 지나온 고지대는 알래스카와 유콘에 걸쳐 장대한 산군을 이루고 있는 세인트 일라이어스산군(Saint Elias Mountains)과 브리티시컬럼비아 연안에 장벽을 치고 있는 태평양 연안산맥(Coast Mountains) 너머 내륙에 펼쳐져 있는 유콘고원(Yukon Plateau)이다. 화이트호스의 해발이 700m 조금 넘는다. 두 산군 사이에 태평양으로 틈을 내주고 있는 곳이 바로 화이트패스다.

 


 
지금 달리는 이 도로의 이름이 된 클론다이크강은 유콘강의 지류로, 유콘고원의 가장 중심에 위치해 있다. 이 말은 내륙으로 접근하든(에드먼턴에서 2,700km), 태평양 연안에서 산맥을 넘어서든(스캐그웨이에서 1,100km), 알래스카에서 강을 따라 거슬러 오르든(유콘강 어구의 세인트 마이클에서 2,700km. 시애틀에서 세인트 마이클까지는 4,800km) 가장 멀고, 따라서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강 유역에서 금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외부 세계로 전해졌다. 1896년 금이 처음으로 발견되고, 개척자들이 캔 금을 잼통이나 밀가루포대까지 담을 수 있는 모든 용기를 동원해 담아 가지고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로 나온 1897년 여름의 일이다. 금이 처음으로 발견된 8월 16일은 그래서 유콘 준주의 공휴일이 된다.

 

▲ 쿠사와 리지 트레일을 오르고 있는 이진영 혜초여행사 상무.


 

이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이후 세계는 이전 세계와 구분될 정도로 바뀐다. 북미 대륙 전역은 물론 들떴고 유럽에서도 개척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가장 가까운 통로인 화이트패스를 집중 공략했다. 그 옆 다이이아(Dyea)에서 칠쿠트패스(Chilkoot Pass)를 넘는 통로가 먼저 이용됐으나 15km 정도 더 짧은 이 고개를 넘어 베넷호수까지 철로가 놓이자(1899년) 개척자들과 물자들이 철로를 통해 운반됐고, 거기서부터 유콘강에 배를 띄워 클론다이크강 어구까지 내려간 것이다.

 

 

▲ 클론다이크 남로 상의 카크로스역. 태평양 연안의 스캐그웨이에서 이곳까지 협궤 관광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모든 물자와 사람들은 클론다이크강 어구에 형성된 마을 도슨시티(Dawson City)로 몰려들어 골드러시 2년 만인 1899년 인구가 3만 명에 달할 정도로 큰 마을이 됐다. 화이트호스까지 이어진 것은 1900년이다.

 

유콘강 발원지는 태평양 연안에서 불과 25km 정도 떨어져 있지만, 이 강은 유콘 준주의 세인트 일라이어스산군과 알래스카의 산군들을 에돌아 베링해의 노턴만(Norton Sound)으로 흘러들 때까지 장장 3,200km를 흐른다. 노턴만의 작은 항구인 세인트 마이클(Saint Michael)에서 유콘강을 거슬러 클론다이크까지 오르는 여정도 2,500km이고, 스캐그웨이에서 화이트패스를 넘어 클론다이크까지 강을 따라 내려서는 여정도 1,100km다.

 

화이트패스를 협궤열차로 넘다

금 채굴이 이 지역 역사의 거의 모든 내용을 차지하고 있는 유콘 준주는 이제 관광이 주요 산업으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 화이트패스 관광열차가 있고, 오로라가 있다. 북미대륙을 관통하는 철로는 여러 가닥이지만, 이 열차는 관광을 목적으로 한번쯤 타 봐야 할 열차로 첫손 꼽힌다. 협궤인 이 열차는 스캐그웨이~화이트호스 구간 176km 중 스캐그웨이~화이트패스 구간, 스캐그웨이~프레이저 구간, 스캐그웨이~카크로스 구간을 끊어서 운행하고 있다. 우리는 프레이저에서 스캐그웨이로 내려서는 44.3km 편도 열차를 탔다. 운행시간은 약 1시간.


 

▲ 화이트패스 열차의 노인 승무원. 관광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자동차로 타기시호숫가를 지나는 동안 유콘 준주에서 브리티시컬럼 비아주를 넘어가고, 프레이저에서 열차를 타면 곧 화이트패스 고갯마루인 캐나다-미국 국경을 넘어 알래스카주로 들어선다. 그래서 이 관광열차를 타려면 미국 비자를 받아 놓아야 편하다(스캐그웨이에서 검사).

 

프레이저를 떠난 열차는 한동안 평원을 달리는 듯하다가 891.2m의 최고점에 이르고, 화이트패스 고갯마루(870.5m. 캐나다-미국 국경)를 통과하면서 내리달리기 시작한다. 철로 건설 당시에는 캐나다와 미국의 국경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고개 이름은 당시 캐나다 내무부장관의 이름을 따온 것. 불과 30km 거리에서 약 900m 아래 바닷가로 바로 떨어지는 가파른 철로가 시작되는 것이다.

 

열차가 덜커덩거리고 삐걱대며 코너를 돌 때마다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 든다. 왼쪽은 절벽이고, 오른쪽은 깊은 계곡이다. 열차가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오른쪽으로 멋진 장관을 토해 낸다. 피오르드가 보이고 그 위로 솟구친 설산이 웅장하다. 인스피레이션 포인트(Inspiration Point)다. 글레이셔(Glacier) 간이역에서 일단의 등산객들이 열차에 오른다. 스캐그웨이에서 화이트패스 옛 고갯길을 따라 오르다가 열차를 타고 다시 내려가는 것이다.

 

▲ 화이트패스의 고원지대를 지나고 있는 관광열차.

 

계곡 건너편으로 브라이들 베일폭포(Bridal Veil Falls)를 보며 내려서면 스캐그웨이다. 피오르드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조그만 마을. 이 마을과 화이트패스가 있었기에 클론다이크 골드러시가 가능했고, 지금은 화이트패스 협궤열차의 기점이 되어 관광의 주요 포인트가 되고 있다. 항구에는 거대한 크루즈 선박이 두 척이나 정박해 관광객들을 토해내고 있었다.

 

스캐그웨이에서 화이트호스로 귀환할 때는 자동차로 이동했다(180km). 이 클론다이크 남로는 1978년에 완공됐다. 모든 수송을 도맡았던 협궤열차는 이제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는 듯했다. 실제로 수송량을 도로에 빼앗겨 1982년부터 1988년까지 열차 운행을 중지했었다. 그러다가 관광산업의 발전으로 화려하게 재등장한 것이다.

 

파랑, 하양, 노랑, 초록이 색조의 모든 것

화이트호스에서 북쪽으로 뻗은 도로가 클론다이크 북로(North Klondike Highway)로, 화이트호스 도시 구간은 알래스카 하이웨이와 공유한다. 오늘은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타고 클루아니국립공원(Kluane National Park and Reserve)으로 간다. 그곳에 있는 양떼산(Sheep Mountain)이 목표다.


 

▲ 마일즈캐년의 급류. 화이트호스는 말갈기처럼 물살이 급해 허옇게 여울지는, 우리 말로 탄(灘)에 해당되는 여울을 뜻한다. 골드러시 초기에 이런 곳을 배를 타고 지나다녔다.

 

이 국립공원은 알래스카와 유콘에 걸쳐 대장벽을 이루고 있는 세인트 일라이어스산군 중 유콘 준주에 속한 지역을 공원으로 지정한 것이다. 미국은 알래스카주 지역을 랭겔-세인트 일라이어스(Wrangell-St. Elias)국립공원으로 지정했고,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타센시니-알섹(Tatshenshini-Alsek)주립공원으로 지정했다. 결국 세인트 일라이어스산군은 대부분이 공원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셈이다.

 

이 공원 안에 캐나다 최고봉인 로건(Mount Logan·5,959m)이 솟아 있다. 헤인즈 정션(Haines Junction)마을에 공원 안내소가 있는데, 언제 또 오겠나 싶어 로건을 보려고 관광용 항공편을 알아보았더니 400캐나다달러가 넘고 비행시간도 2시간이나 된단다. 한 공원 안인데도 비행기로 1시간가량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에 이 땅의 규모를 실감했고, 걸어서 오를 만한 곳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실망했다.

 

▲ “드디어 잡혔다.” 카메라 화상으로는 오로라(녹색빛)와 구름(하얀색)이 구별되지만, 눈으로 구분하려면 여러 날의 경험이 필요하다.

 

화이트호스에서 여기까지도 160km다. 도중에 마을을 보았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길가에 있는 제재소 하나 본 것이 전부다. 샛길도 서너 개 정도 봤을까. 그러고 보니 어제도 스캐그웨이로 가는 도중 마을 같은 곳이라곤 카크로스밖에 보지 못했고, 사람이라곤 역에서 기념품 파는 아주머니 한 명이 전부였다. 참으로 쓸쓸한 곳이다. 하긴 유콘 준주만 한반도 면적의 5배가 넘는데, 인구는 고작 3만5,000명이란다. 그 중 2만5,000명이  화이트호스에 산다니 나머지 1만은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는지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양떼산 입구로 갔다. 공원 내부의 거대한 설원에서 쏟아내는 빙하수가 클루아니호수로 흘러드는 어구에 양떼산이 황량하게 솟구쳐 있다. 산자락에만 숲이 보일 뿐 중턱 이후로는 사태 사면이다. 그런데, 그런 사태진 곳에 하얀 점들이 보인다. 처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가이드가 지적해 주니 확연하게 눈에 들어왔다.

 

 

▲ 클루아니국립공원의 기점인 헤인즈 정션. 단풍이 노란색 일색이다.



계곡 저 안쪽으로 하루 종일 걸어 들어가야 빙하의 혀를 볼 수 있단다. 안내판, 간이화장실, 야외테이블이 있는 곳에 차를 대고 양떼산을 올랐다. 이곳 단풍은 온통 노랗다. 그래서 가장 색조가 풍부하다는 가을 풍광도 이들의 삶만큼이나 단순하다. 푸른 하늘, 하얀 눈, 녹색의 침엽수림, 그리고 노란 단풍. 이 네 가지 색이 전부다. 여름에는 이 중 노랑이 빠지고, 모든 것이 눈에 덮이는 겨울에는 녹색이 또 빠진다.

 

1시간쯤 올랐을까. 먼저 오른 가이드가 돌아보면서 손가락을 입술에 댄다. 양들이 가까이 있다는 신호다. 정말 가까이 있다. 그런데 도망을 가지 않는다. 참 신기하다. 설악산을 그렇게 돌아다녀도 산양 한 마리 보지 못했다. 뉴스에나 나와야 저렇게 생겼구나 했다. 여기선 예닐곱 마리가 떼지어 불과 수 미터 떨어져 있는데도 도망가지 않는다. 1시간 정도 더 오르고 나서 되돌아 내려섰다.

 

불과 두어 시간 전에 싼 곰의 똥

저녁에는 이 공원 남동부에 있는 캐슬린호수(Kathleen Lake) 변의 로지에서 묵었다. 로지 주인이 내놓은 메뉴가 정통 유콘식 스테이크란다. 후식으로 나온 팬케이크가 매우 푸짐하다. 골드러시 시절 물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이런 팬케이크만 먹고 수개월 겨울을 났다는 것이다.

 

저녁에 캐슬린호수변을 걸었다. 지진으로 인한 산사태로 물길이 끊기면서 바다로 못 나간 연어들이 민물에 적응한 호수다. 큰 것은 30kg가량 나간단다. 이튿날 아침에는 호수 옆에 솟구친 왕좌산(King's Throne Mountain)을 올랐다. 중턱에 걸린 거대한 사태 구덩이가 마치 의자처럼 패여 있어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 노란 단풍 사이로 난 길이 참 예쁘다.


 

▲ 클루아니국립공원 안내소의 공원 모형도 앞에서 지형 설명을 듣고 있다.

 

그런데 트레일 입구에서 얼마 들어서지 않은 넓은 길 한복판에 곰의 똥이 한 무더기 놓여 있다. 가이드 말로는 곰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는단다. 그는 귀를 곧추세우더니 멀리서 곰이 쉭쉭하는 소리가 들린단다. 우리도 들은 것 같다. 이곳 곰은 북극곰이나 로키의 곰처럼 공격적이지 않아 먼저 사람을 발견하면 피한다고 한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상태이거나 새끼들과 함께 있는 경우라면 달라진다니 매우 조심스럽다.

 

길이 좁아지고 경사가 세지면서 점차 산길다운 길이 이어진다. 1시간쯤 올라 숲 경계선을 넘어서자 산 아래로 캐슬린호수가 완벽하게 드러나고, 클루아니산군과 유콘고원이 대조를 이루면서 펼쳐진다. 유난히 클루아니산들만 눈이 덮여 있고 건너편 산군에는 눈이 없다. 내려서는 길에서는 잘 날지 못하는 뇌조(ptarmigan) 한 마리를 만났다.

 

▲ 오로라를 잡으려면 삼각대는 필수다. 가이드가 관광객들의 세팅을 도와주고 있다.

 
화이트호스로 가는 도중 우리는 쿠사와자연공원(Kusawa Natural Environment Park)의 한 능선을 오르기로 했다. 알래스카 하이웨이에서 빠져나와 유콘강의 지류인 타키니(Takhini)강을 끼고 30분쯤 비포장도로를 타고 들어가니 호수가 나타났고, 호반에 캠핑장도 마련돼 있다. 그러나 공원 관리소나 안내소는 없다. 일단 공원으로 지정해 놓기만 했단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토요일이다. 캠핑장에 캠핑객들이 보인다. 배낭을 챙겨 이름도 없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가이드는 호수가 잘 내려다보이는 곳까지 올라가 보잔다. 이윽고 숲이 벗겨지는 관목지대로 나서자 쿠사와호수는 매우 깊숙한 곳까지 이어지며 들어간다. 이 산은 호수 입구에 솟아 호수 전망대 역할을 하는 산이다. 실제로 이 호수는 둔중하게 S자를 그리며 좁고 길게 50km나 이어진다. 건너편은 펑퍼짐하게 퍼진 통바위 산이 버티고 있다.

 

하산 도중 등산객 2명을 만났다.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산에서 사람을 만나다니 신기했다.


 

▲ 본빌 레이크 트레일. 유콘고원 산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화이트호스로 돌아와 저녁 식사 후 다시 오로라를 보러 나섰다. 불과 이틀이 지났는데 공기가 많이 차가워진 느낌이 든다. 옷을 든든히 껴입고 나섰다. 이번에는 오두막과 화장실을 갖춘 개활지였다. 따뜻한 물도 준비돼 있고 준비해 온 밤참을  즐길 수 있도록 한편에 모닥불도 지펴 놓았다. 그저께 헤어졌다 다시 만난 일행들은 어젯밤에 오로라를 보았다며 좋아들 했다. 오늘밤도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로라야?” “오로라네!”

 

오로라(aurora borealis의 준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도 항상 존재한다. 해가 뜬 낮이거나 밤이라도 구름에 가려 우리가 그것을 보지 못할 뿐이다. 오로라는 지도상의 북극점(geographic North Pole)에서 약 1,200km 남쪽으로 치우친 곳에 있는 자북점(magnetic North Pole)을 중심으로 1,600km 거리 안쪽 오로라존에 원의 띠를 형성하며 발광한다. 이 자북점이 캐나다 쪽으로 치우쳐 있기에 유럽이나 아시아에서보다는 알래스카나 캐나다 쪽에서 잘 보이는 것이다. 이역만리 떨어진 이곳에 온 이유가 그것이다.

 

현재 자북점은 노스웨스트 준주의 최북단 마을 옐로나이프(Yellowknife) 위쪽에 있고, 화이트호스는 자북점에서 1,600km 조금 밖에 있어 오로라는 대개 북쪽 하늘에 나타난다. 북두칠성이 바로 머리 위에 이렇게 가깝게 떠있는 것이 신기하다. 그 북두칠성과 북극성을 가늠하고 그쪽 하늘을 보고 민감한 변화를 읽어내야만 오로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오로라가 강하면 맨눈으로도 보인다. 그런데 오늘도 틀렸다.


 

▲ 클루아니국립 공원의 캐슬린호수. 킹즈 스론을 오르다 숲이 벗겨지며 나타나는 풍경이다.

 

9월 18일. 오늘은 화이트호스 근교 산행에 나섰다. 가는 도중 해가 두 개 보이는 선독(sun-dog) 현상을 보았다. 원래의 해와 조금 떨어진 옆에 작은 해가 보이는 현상으로, 북극권에서만 나타난다. 공기 중의 작은 얼음조각층에 해가 반사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이 작은 해를 ‘해가 데리고 다니는 개’쯤으로 비유한 것이다.

피시호수(Fish Lake)에서 시작하는 본빌호수 하이크(Bonneville Lakes Hike)는 여지껏 오른 다른 산과 마찬가지로 숲지대를 벗어나니 멋진 전망이 펼쳐진다. 유콘고원의 고만고만한 산들이 끝도 없이 뻗어나가고,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빙하지형이어서인지 분지를 이룬 곳에는 어김없이 산중 호수가 있어 풍광을 더욱 평화롭게 만든다. 저곳에 오두막을 짓고 통나무를 쪼개 장작을 쌓아두고 겨우 내내 불이나 지피다가 나왔으면…. 존 뮤어가 무위자연을 제창하게 된 것을 이해할 만하다.

 

유콘에서의 마지막 밤. 오늘밤도 개활지로 나선다. 컵라면, 감자, 맥주, 과일, 과자 등 밤참도 튼실하게 준비해 ‘마지막’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오로라를 반드시 보겠다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어디에 오로라가 있어? 저건 구름 같은데….”

 

“가이드가 저거래. 찍어봐.”

 

아니나 다를까. 아사 400에 시간을 8초 이상 두니 푸른 빛 같은 것이 카메라 화면에 잡혔다.

 

“오로라야! 오로라가 잡혔어!”


 
오로라가 잡을 대상인지, 잡힐 대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카메라는 잡았다. 다시 밤하늘을 본다. 내 눈은 여전히 의문을 품는다. 희끄무레한 저것이 오로라란 말인가.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때 모든 사람이 금을 캔 것은 아니다. 거부가 된 사람도 있지만, 아예 거덜 난 사람이 더 많다. 우린 보난자가 아닌가보다. 우리에게 유콘은 엘도라도가 아닌가보다. 금광이 제대로 형성되기 전에 들어와 여기저기 헤매다가 허탕 친 초기 개척자들처럼 우리도 발길을 돌렸다. 우리 다음에 오는 개척자들은 멋진 금광을 발견하기를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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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스트민스터경찰(The New Westminster Police Department 이하 NWPD)은 최근 고위험군 범죄 전과자가 관할 지역으로 이주한 것에 대해 주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무단 침입, 무기를 사용한...
“납세자 이름 부르며 공무원 사칭”
캐나다 세금 정산 철을 맞이해 국세청 직원이라고 속이는 전화·이메일이 증가하고 있다. 신원정보를 빼내거나, 돈을 갈취하려는 목적이다.연방경찰(RCMP)은 이번 주 중 일련의 주의 캠페인을 통해 사기꾼들이 납세자 이름을 부르면서, 접근하고 있다고 주의를...
“24시간 직통전화시스템 통해 청소년 구제한다”
써리 연방경찰(RCMP)이 마약조직으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지난달 선보인 써리 RCMP의 24시간 직통전화시스템은 각 가정의 부모들이 자녀가 마약조직에 연루돼있는지 의심이 갈 경우 언제든지 전화해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캐넉스 역대 포인트 1, 2위··· 후보 첫해 입성
밴쿠버 전성기 이끈 루옹고도 나란히 헌액
밴쿠버 캐넉스의 전설 헨릭과 다니엘 세딘(Sedin) 형제가 하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27일 명예의 전당 위원회는 세딘 형제와 더불어, 캐넉스에서 8년 동안 수문장으로 활약했던...
단일 공관 투표인원, 뉴욕 앞서고 LA근접
제19대 한국 대통령선거에 재외국민 22만1981명이 투표해 투표율 75.3%를 기록했다고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일 투표자 수와 투표율 집계를 발표했다. 지난 4월 25일부터 30일 사이 주밴쿠버한국총영사관을 방문해 한 표를 행사한 인원은 한국시각 5월 1일 자정...
“대도시 노령 인구 비율 14.9%”
2015년 7월 1일 현재 캐나다 인구는 총 3585만1774명으로 집계됐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약 70%는 대도시 거주자다. 토론토, 몬트리올, 밴쿠버 등 3대 도시에는 인구의 35.4%가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에서도 인구의 도시 집중 현상이...
8일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설탕회사가 오래 전부터 설탕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담배회사 같은 방식의 적극적인 홍보 전략을 활용해왔다고 보도했다. 1950년대 부터 이미 식전에 단것을...
"동생 사건파일 보고 싶어" 2008년 4월부터 시험 준비4번 도전끝에 합격의 기쁨… 여동생 생일에 첫 순찰연쇄살인범 강호순에게 살해당한 강원도 정선군청 여직원(당시 23세)의 오빠...
구글·페이스북 같은 다국적 대기업이 세계 어디서 활동하든 각국 정부가 최저 법인세 15%를 부과하는 방안에 주요 7국(G7)이 합의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이탈리아·캐나다로 구성된 G7의 재무장관들은 지난 5일(현지시각) 런던에서 만나 8년간 교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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