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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보는 '北 권력급변 드라마'에 국민들 무덤덤해졌다

김성민 기자 dori2381@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12-20 10:18

"죽을 때가 됐으니 죽었겠죠. 나하고 직접 상관없는 일인 것 같아요. 별 관심 없어요."

20일 서울역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여·20)씨는 김정일 사망에 대해 "내 일상생활에 큰 변화가 없으니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학생 민모(여·26)씨는 "놀라긴 했지만 별다른 위기감은 없다"고 했다.

김정일 사망이라는 큰 사건이 발생했지만 실향민, 탈북자, 북한의 테러 희생자들을 제외한 시민들의 반응은 의외로 무덤덤하다.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에는 김정일 후계체제가 확고한 상태였고, 이번에는 김정은 후계체제가 불안정해 돌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더 큰 데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동요는 없었다.

민통선 인근, 연평도에서도 "무덤덤하다"

전방 민통선 바로 아래에 있는 동해안 최북단 마을인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주민 이범규(75)씨는 "여기 주민들은 하도 긴장 속에서 살아와서 그런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고 했다. 화천군 화천읍 풍산리 주민 김현기(73)씨는 "전쟁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중국하고 미국이 있으니까 전쟁이 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다음 날인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경찰들은 평소보다 더 강화된 경계근무를 했다. /뉴시스

연평도 주민 김모(60)씨는 "다들 담담하다"면서도 "심적으로야 많이 불안해하고 있고, 여차하면 섬을 나가려고 보따리를 다들 싸놓았지만, 설마 북한이 또 포를 쏘겠느냐고 생각하는 주민이 많다"고 말했다.

백령도에서 횟집을 하는 엄모(여·56)씨는 "위급한 상황인 줄은 알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천에서 통닭집을 하는 김모(32)씨는 "엊저녁에는 잠깐 장사가 안 되는 듯했는데 바로 회복이 됐다"며 "김정일이 죽었대도 장사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으니 나도 별 관심 없다"고 했다. 서울역 롯데마트 직원 유모(42)씨는 "분위기가 조금 어수선한 것 같긴 한데 뭐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고 말했다.

예고된 죽음인 데다 북한발(發) 돌발 사태 없을 것으로 낙관

시민들의 반응은 "관심 없다" 또는 "전쟁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전문가들은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와는 여러 가지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김일성이 미·북 회담 성사 직전에 갑작스럽게 사망한 것과 달리 김정일의 사망은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2008년부터 예견됐기 때문에 놀라운 소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1994년 김일성 사망 때 경험했던 북한의 권력 세습이라는 똑같은 드라마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불안감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일성이 사망했던 1994년에 비해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두 배 이상인 2만달러를 넘는 등 경제 발전을 이룩한 자신감도 시민들의 동요를 막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한 남한 경제가 북한 경제를 압도하고 있고, 세계 경제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국민들이 김정일 사망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이 북한문제에 대한 무관심을 가져 왔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라 내 일이 아닌 것에는 관심이 떨어지는 상황이라 김정일의 죽음이 관심거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회사 직원 최모(29)씨는 20일 "잠깐 주가가 어떻게 될까 걱정했을 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며 "남북관계가 크게 변화할 것이란 생각은 안 한다"고 말했다.

유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많은 북한과의 갈등 속에서 전쟁 위험은 남북 대화 등으로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정서가 생긴 듯하다"면서도 "실제로는 심각하고 위험한 상황인데도 사람들이 전혀 심각하게 대응을 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안보 불감증에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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