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이 대통령, 김정일 사망 모른 채 이틀간 일본에 있었다

최현묵 기자 seanch@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12-19 15:09

외교·안보라인 구멍난 정부
北특별방송 예고에도 식당 간 당국자들, 喪服 보곤 "으악"
청와대선 MB 생일잔치… 국방장관은 의원 면담차 국회로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의 사망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은 전 세계인과 동일한 19일 정오였다. 북한 방송 발표를 보고 확인한 것이다. 미국 정부도 사정은 같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대통령은 전날 일본에서 귀국한 뒤 청와대 참모진과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요즘 북한 상황이 복잡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여러 징후가 있다"며 "북한을 잘 주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김정일 죽은 이틀간 방일

이 대통령은 김정일 사망(17일 오전 8시 30분) 4시간 후인 17일 낮 12시 30분, 이틀간의 일본 방문길에 올랐다. 17일 저녁엔 일본 교토에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 주최 정상 만찬에 참석해 두 시간 동안 위안부 문제만 집중 거론했다.

18일 오전엔 노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문제는 원론적 수준에서만 거론됐을 뿐 위안부 문제로 양 정상은 한 치 양보 없이 대립했다. '김정일 사망' 또는 북한 내 이상 징후를 조금이라도 감지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청와대는 19일 오전에도 평온한 아침을 보냈다. 이날 오전 8시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 직전 청와대 직원 200여명은 이 대통령의 71세 생일을 맞아 깜짝 파티를 했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북한 상황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정오 북한 조선중앙TV에서 검은 상복 차림의 이춘희(68·북한명 리춘히) 아나운서가 흐느끼는 목소리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알리고 있다. /TV조선

 

국방장관은 국회, 합참의장은 전방에

정부 안보 담당자들의 사정도 청와대와 마찬가지였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북한 측의 공식 발표가 나올 당시 국방개혁안 처리 협조를 구하기 위해 국회에 가 있었다.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김 장관은 김정일 사망 소식을 듣고 낮 12시 19분 국방부 상황실로 돌아와 북한군 동향과 우리 군의 경계 태세를 점검하다, 대통령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참석을 위해 12시 30분 청와대로 출발했다.

정승조 합참의장도 이날 오전 통일전망대 인근 최전방 OP(관측소)를 찾아 현장 지도 중이었다. 정 합참의장은 12시 북한 방송 발표로 김정일 사망을 알고 난 뒤 합참으로 복귀하기 위해 헬기를 불렀고, 헬기 도착을 기다리던 중인 12시 17분쯤 "대비 태세를 잘 갖추라"는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북한 사정에 누구보다 정통해야 할 정보기관 역시 북한의 이상 징후를 눈치 채지 못했다. 정보 당국도 북한 방송 발표를 통해 김정일 사망을 확인했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19일 동부전선을 순시 중이던 정승조 합참의장 일행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소식을 듣고 서울 용산 국방부로 돌아와 헬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부와 외교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이날 오전 10시 '12시 특별 방송'을 예고했는데도 "북미 회담 관련 내용이거나 김정은이 새로운 직책에 올랐다는 내용 아니겠느냐"며 방송을 지켜보지도 않은 채 대부분 점심을 하러 나갔다. '김정일 사망'은 생각도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북한 중앙TV 아나운서가 검은 상복을 입고 흐느끼며 나타나자 사무실에 남아있던 직원들은 사색이 돼 상부에 서둘러 보고하고, 식사하던 직원들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복귀하는 등 허둥지둥했다.

청와대 외교 안보 라인의 핵심 참모인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은 공교롭게도 18일 밤 급성충수염(맹장염)에 걸려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고,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각종 대책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30세 사우디 왕자의 폭탄 선언 ´석유 전쟁´ 부르나
30세의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세계 석유 시장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사우디 국왕의 아들이자 세계 최대 석유 회사인 아람코의 최고위원회 의장인 모하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OPEC이 저유가에도 減産 안한건 美 셰일 업계 몰아내려는 노림수셰일업계는 공급과잉에도 살아남아최근 1년 6개월 새 75% 정도 하락한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성 김 주한 미국 대사는 20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국 내에서 나오고 있는 '핵무장론'과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 주장 등에 대해 "한국이 그렇게 한다면 큰 실수를 하게 되는...
이명박 대통령, 퇴임 연설… 측근·친인척 비리 재차 사과 이진한 기자이명박<사진>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퇴임 연설'을 통해 "도덕적으로 흠결 없는 정부를 간절히 바랐지만, 제 주변의 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20일 낮 12시쯤 인천 송도 컨벤시아.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도시로 송도가 발표되자 한 유럽 국가의 대표는 "쿠데타가 발생했다"고 했다. 환경 분야 선진국인 독일을 꺾은 한국의 대역전극에 놀랍다는 반응이었다.◇투표 열흘 전까지도 독일이 우세우리나라...
지난 13일부터 6일간 중국을 방문했던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이 중국으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얻어내지 못하고 성과 없이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정부 고위관계자는 19일 "장성택이 중국 방문에서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하고 빈손으로...
비공개 졸속 처리 논란으로 보류된 한일(韓日)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청와대의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이 '6월 내 처리'를 지시하고, 실무를 담당한 외교부의 조세영 동북아시아국장이 국무회의 비공개 처리 아이디어를 내고 추진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정부는 지난...
남주홍, 국정원 1차장으로 컴백
이명박 대통령은 7일 국가정보원 제1차장(해외·대북 담당)에 남주홍(60) 주(駐)캐나다 대사를, 제2차장(국내 담당)에 차문희(61) 정보교육원 국내정보연구실장을 내정하는 등 차관급 인사를...
정부는 20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외교안보장관회의를 마친 뒤 "정부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하여,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 북한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아...
외교·안보라인 구멍난 정부北특별방송 예고에도 식당 간 당국자들, 喪服 보곤 "으악"청와대선 MB 생일잔치… 국방장관은 의원 면담차 국회로 .par:after{display:block; clear:both; content:"";}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의 사망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은 전 세계인과...
한·미 자동출입국심사 합의… 내년 1월부터 시행될 듯
이르면 내년 초부터 미국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한국 여행객은 미국 공항에서 이민국 심사관을 거치지 않고도 입국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미 양국은 13일 하와이 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APEC) 기간 중 열린 양측 고위급 회담을 통해 '자동출입국 심사제도'의...
빌 게이츠, G20 정상회의 참석해 20분 동안 '빈곤퇴치 훈수'연설 다음날 세계 언론 19곳과 회견… 한국선 조선일보가 유일"北에 백신지원 등 한 적 있어, 분배 불투명해 지원 곤란""中, 원조 받기 졸업했지만 아직 원조 주는 국가는 못돼" 빌 게이츠 빌&멜린다...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각) 저녁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한식집에서 비공식 만찬을 갖고 돈독한 우의를 다졌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6시38분 백악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